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 항로를 따라 독도를 가다
이사부 항로를 따라 독도를 가다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08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선 코리아나호 타고 장장 19시간 항해…바위엔 선명한 ‘韓國領“ 글자

 

필자는 4년전에 독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사부기념사업회가 우산국을 정벌한 이사부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실시하는 이사부항로탐사대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5728일 오전 코리아나호는 독도를 향해 강원도 삼척항을 떠났다. 당초 25일 오후에 예정됐던 출항 시간은 태풍이 북상하면서 3일간 연기됐다.

오전 95, 정채호 선장의 출항 명령으로 닻줄이 올려지고, 코리아나호는 미끄러지듯 부두에서 떨어지고 방향을 180도 바꿔 삼척항을 떠났다. 승선 인원은 38.

코리아나호는 국내 유일의 범선이다. 1995년 제작된 이 범선은 길이는 41m, 너비는 6.6m99톤급이다. 선장은 정채호(丁採鎬). 민선 초대 여천시장도 역임했고, 거북선연구소장, 코리아요트학교 교장, 전남요트협회장 등 이력이 가득하다. 바다를 사랑하는 후덕한 분이 분명하다.

태풍이 지나고 난뒤여서 파도는 잔잔했고, 하늘을 청명했다. 백두대간의 지류인 백두정맥이 병풍처럼 퍌쳐지고, 이를 뒤로 한 채 코리아나는 대양을 항진했다. 안익태 선생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라고 애국가 첫 소절을 시작했는데, 바로 그 장면이 여기서 연출된 듯 싶다.

 

독도 탐방 항로 /김현민
독도 탐방 항로 /김현민

 

이사부(異斯夫) 장군이 울릉도를 정복하기 위해 출항한 시기가 지증왕 13(서기 512) 여름 6(음력)이었다. 코리아나호의 출항일은 음력 613. 이사부 장군도 바다가 잔잔해지길 기다리다가 출항일을 잡았을 것이다.

삼척에서 울릉도는 정동(正東)의 방향이다. 항해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 정동으로 기수를 맞춰 놓고 항해했으리라. 아침 일찍 배를 띄워 저녁에 울릉도 인근에 도착해 밤을 보낸후 새벽에 우산국(于山國)을 공격했을 것이다.

코리아나호는 울릉도를 들르지 않고 바로 독도로 가기로 했다. 이사부 장군이 실직군주의 명을 받아 주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척시 오분동 고성산(오화리산성)을 뒤로 하고, 코리아나는 대양으로 미끄러져 항해했다.

지루함. 작열하던 8월의 태양도 서서히 기울고 황혼이 원형 바다의 서쪽에 길게 드리워졌다. 밤이 다가왔다.

코리아나호는 울릉도 남쪽 15km 해상을 지나 독도를 향했다.

 

사진=이효웅
사진=이효웅

 

29일 새벽 4. 코리아나호는 독도 해역에 도착했다. 무려 19시간의 항해였다. 해무가 짙게 끼어 독도의 일출은 보지 못했다.

오전 6시 짙은 해무 사이로 검은 섬이 나타나고, 선착장이 보였다. 해경이 접안을 도와줬지만, 코리아나는 접안하지 못했다. 해무가 걷힐 때까지 코리아나는 바다에서 두시간 정도 더 기다렸다.

오전 8시 코리아나호는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일반선의 접안 확률은 20%에 불과하고, 성능이 좋은 여객선의 접안 확률이 50% 정도라고 한다. 독도에 와도 내려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운이 좋았다. 독도를 지키는 해경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하선했다. 독도 땅을 밟았다. 20여시간 흔들리는 배 위에 있다가 땅을 밟았는데, 여전히 어찔함이 느껴졌다. 안호성 이사부기념사업회장이 독도 성명서를 낭독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았다.

마침 독도 이장인 김성도씨(당시 76)가 선착장에 나와 여객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 김신렬씨와 함께 독도에 거주하며 우리국토 최동단의 섬을 지키고 있는 김씨는 대구에 약을 타러 간다고 했다.

“6개월에 한번 정도 육지에 나가는데, 이번엔 4달 만에 나가는 것입니다. 문어도 잡고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요즘 잘 잡히지 않아요.”

김성도·김신렬 부부는 19911117일 울릉읍 독도리 산 20번지로 주민등록을 전입한 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5월 초까지 독도에서 생활했다. 그후 울릉도에서 생활하다가, 어업민 숙소가 개축되고 국민성금으로 마련된 어선 독도호를 제공받아 2005년부터 독도에 상주하고 있다.

 

독도와 갈매기. /사진=이효웅
독도와 갈매기. /사진=이효웅

 

일행은 독도 탐방에 나섰다. 해무가 서서히 걷히고 독도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독도 나루터에서 경북지방경찰청 독도경비대까지의 길 이름이 독도이사부길이다.

이사부길을 따라 가다 맨처음 만나는 곳이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고 새겨진 둥근 형태의 표지석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일본이 어찌 이 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긴단 말인가.

계단을 올라 중턱 쯤에서 독도를 지키다 숨진 이들을 위해 축문낭독과 제사를 지냈다.

 

독도에 정박한 코리아나호 /사진=이효웅
독도에 정박한 코리아나호 /사진=이효웅

 

경북지방경찰청 독도수비대 건물로 올라갔다. 바위에 한국령(韓國領)’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곳에 와서 사진을 찍은후 한일 관계가 악화된 적이 있다.

하산길에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독도 그자체는 절경이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여객선이 들어왔다. 광복둥이들이 갖는 행사였다. 광복 되던 해(1945) 태어난 70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려 행사를 가졌다.

독도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채호 선장은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앞당겨 출항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일행은 독도를 떠났다. 2시간 정도 독도에 머물렀다. 이사부 독도 탐방 행사가 올해로 8번째지만 독도에 접안한 게 몇 번되지 않았다고 한다. 2시간 독도 상륙이지만, 우리는 행운아였다.

독도를 뒤로 하고 일행은 울릉도로 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