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②] 석유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셰일혁명②] 석유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8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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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채굴기술 개발로 원유 생산 급증…경제 위기 뚫고 석유강국으로 부상

 

조지 미첼(George P. Mitchell, 1919~2013)이란 인물은 석유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 미국인은 텍사스A&M대학에서 석유엔지니어링을 공부한 후 자신의 회사(Mitchell Energy & Development Corp.)를 차려 석유 시추에 나섰다. 그가 참여한 석유시추는 1만개나 되고, 이름도 없는 황무지에 뚫은 시추공이 1,000개를 넘었다.

조지 미첼 /위키피디아
조지 미첼 /위키피디아

 

그는 수십년 동안 셰일오일을 찾아 시추구멍을 뚫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20127)는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의 셰일 가스의 부흥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조지 미첼이라는 한사람의 노력이 가장 컸다. 그는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공법의 잠재적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대형 유전회사들이 셰일오일과 가스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 채굴 공법을 개발해 내지 못했다. 미첼은 수십년의 세월과 600만 달러의 돈을 허비했다. 아마도 석유와 가스 개발 역사에 최대의 투자비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그저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1980년대와 90년에 텍사스주 바닛 셰일(Barnett Shale) 유전에서 수압파쇄기술을 시도했다. 그의 시간과 자금 낭비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는 셰일가스층에서 경제적으로 원유와 가스를 채취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하에 묻혀 있는 셰일층에 파이프를 박은 후, 고압의 물을 분사해 셰일 암석층을 파쇄하는 방법이다.

 

미첼이 셰일석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수압파쇄공법의 개발에 성공한 해는 2008년이다. 그해 미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2008년 가을, 미국 경제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해 9월 미국 굴지의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 미국 경제가 휘청거렸다. 소련 붕괴 이후 세계유일의 패권국이라던 미국이 몰락한다는 얘기가 미디어를 가득 채웠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은행들을 통폐합하고 거액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고,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제로 금리에 달러 살포 작전을 폈다.

미국 경제가 사경을 헤메던 200897, 미국 노스다코다주 바켄 셰일(Bakken Shale) 유전에서는 푸른색과 흰식의 시추기가 채굴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이 몰락하고 중국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떠들던 그 시기에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위한 첫 시추가 이뤄진 것이다.

바켄 유전지대의 넓이는 52으로 (캐나다 지역을 포함할 경우) 한반도보다 두배 이상 넓다. 2009년에 바켄 셰일 유전층에서 하루 15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되었다.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10년에 노스다코다의 경제성장률이 셰일유전 붐으로 인해 7%나 되었다.

당시 워싱턴의 정치인이나, 미국 언론들은 셰일가스 채굴기술의 개발과 시추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럴 경황도, 지식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럽게 개발된 프래킹(수압파쇄) 기술은 너무나 강력했다.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2008년 하루 500만 배럴에 불과하던 미국의 원유생산은 201112월 하루 600만 배럴을 넘어섰고, 201211700만 배럴, 20141800만 배럴, 그해 9900만 배럴을 돌파했다. 미국의 원유생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치킨게임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2015년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201610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121,000만 배럴을 돌파하고, 미국 원유생산에서 셰일오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미국 셰일유전 지대 /위키피디아
미국 셰일유전 지대 /위키피디아

 

미국은 복 받은 나라다. 땅도 넓고 그 땅에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미국 지질학자들은 영토 내에 방대한 양의 채굴되지 않은 천연가스와 원유가 셰일 바위 틈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825년에 뉴욕주 프레도니아(Fredonia)에서 셰일 가스를 생산했다.

하지만 기존의 기술로는 채굴이 불가능하며 채굴을 한다 해도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차라리 석유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다. 대부분의 석유사업자들이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조지 미첼은 무모하게 도전해 채굴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미국 본토 48개주 곳곳에 셰일가스와 셰일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그 양이 엄청나다.

텍사스, 노스다코타에 주력 셰일 유전이 있고, 캘리포니아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몬터지 셰일 매장층(Monterey Shale Oil Deposits)도 상업적인 채굴이 가능하게 되다. 오클라호마, 오하이오,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거의 미국 전역에서 셰일가스층이 발견되고 있다. 와이오밍, 콜로라도, 유타 주에 걸쳐 있는 대규모 셰일층에서는 예산 매장량이 2조 배럴이며, 그중 1조 배럴은 채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 에너지 정보원(EIA: Energy Information Agency)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100년 이상 사용가능한 오일과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 더 개발되고, 더 많은 유정을 발견할 경우 보유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이 300년은 더 사용할 것으로 본다.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공법 개요도 /위키피디아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공법 개요도 /위키피디아

 

셰일석유 채굴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 미국은 국내에 소비되는 원유의 60%를 외국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셰일 오일이 양산되면서 미국의 원유수입량이 2005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원유수입은 2005년 하루 1,010만 배럴에서 2017년의 원유수입은 790만 배럴로, 22% 감소했다. 이젠 미국도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원유 수입에서 수출을 뺀 순수입은 2005년에 하루 1,010만 배럴에서 20176,800만 배럴로 33%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중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한 전체 석유의 순수입은 1,260b/d에서 370b/d로 무려 70%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종래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이었던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픽=에너지경제연구원 캡쳐
그래픽=에너지경제연구원 캡쳐

 

197310월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아랍 산유국들은 미국에 대한 석유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직 지원을 보복하는 항의 표시였다. 이에 미국에선 기름 소비자가격이 세배나 뛰었고, 주유소엔 할당제가 실시되어 차량들이 긴 줄을 형성했다. 이때 미국 정부는 미국산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국내에서 소비하고, 모자라는 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던 미국이 201512, 40년만에 석유 수출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셰일석유 생산이 늘어나 수입량이 줄었고, 해외에 수출한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그후 미국의 원유수출은 급격히 증가해 2017년에 하루 1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수출 대상은 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지역의 국가들이다.

 

그래픽=에너지경제연구원 캡쳐
그래픽=에너지경제연구원 캡쳐

 

20161월 미국산 원유 50만 배럴을 실은 선박이 베네주엘라 해안에 있는 네덜란드령 섬의 원유정제시설에 하역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 원유매장국가이지만, 질이 좋지 않은 중질유가 대부분이다. 중질유는 정제하는 과정에 경질유를 섞어야 한다. 베네주엘라는 주로 우방국인 러시아, 앙골라, 나이지리아에서 경질유를 수입해왔지만, 경제사정이 악화하면서 그동안 적대적인 미국으로부터 질 좋은 원유를 수입한 것이다.

비록 소량이지만, 미국산 원유의 베네수엘라 수출은 상징적이다. 베네수엘라에선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를 무기로 반미의 선봉에 섰고, 그 후임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반미 노선을 이어받고 있다. 히지만 베네수엘라는 미국 셰일 혁명에 따른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자랑스럽게 베네수엘라에 기름을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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