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후 2차례 화폐개혁…원-환-원으로 단위변경
건국 후 2차례 화폐개혁…원-환-원으로 단위변경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1.0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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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직후 한국은행권 발행…1953, 1962 화폐개혁으로 1천분의1 절하

 

우리 역사에서 화폐단위가 사용된 시기는 조선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전기에 불환지폐로 저화(楮貨)가 발행되었는데, ()으로 헤아렸다고 한다. 조선후기 숙종 때에 상평통보(常平通寶)가 주화로 발행되면서 엽전(葉錢)이라 불렸는데, 한 잎(), 두 잎 등 수량으로 세었다. 동전의 화폐산식은 무게를 기준으로 관(), (), (), ()이 사용되었다. 이 단위는 십진법을 기준으로 1=10=100=1,000문의 계산법이 적용되었다.

 

조선이 대외에 문을 개방하면서 188719월에 조폐기관으로 경성전환국(京城典圜局)을 설치하고 14종의 지폐를 찍어냈다. 이 때 사용한 화폐단위로는 기존의 냥이 쓰였고, ()이란 단위가 첨가되었다.

1894711일 조선조정은 신식화폐발행장정을 공포, 은본위제도를 채택하는데 단위는 냥()이었다. 이때 조선 정부는 외국 화폐의 혼용을 허용했다. 일본과 중국의 화폐단위는 똑같이 원()을 어원으로 했는데, 일본은 약자로 을 사용하고 중국은 자가 획이 많다는 이유로 발음이 같은 을 사용했다. 조선 조정은 일본 을 외면하고 중국 을 보조 화폐단위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정부 부문에서는 원() 단위를 사용해 ‘1=100=1,000()’의 화폐산식을 적용했고, 민간 부문에서는 엽전을 유통하면서 ‘1=10=100()’의 산식을 사용했다. 화폐단위가 이중으로 혼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제국은 1898년 금본위제도로 전환하고, 1901년 화폐조례를 공포해 순금 2(750mg)1()으로 규정했다. 앞서 개항직후 잠시 사용하던 환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는 환()-()-()이 혼용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광무9(1905)에 원과 냥의 단위를 없애고 환으로 통일했다. 이때 화폐단위는 1=100전이었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의 국권을 뺏은 이후 일본의 화폐단위인 원(=)이 사용되었다. 이후 1=100전의 산식이 통용되었다.

 

1945년 이후 미군정기, 정부수립을 거치면서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조선은행권이 유통되었다. 화폐단위도 여전히 일제시대의 원이 사용되었다. 북한도 원을 단위로 채택했다.

19462월 조선공산당 남조선분국(남로당) 당원들이 조선은행권을 위조, 인쇄하는 조선정판사위폐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미군정당국은 화폐개혁을 시도했다. 1947년 미군정당국은 미국 연방인쇄국에 화폐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지폐 인쇄를 주문했고 그 은행권이 극비리에 서울에 도착, 지금의 한국은행 지하창고에 보관되었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가 화폐개혁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미국에 은행권 인쇄비로 50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그 인쇄비만 날린 것이다.

그러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한국은행은 경황도 없어 미국에서 찍은 돈뭉치를 그대로 둔채 피난을 갔다. 북한군은 서울을 점령해 한국은행 지하창고에 정체불명의 돈 뭉치가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북한은 그 돈이 남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돈임을 알고는 그대로 방치했다.

 

한국전쟁후 1950년 8월 28일 발행한 천원권 한국은행권(앞뒤) /화폐박물관
한국전쟁후 1950년 8월 28일 발행한 천원권 한국은행권(앞뒤) /화폐박물관

 

부산으로 피난간 대한민국 정부는 다급해졌다. 한국은행 창고에 유통되지 않은 지폐가 적의 손에 넘어간데다 조폐공장마저 북한 치하에 들어갔다. 북한이 조선은행권을 대량으로 발행해 남한 경제를 교란시킬 우려가 제기되었다.

1950828일 이승만 정부는 북한의 경제교란행위를 봉쇄하기 위해 대통령긴급명령 제10호를 발령하고 조선은행권 100원권의 유통을 정지하고 이를 한국은행권과 교환토록 했다. 새 지폐는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서 긴급하게 인쇄 되었다. 인쇄된 돈은 공수되었고, 그해 915일부터 이듬해 430일까지 4차에 걸쳐 조선은행권과 한국은행권을 무제한 등가교환이 이뤄졌다.

