“밤에 우리 영혼은”…대화가 그리운 노인들
“밤에 우리 영혼은”…대화가 그리운 노인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1.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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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대화 상대를 찾는 남녀 노인의 스토리

 

잘 생긴 배우들은 늙어도 곱게 늙는가 보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제인 폰다가 80대에 찍은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켄트 하루프(Kent Haruf)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2017, 넷플릭스 작이다.

레드포드와 폰다의 케미가 돋보인다. 역시 왕년의 스타들이다. 폰다와 레드포드가 함께 출연한 네 번째 영화라고 한다. 아마도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싶다.

 

넷플리스 화면 캡쳐
넷플리스 화면 캡쳐

 

배우자는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은 제 살림 산다고 나가 버린 다음, 큰 집에 홀로 남은 노인들의 얘기다.

미국 콜로라도의 한적한 마을에 루이스 워터스란 할아버지와 애디 무어라는 할머니가 각기 홀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웃에서 수십년을 살아왔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어느날 애디는 루이스에게 밤을 함께 보내자고 제의한다. 섹스를 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루이스는 망설이다가 애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살만큼 산 나이에 남의 남자, 남의 여자와 만나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미국 중부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애디가 루이스를 초대하고 루이스가 애디의 집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켄트 하루프는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가족이 모두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노인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루이스와 애디는 서로의 흉금을 털어 놓는다. 가족을 배신했던 이야기, 가족이 고통받았던 이야기를 서로 흉금 없이 털어 놓는다. 그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대화할 상대를 찾은 것이다.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반전은 애디의 아들 진이 이혼 위기에 처해 손주 재미를 애디의 집에 맡기고 난 후부터였다. 루이스와 재미가 친해졌다. 루이스는 재미를 위해 개도 사준다. 루이스와 애디, 재미는 캠핑도 함께 간다.

여름이 끝날 무렵, 아들 진이 재미를 데려가기 위해 돌아와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못마땅해 한다. 진은 루이스의 과거를 알고 있다. 루이스는 아내를 떠나 다른 여자와 살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준 적이 있다. 진은 루이스의 과거가 자신의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어머니와 루이스의 관계에 불만을 터트렸다.

진이 재미를 데리고 떠난 어느날, 애디는 발을 헛디뎌 병원에 입원한다. 진은 어머니에게 함께 살자고 제의한다.

또다른 반전이 일어난다. 손주 재미가 한밤중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애디는 루이스와 함께 진의 집을 찾아간다. 술에 취한 진이 돌아와 어머니에게 자신을 구박했던 과거를 꺼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쏟아낸다. 애디는 가족이 우선이라 생각해 살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루이스와 애디는 마지막 날을 보내고 애디를 떠나보낸다. 다시 외롭게 밤을 보내던 루이스는 애디에게 선물을 보낸다. 그 선물엔 기차 조립 장난감과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

루이스와 애디는 잠자리에 들면서 서로 전화를 한다.

 

80대 외로운 남녀 노인들을 연결해 주는 것은 대화다.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흉금 없이 털어놓는 대화가 그리웠던 것이다. 딸을 잃었을 때의 고통, 아내 곁을 떠나 다른 여자와 살 때의 괴로움을 대화로 나눴다. 정작 결혼한 남편, 아내와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그들은 그 나이에 마음속에서 꺼내 주고받았다.

그들이 서로 떠난 후에 새로운 대화의 고리를 찾았다. 그게 휴대폰이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휴대폰으로 새로운 대화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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