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보낸 12명 정탐꾼 중 누구 말이 옳을까
모세가 보낸 12명 정탐꾼 중 누구 말이 옳을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1.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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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은 온건파, 2명은 강경파…온건파 도륙 후 다음 전투에서 패배

 

구약성서 민수기에 12명의 정탐꾼 이야기가 나온다. 40년간 시나이 사막에 정처 없이 떠돌던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가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그 땅은 이민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아브라함에서 이삭, 야곱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족속이 가나안 지방에서 유목생활을 했지만, 선주민이 살던 곳을 나그네처럼 헤맸을 뿐이다. 그곳을 야훼가 이스라엘 백성의 땅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야훼가 약속한 그 땅은 다른 종족의 영토였기 때문에 뺏아야 했다.

 

모세는 가나안 근처 바란 광야(Desert of Paran)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 가나안 진격을 위한 정탐에 나서게 된다. 모세는 12개 지파의 지도자 1명씩 뽑아 정탐대를 구성했다. 12명의 스파이는 40일 동안 가나안 지역 곳곳을 누비며 정탐활동을 벌였다. 40년 방황에 40일 정탐, 이스라엘 사람들은 40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들은 에스겔 골짜기에서 커다른 포도 한송이를 몰래 훔쳐서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이 가져온 굵은 포도는 가나안 지역이 기름지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였다. 그들은 40일간의 정탐 결과를 보고했다.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에서 딴 포도를 들고 온다. (James Tissot) /위키피디아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에서 딴 포도를 들고 온다. (James Tissot) /위키피디아

 

12명의 정탐꾼은 가나안이 젖과 꿀이 흐르는 기름진 곳이라는 사실에는 만장일치의 의견을 보였다. “그곳은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곳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 땅에서 난 과일입니다.”

그런데 적의 군사력에 대한 평가에서 12명의 견해가 엇갈렸다.

12명 중 10명은 적의 강함에 놀랐다. 그들은 이렇게 보고한다. “그 땅에 살고 있는 백성은 강하고, 성읍들은 견고한 요새처럼 되어 있고, 매우 큽니다. 또한 거기에서 우리는 아낙(Anak) 자손들도 보았습니다.”

아낙 족속은 거인족 네피림(Nephilim)의 후손이다. 성경에는 거인족에 대한 설명이 종종 나온다. 창세기(6:4)에 네피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네피림이라고 하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다. 그들은 옛날에 있던 용사들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노아가 살던 시절에도 네피림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다윗왕이 어린 시절에 싸웠더는 골리앗도 거인족이다.

10명의 스파이들은 가나안 땅에서 네피림의 후손 아낙족을 본 것이다. 거인에 대한 공포감은 컸다. 열명은 이 전쟁에서 이길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갈렙(Caleb)이란 정탐꾼은 강경론을 주도했다. 갈렙은 유다 지파로, “올라갑시다. 올라가서 그 땅을 접령합시다. 우리는 반드시 그 땅을 점령할수 있습니다.”고 주장했다. 요셉의 아들 에브라임 지파로 정탐꾼에 참여한 여호수아(Joshua)도 갈렙을 지지했다.

 

정탐꾼의 귀환 (Julius Schnorr von Karolsfeld, 1860) /위키피디아
정탐꾼의 귀환 (Julius Schnorr von Karolsfeld, 1860) /위키피디아

 

어느 전쟁에서나 온건파와 강경파가 대립하기 마련이다. 온건파와 강경파가 102로 압도적이었다.

온건파는 목청을 높였다. “우리가 탐지하려고 두루 다녀본 그 땅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삼키는 땅이다. 또한 우리가 그 땅에서 본 백성은 키가 장대 같은 사람들이다. 거기서 우리는 또 네피림의 자손을 보았다. 아낙의 자손은 네피림의 한 분파다.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다.”

이에 대해 강경파인 갈렙과 여호수아는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을 거역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그들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강경파 두 명은 야훼가 함께 할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온건파 10명의 주장이 맞지 않았을까.

군중은 온건파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이집트로 되돌아가자고 했다.

야훼는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야훼는 모세에게 내가 이 백성 가운데서 보인 온갖 표적들이 있는데,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다더냐며 강경파 정탐꾼 열 명을 돌로 쳐죽이겠다고 말했다. 참 일방적이다. 정탐꾼들을 파견할 때 야훼와 모세는 아무런 언질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있는대로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그래놓고 적의 강함을 보고하자 내말에 순종하지 않는다며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강경론을 펼친 사람은 야훼에게 순종하는 사람이 되었다. 야훼는 온건파 10명에게 재앙을 내려 죽여 버렸다.

여기서 여호수아의 에브라임 지파와 갈렙의 유다 지파가 부상한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죽은후 가나안 정복의 지도자가 되고, 유다 지파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 지도자를 배출한다.

 

10명의 정탐자들이 죽임을 당한 후에 치르는 첫 전투(민수기 14:39~45)에서 온건파가 옳았음이 드러난다.

모세는 야훼의 뜻을 이스라엘 벡성들에게 알렸다. 그 뜻을 이해한 백성들은 다음날 일찍 야훼가 말한 그 곳을 공격했다. 가나안의 어느 곳일 것이다. 그런데 아말렉 족속과 가나안 족속이 이미 이스라엘인들이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출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말렉과 가나안 족의 역공을 당해 호르마(Hormah)까지 후퇴했다.

이때 모세의 설명은 이렇다. “어쩌자고 주님이 하신 말씀을 거역하려는 것입니까. 당신들이 주님을 등지고 돌아섰으니, 주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시지 않습니다.”

정답은 모세만 알고 있다. 모세가 공격하라면 하고, 공격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뜻을 어겼다는 것이다.

민수기의 12명 정탐꾼 스토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을 따르는 자만이 성공한다는 신앙을 만들어내는 역설적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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