한국은행은 전쟁발발 직전인 612일에 설립되었고, 이때 발행한 돈이 최초의 한국은행권이다. 구화폐 교환대상액 771억원 가운데 93%717억원이 회수되었다.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이 때의 조치는 화폐개혁이라고 할수 없다. 화폐가치를 절하하거나 통화단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화조정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1953년 2월 17일 발행된 천환권(앞뒤). 圜과 원이 혼재해 있다. /화폐박물관
1953년 2월 17일 발행된 천환권(앞뒤). 圜과 원이 혼재해 있다. /화폐박물관

 

우리나라의 첫 번째 화폐개혁은 한국전쟁 말기인 1953217일에 단행되었다.

전쟁을 치르면서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했다. 전쟁 막바지인 19533월의 물가는 해방직전인 19456월 대비 8,644, 6·25 직전인 19606월 대비 17배 상승했다. 19506558억원이던 화폐발행액이 1951년말 6,000억 원을 돌파했다. 상인들은 쌀가마니에 돈을 담아 리어카로 싣고 다녀야 했다. 광복 직후엔 일본인들의 예금인출, 미군정의 재정적자 등으로 통화가 남발되었고, 전쟁기에는 유엔군 대여금이 통화발행의 주요 원인이었다. 전쟁기에 한국정부가 연합군 총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국 통화로 돈을 빌려 주었는데, 미국이 그 돈의 상환을 차일피일 지연시키다가 1953년초가 되어 상환이 마무리되었다.

 

1953년 미국으로부터 유엔군 대여금을 상환받게 되면서 이승만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수습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극비리에 한국은행에 화폐개혁을 준비시켰다. 214일 경남도청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해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가격시키고, 다음날 대통령 긴급명령 13호를 발표해 제1차 화폐개혁이 발표되었다. 내용은 100()1()으로 바꾸는 것이다. 구권과 신권의 교환시기는 217일이었다.

구한말에 사용되던 환()이란 화폐단위가 다시 등장했다. 이란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원, 또는 환으로 읽힌다. 구한말에는 원으로 읽었다고 한다. 조선호텔 옆 圜丘壇을 원구단 또는 환구단으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승만 정부는 을 인위적으로 환이라고 발음하도록 했다고 한다.

19532월의 화폐개혁은 돈을 별도로 찍어내지 않았다. 1947년에 미군정이 화폐개혁을 시도하기 위해 찍어 놓은 지폐가 새 화폐를 대체했다. 북한군이 이 돈뭉치를 발견했으나 포장도 뜯지 않고 도주했고, 서울을 수복한후 한국은행은 그 돈을 고스란히 접수했다. 19511·4 후퇴 때 한국은행은 그 돈뭉치를 부산으로 피신시켰다.

따라서 이 돈에는 한자 과 한글 한글 원이 혼재되었다. 처음에는 환과 원을 구별하는데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그렇지만 화폐교환은 순조로웠다. 구권 발행액 11,368억원 가운데 11,066억원이 회수되었고, 미회수액은 301억원으로 구권의 2.6%에 불과했다.

 

1차와 2차 화폐개혁 내용 /배영목
1차와 2차 화폐개혁 내용 /배영목

 

2차 화폐개혁은 5·16후 군사정부 시기인 1962610일에 단행된다. 군사정부는 과잉통화를 흡수해 물가상승 요인을 제거하고 퇴장자금을 양성화해 산업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통화단위를 10분의1로 절하하고 화폐호칭을 ''에서 ''으로 변경했다.

다시 원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수립이후 두차례 화폐개혁으로 화폐단위는 1,000분의1로 절하되었고, ()이란 단위는 소멸되었다.

2차 화폐개혁 전날인 69일 현대 화폐발행액은 1,653억환이었는데, 미회수 구권은 71억환으로 2,4%에 불과했다. 강원도 지방에 수송상 일부 지체는 있었지만 큰 혼란 없이 진행되었다. 2차 개혁은 산업자금 형성이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후 경제개발은 외자 유입에 의해 이뤄진다.

 


<참고자료>

배영목, 우리나라 통화개혁의 비교연구, 2010, 한국경제학회

김광석, 한국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그 영향, 1973,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화폐단위

한국은행, 중앙은행 오디세이 <39> 1차 화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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