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튼후 유적지 발굴 그린 영화 ‘더 디그’
영국 서튼후 유적지 발굴 그린 영화 ‘더 디그’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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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기 영국 동부 앵글로 색슨족 지도자의 무덤 발굴에 얽힌 스토리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인 1939년에 무명 고고학자 바질 브라운(Basil Brown)이 영국 동부 해안지방인 서포크(Suffolk)의 서튼후(Sutton Hoo)라는 마을의 고분을 발굴했다. 고고학자 프레티(Edith Pretty)가 고분 토지를 매입해 발굴이 시작되었다.

고분 안에는 6~7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발견되었고, 배 한 가운데 시신을 안장한 묘실이 있었다. 묘실에는 앵글로색슨족의 왕으로 추정되는 피장자의 부장품들이 대량으로 출토되었다.

무덤의 배는 피장자가 사후에 천국에 갈 때 타기 위해 묻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야와 일본의 고분에서 배 모양의 토기가 발굴되는 것과 비슷하다.

 

서튼후 고분군 /위키피디아
서튼후 고분군 /위키피디아

 

넷플릭스가 새해 129일에 공개한 더 디그’(The Dig)는 서튼후 고분 발굴에 관한 실화를 토대로 한 영국 영화다. 발굴자 바질 브라운 역에는 레이프 파인스, 이디스 프레티 역에는 캐리 멀리건이 맡았다. 존 프레스턴(John Preston)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했으며, 시먼 스톤이 감독을 맡았다.

 

영국 동부 지역 /위키피디아
영국 동부 지역 /위키피디아

 

잉글랜드 섬에 게르만 일파인 앵글로 족과 색슨 족이 상륙한 것은 로마군이 퇴각한 후 4세기초부터였다. 그들은 원주민인 켈트족을 서쪽으로 내몰면서 잉글랜드 동부지방에 자리잡았다. 서포크 지방에는 동앵글리아 왕국(Kingdom of East Anglia)이 수립되어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상업활동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분은 동앵글리아 왕국의 왕으로 추정되는 피장자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서튼후에서 발굴된 헬멧의 모형 /위키피디아
서튼후에서 발굴된 헬멧의 모형 /위키피디아

 

서튼후 유적지에는 배의 흔적이 발굴되었다. 배는 썩어 없어지고 지면에 뚜렷한 흔적만 남았다. 그 내붇에 무덤(묘실)이 있었는데, 유해는 부패해 사라지고 부장품만 발굴되었다.

부장품으로는 손잡이와 그 끝이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검, 보석이 박힌 어깨 죔쇠, 황금 버클 등이 있다. 발굴된 유물 중에는 한 지갑 분의 금화를 비롯해 은 접시, 뿔 모양 잔, , 숟가락, 비잔티움에서 온 커다란 접시 등 실용적인 물건들도 나왔다. 스웨덴 양식의 훌륭한 투구와 이집트에서 온 청동 그릇, 방패, , 사슬 갑옷, 가죽신과 가죽 가방, 단풍나무로 만든 리라도 출토되었다.

서튼후 유물들은 앵글로색슨 족의 지도자가 얼마나 사치스럽게 생활했는지, 얼마나 먼 곳까지 해외무역을 했는지를 밝혀 주었다.

 

서튼후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위키피디아
서튼후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위키피디아

 

영국인의 뿌리는 앵글로색슨족이다. 이 유물의 발굴이 2차 대전 중에 영국인의 강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이 유적지와 유물은 역사에 대한 강렬한 욕구에 가득찬 인물들에 의해 발굴된다. 이디스 프레티는 부잣집 딸로 고고학을 전공한다. 1926년 에디스는 서튼후 일대를 매입하고 그곳에 산다. 그녀는 자신의 소유지에 있는 흙무덤들에 매료된다.

 

1939년, 바질 브라운에 서튼후에서 배를 7세기 배를 발굴하는 사진 /위키피디아
1939년, 바질 브라운에 서튼후에서 배를 7세기 배를 발굴하는 사진 /위키피디아

 

영화는 이디스가 천문학과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바질 브라운을 고용해 고분으로 추정되는 언덕 발굴을 맡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브라운은 발굴 도중에 흙벽이 무너져 깔리게 되고 간신히 구조된다.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1939년 브라운은 앵글로색슨 족의 배의 흔적과 숱한 부장품을 발견한다. 그의 발굴 소식이 알려지면서 캠브리지 대학의 고고학자 찰스 필립스(Charles Phillips)가 발굴현장을 찾아와 유적지와 유물의 중요성을 감안해 왕실 발굴단의 소속으로 발굴지를 접수해 버린다.

페기 피곳(Peggy Piggott)이란 여성 발굴자가 남편과 함께 발굴에 참여한다. 페기는 프랑크 왕국 메로빙거 왕조시절의 주화를 포함해 다양한 금화를 발굴한다. 필립스과 이디스 사이에 유물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필립스는 왕실 소유라고 주장하고, 이디스는 사유지에서 출토되었기 때문에 사유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분쟁은 최종적으로 출토 유물의 개인소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디스는 심장 이상의 건강 문제에 부딪친다. 2차 대전이 발발하고 이디스는 죽음에 임박해 유물들을 모두 대영박물관에 양도한다. 그러면서 아마츄어 발굴자인 바질 브라운의 공로를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유물은 2차 대전 시기에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런던 지하철 내에 숨겨졌다가 전후에 공개되었다.

 

영화는 처음에 여자 주인공 이디스 역으로 니콜 키드먼을 선정했다가 키드먼이 배역을 포기하는 바람에 캐리 멀리건에게로 돌아갔다.

양화는 대체로 발굴 스토리를 실화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이디스는 실제로 50대인데 30대의 젊은 여인처럼 등장했고, 캠브리지대 고고학자 필립스는 30대인데 50대처럼 그려졌다.

 

영화의 장면 /IMBd
영화의 장면 /IMBd
영화의 장면 /IMBd
영화의 장면 /IM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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