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권교체 이어 독일 포스트-메르켈에 촉각
미국 정권교체 이어 독일 포스트-메르켈에 촉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1.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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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16년만에 퇴진 예고…독일 차기 총리에 라셰트와 죄더 물망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총리이자 동독 출신이다. 메르켈은 두 가지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200511월 이후 16년째 네 번째 독일 총리를 역임하고, 사실상 유럽의 정치적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메르켈의 지도력은 독일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서방의 또다른 축인 미국에서 극단주의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가 막을 내릴 때, 유럽에선 합리적이고 타협적이고 상대방을 이해할줄 아는 메르켈이 임기를 앞두고 있다. 세계는 한편으론 미국 조 바이든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다른 흔편으론 유럽 새지도자의 탄생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켈은 2018년에 이미 임기가 끝나는 2021년에 총리직 퇴진을 예고했었다. 집권 기독민주당이 잇달아 지방선거에 패배하고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올 가을로 예정된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의원직을 포기하면 총리가 될수 없다.

 

세계는 포스트 메르켈의 독일을 누가 이끌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독일 여론조사에서 올 가을로 예정된 총선에서 기민당(Christian Democratic Union)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다만 현재의 독일 분위기를 감안할 때 기민당이 의석 과반수를 얻기 힘들 것이고, 기민당이 주도하는 연합정부에 참여할 정당에 어디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기민당은 116일 새 당대표에 아르만 라셰트(Armin Laschet 59)를 선출했다. 라셰트는 메르켈이 지명한 후계자로, 독일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평상시라면 라셰트는 차기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독일 정국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집권 기민당의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따라서 가을 총선 앞에 놓여 있는 지방 선거에서 기민당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라셰트가 중도하차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신임 당대표에 오른 라셰트는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광부였던 아버지가 신뢰를 강조한 점을 부각시키면서, 트럼프를 암시한 듯 대통령이 극단으로 가면 불화와 불신의 씨앗이 뿌려지고 안정과 신뢰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라셰트는 메르켈 정책의 계승과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성공을 계속하는 것은 똑같은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아니다며 변화의 가능성도 예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위키피디아
앙겔라 메르켈 /위키피디아

 

독일에선 3월부터 9월까지 여러 주의회 선거가 연이어 있고, 9월에 26일에 연방하원 선거가 실시된다. 연방 총선에 앞서 지방선거는 라셰트의 시험대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기민당이 라셰트를 앞세워 총선을 실시하기 어렵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라셰트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새 당대표를 선출하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바이에른주의 마르쿠스 죄더(Markus Söder, 54)가 부상할 것으로 진단했다. 죄더 바이에른 주지사는 바이에른 기독사회당을 이끌고 있는데, 기사당은 기민당의 우호정당이다. 메르켈의 4차 연립정권은 기민당과 바이에른 기사당, 사회민주당이 연합해 꾸린 내각이다.

TV 채널 RTL11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가 차기 총리로 죄더를 지지했고, 21%만 라셰트를 원했다. 기민당 지지자 중에서는 죄더 지지자가 51%였으며, 라셰트를 지지한다고 답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두 사람은 총리직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으며 3~4월 기민당과 기사당이 합의를 통해 총리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드 팔츠 연방주에서 실시되는 선거에서 기민당이 선방할 경우 라셰트, 그렇지 않으면 죄더의 우위가 점쳐진다.

 

아르만 라셰트(왼쪽)와 마르쿠스 죄더 /위키피디아
아르만 라셰트(왼쪽)와 마르쿠스 죄더 /위키피디아

 

문제는 야당인 녹색당이 최근에 코로나 위기를 틈타 급격하게 세력을 신장시켜 2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기민당이 제1당을 유지하더라도 녹색당이 연립정부에 들어갈 경우 독일의 대외정책에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집권여당인 기민당의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 여부보다 올 가을 총선 이후 연립정당에 어떤 정당이 참여할 것인지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면 중국과 유럽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독일의 입장이 달라질 곳이며 환경정책과 디지털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자료>

New York Times, A Step Toward a Post-Merkel World: Her Party Picks a New Leade Again

연합뉴스, 포스트 메르켈 체제 이끌 라셰트 기민당 대표차기 총리 될까

한겨레, 잇따른 선거 패배메르켈, 차기 총리직 포기

연합뉴스, 메르켈, 18년 재임 기민당 대표직서 퇴진키로전대 불출마

코트라, 독일,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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