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게임스톱 개미들, 프로의 손짓에 당했다
美 게임스톱 개미들, 프로의 손짓에 당했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03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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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대비 75% 하락…1월 27일 상승장 이끈 키스 질, 아마츄어 아니었다

 

127, 뉴욕 월스트리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게임스톱(GameStop)이란 게임 비디오 대여회사의 주가가 이날 무려 135%나 뛰었고,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 하려던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Melvin Capital)1월에 53%의 투자손실을 내야 했다. 이 소식을 전한 한국 언론들은 개미투자자들에 의해 거대 헤지펀드가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이 회사의 주식은 주당 347.51달러를 정점으로 급등락을 거듭하다 2월 들어 1일과 2일 각각 30%, 60% 하락해 2일 현재 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개미들이 승리했다고 축배를 들던 127일의 정점에 비해 75%나 하락한 것이다. 익명의 꾼이 흔든 신호를 따라간 개미들은 며칠 사이에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것이다.

 

게임스톱 주가추이 /위키피디아
게임스톱 주가추이 /위키피디아

 

그날 게임스톱 주식에 대해 사자’(buy) 바람을 일으킨 사람은 언론들의 추적에 의해 34살의 키스 질(Keith Patrick Gill)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1월말, 키스 질은 온라인 정보대화방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게임스톱은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가명은 DeepFuckingValue. FB자의 쌍욕을 좀 해야 이 동네에서는 통하는 모양이다. 그의 가명은 레딧에서 전문가로 통했고, 대화방 참여자들은 그의 손짓에 대거 게임스톱 주식 매입에 나섰다.

가장 타격을 입은 투자자는 숏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했던 헤지펀드였다. 1월초 주당 20달러 하던 게임스톱 주가가 26일 주당 147달러로 보름사이에 7~8배 올랐으니, 누가 봐도 매도를 할 시점이었다. 멜빈 캐피털과 같은 헤지펀드는 공매도(short sale)에 나섰고, 키스 질을 따르는 개미군단은 공매도 방해세력으로 등장했다.

헤지펀드와 개미군단의 첫 전투는 일단 개미군단의 승리로 끝났다.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주가가 치솟는 바람에 헤지펀드들은 높은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파는 결과를 초래, 손해를 보았다.

이날 게임스톱 폭등장은 키스 질이 불을 지르고,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부채질을 했다. 머스크는 장중에 자기네끼리 통하는 ‘Gamestonk!!’라는 단어를 트윗에 날렀다. stonk는 비속어인데 게입스톱 주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개미들의 우상인 머스크가 등장하자 주가는 미쳐 날뛰며 상승했다.

 

키스 질 /유튜브 Roaring Kitty 캡쳐
키스 질 /유튜브 Roaring Kitty 캡쳐

 

키스 질은 지난해부터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여 9월 현재 53,000 달러의 물량을 확보했다. 그의 보유주식 시가는 지난달 27일 정점일 때 무려 4,7973,298 달러에 이르렀다. 일약 천만장자가 된 것이다.

 

127일 개미군단의 반란을 주도한 사람은 처음에 아마츄어 투자자로 알려져 있었다. 곧바로 언론들이 DeepFuckingValue라는 가명의 실제 파악에 나섰다. 데일리메일, 로이터 등이 가명의 주인공이 키스 질이라는 사실을 밝혀 냈고, 키스 질은 지난주말 월스트리트 저널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언론들에 의해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키스 질은 아마츄어 투자자가 아니었다.

대학시절 /Stonehill College
대학시절 /Stonehill College

 

키스 질은 현재 34세로 2살 짜리 딸을 두고 있는 아버지로, 금융전문가다. 매사추세츠주 브록턴에서 태어나 2009년 스톤힐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 중거리 육상선수로 스타급이었다고 한다. 그는 운동중에 다쳐 육상을 그만두고 금융계에 입문했다.

그는 졸업후 매스뮤추얼(Massachusetts Mutual Life Insurance Company)이란 보험회사에서 금융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월스트리트의 자율감독기구인 FINRA에 그는 최근까지도 매스뮤추얼에 근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FINRA에 따르면, 그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들이 취득하는 시리즈 7, 시리즈 3, 시리즈 24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자격증은 주식 및 회사채의 거래, 상품 거래, 증권회사 지점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질은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이라는 개인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레딧에서는 처음에 욜로(YOLO)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번 뿐이야)라는 뜻으로, 한방의 대박을 쫓는 풍조의 약어다.

그는 어느 순간에 DeepFuckingValue라는 가명으로 등장했다. 그가 레딧에 제공하는 정보는 아마츄어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그가 제시하는 메모스톡(meme stocks)은 개미들의 투자를 이끌었다. AMC, 블렉베리(BlackBerry), 노키아(Nokia)가 그의 메모스톡에 제시한 종목들이었다.

 

질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개인투자자들을 지지하며 그들의 판단 능력을 도와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도 최근 며칠 사이에 손실을 보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게임스톱 주식을 매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Wall Steet Journal, Keith Gill Drove the GameStop Reddit Mania.

Wall Street On Parade, GameStop Promoter Keith Gill Was No “Amateur”

Wikipedia, DeepFuckingValue

Wikipedia, GameStop short squ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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