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산천동 부군당에서 남이장군 꽃받이행사
용산구 산천동 부군당에서 남이장군 꽃받이행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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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무사안녕 비는 무속행사…남이장군 사당제와 연계, 마을축제화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 언덕을 올라갔다. 고개는 이름하여 삼오정고개, 일명 서낭당고개라고 한다. 고갯마루에 삼호정(三湖亭)이란 정자가 있었고, 서낭당이란 명칭은 고개 밑에 서낭당이 있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부군당을 만났다. 동네 이름은 산천동(山泉洞)으로 법정동이고, 행정은 원효로2동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서낭당고개란 바로 이 부군당을 의미하는 것 같다.

부군당(府君堂)은 서울과 경기도에 마을 수호신을 모셔 놓은 신당(神堂)을 말한다. 한자로는 부군당(附君堂), 부근당(付根堂),. 부강당(富降堂) 등으로도 표기하기도 한다. 무속신앙에서 출발한 신당으로, 최남선은 태양신을 의미하는 ᄇᆞᆰ에서 발전한 표현이라고 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20여곳의 부군당이 있고, 부군당으로 보이는 신당까지 합치면 30여곳이 된다고 한다. 특히 한강을 끼고 있는 용산구에는 부군당이 많다. 산천동 이외에도 이태원, 동빙고, 한남제1, 환남제2, 청담동에도 부군당이 있다.

 

산천동 부군당 /박차영
산천동 부군당 /박차영

 

서울 경기지방의 부군당은 농촌지역의 서낭당과 비슷한 점이 있다. 무속적인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산천동 부군당에는 오른쪽에 신목(神木)으로 보이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제당 안에는 앞쪽에 부군 내외 상이 모셔져 있고 오른쪽 벽에는 세명의 제석신(帝釋神)이 모셔져 있다. 내외상(內外像)의 부군은 관복을 입고 앉아서 두손으로 홀을 잡고 있는 모양이고, 삼불제석신은 연꽃 위에 앉아 있는데 한명의 제석상은 뒤에 앉아 있다.

 

산천동 부군당 /박차영
산천동 부군당 /박차영

 

산천동 부군당은 용산 한강가 부군당으로는 가장 유명했다고 한다.

이 부군당은 마을의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하마다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물놀이 사고, 배의 침몰 사고 등 액운을 없애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 떡과 술 등을 마을신인 부군(府君)에게 바치며 치성을 드렸다.

400년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군당은 원래 산천동 한복판 저지대(산천동 173변지)에 있었는데 1990년대 말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마을 유지들의 노력으로 그 북동쪽 약 400m 지점인 현재의 자리로 옮겨 오게 되었다고 한다.

면적은 139.6, 재건 연도는 20001025일이다.

 

산천동 부군당의 부군상 내외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산천동 부군당의 부군상 내외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1988년 전까지는 음력 11월에 치제했으나 날씨가 춥기 때문에 3월로 옮겼다. 제일(祭日)은 매년 3월 초순 길일(吉日)을 택해서 치제(致祭)한다고 한다. 산천동 부군당의 제례는 산천당부군당보존회에서 매년 치른다.

제례에는 부군신을 모셔 놓고 당 앞에서 엄숙히 지내는데, 이때 용문동 남이장군 사당제의 꽃받이 행사를 곁들이게 된다. 꽃받이 행사는 종이로 만든 꽃을 받아가는 의식이다.

 

산천동 부군제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산천동 부군제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산천동 부군제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산천동 부군제 /용산구 원효로2동 블로그

 

산천동 부군당 근처 용문동에는 남이장군 사당이 있다. 남이장군은 1441(세종 23)에 태어나 17세에 무과에 급제해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여전족을 정벌한 1등공신으로 26세에 병조판서가 되었다. 하지만 유자광 일파의 모함으로 역모죄의 누명을 쓰고 27세의 나이에 한강변에서 처형되었다. 그후 1818(순조 18)에 관직을 되찾고 충무공 시호를 받게 되었다.

남이장군의 사당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약 300년전부터 사당을 지어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남이장군의 넋을 용산에서 모신 것은 이시애 난을 토벌할 당시 현재 삼각지 부근에서 정병 300명을 모병해 훈련시켰고 한강변 새남터에서 처형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남이장군 사당제 /문화재청
남이장군 사당제 /문화재청

 

용산구에서는 매년 음력 101일에 남이장군 사당제를 지내고 있다.

사당제가 시작되면 걸립패들이 농악을 울리며 집집마다 방문해 당제와 당굿에 소요되는 경비를 마련한다. 예전의 당굿에서는 꽃을 당집에 모셨다가 본당으로 모셔오는 영신의례로 꽃받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꽃등렬 행사로 발전해 산천동 당집에서 사당까지 행진하고 사당에서 제를 올린다.

남이장군사당제는 악공들의 제례음악에 맞추어 유식제례로 지내고 이어 무굿이 진행되는데, 강릉단오제나 은산별신제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 다만 장군행렬은 신꽃을 들고 마을을 한바퀴 돌아오는 것이 사실상 신의 마을 행차에 해당되는 것이다.

남이장군 사당제는 서울시 무형문화제 제20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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