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들의 잔치 그린 조선왕실 대형병풍 ‘요지연도’
신선들의 잔치 그린 조선왕실 대형병풍 ‘요지연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1.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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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전시, 신선도·수군조련도 등 3점 동시 전시

 

중국 고대 전설에 서왕모(西王母)가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崑崙山) 연못 요지(瑤池)에서 주나라 목왕(穆王)을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는 내용이 있다.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이 요지연도(瑤池宴圖).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 19일부터 박물관이 재개관함에 따라 지하 1층 궁중서화실에서 궁중회화의 진가를 고스란히 담은 요지연도를 비롯해 신선도, 수군조련도 등 병풍 3점을 전시중이다.

 

요지연도 /문화재청
요지연도 /문화재청

 

이번에 선보이는 요지연도는 미국의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이다. 소장자의 부친이 50여 년 전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당시 구입해 미국에 가져갔는데,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내 한 경매사를 통해 다시 구입한 후 국립고궁박물관에 이관해 이제 공개한 문화유산이다.

가로 넓이가 무려 5에 이르는 대병(大屛)으로, 조선후기 왕실 병풍의 위용을 보여준다.

요지의 복숭아(蟠桃) 나무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었고 먹으면 영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서왕모는 과실이 무르익을 무렵 신선들을 초대해 잔 치를 열었다. 화면 가운데 위치한 누대(樓臺)에는 연회의 주인공인 서왕모와 목왕이 마주 앉아있고, 좌측에는 잔치에 초대받은 여러 신선들이 하늘과 바다, 육지를 거쳐 요지로 모여들고 있다. 오른쪽에는 옥녀와 학, 공작을 돌보는 동자가 있고, 누대 오른쪽 아래에는 팔준마를 타고 곤륜 산에 도착한 목왕과 신하들의 모습이 보인다.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도교적 주제를 담은 신선도 는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다. 특히 요지연도는 장수의 상징인 복숭아와 복숭아 나무의 주인인 서왕모와 인간의 만남을 다룬 주제로, 국가와 왕조의 오랜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병풍 요지연도는 장황(裝潢, 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꾸밈) 상태가 제작시기보다 후대로 추정되어 경매 당시 표구(表具) 시기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확인을 위해 병풍 한 폭의 뒤편 배접지(褙接紙)를 살펴본 결과, 1957년 조선일보 신문과 1959년 동아일보 신문이 발견되어 소장자가 미국에 가져가기 전 한국에서 다시 표구를 했던 사살이 확인되었다.

이번에 첫 공개하는 요지연도는 18~19세기에 제작되었으며, 비교적 고식(古式)에 속하는 것이다. 요지연도의 공통된 특징은 서왕모와 목왕 앞자리에 잔치상(饌卓)이 놓인다는 점인데, 고궁박물관의 <요지연도>는 찬탁 대신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시녀들을 배치해 연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 특색이다.

요지연도는 국가와 왕조의 오랜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아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요지연도' 중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신선도 /문화재청
신선도 /문화재청

 

함께 전시하는 신선도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도교적 주제를 담고 있다.

신선도는 근대기에 제작된 것으로, 12폭 병풍이다. 화폭마다 중국 고사(故事)에 등장하는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신선들이 묘사되어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신선도는 궁중과 민간에서 복을 기원하고 무병장수의 소망을 담은 장식화로 꾸준히 유행하였다. 먹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발묵법(潑墨法)으로 그린 근대기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의 특징을 보인다.

 

수군조련도 /문화재청
수군조련도 /문화재청

 

수군조련도(水軍操練圖)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경상도 통영에서 행한 삼도(三道)의 수군 훈련 장면을 그린 10폭 병풍이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대규모 해상 전투에 대비한 훈련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통영에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세우고, 매해 봄과 가을에 합동 해상 훈련을 개최하였다. 이때는 통영으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삼도 수군이 모두 모였으며, 수군조련도는 이 모습을 기록한 그림이다. 그림을 통해 조선 후기 해상 전투를 위한 배(전선, 戰船)의 모습과 수군의 배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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