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들은 왜 바알 신앙을 배척했을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왜 바알 신앙을 배척했을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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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는 유일신 사상의 결과…외적 침략도 신앙으로 해석

 

구약성서 사사기는 히브리어로 지도자를 의미하는 ‘shophet’을 영어 ‘judge'로 번역했고, 국문번역과정에서 사사기(士師記) 또는 판관기(判官記)로 번역되었다. 따라서 사사기의 판관 또는 사사는 군사적 지도자, 정치적 지도자로 보면 내용의 이해가 수월하다.

여호수아에 의해 가나안을 정복한 이후 이스라엘 후손들은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지 못하고 부족(지파) 별로 독자적인 정치체제를 구축했다. 이스라엘은 단일지도자가 없이 부족연맹체를 유지하다가 이웃 종족의 공격을 받거나 지배를 당할 때에 지도자를 선출해 대항했다. 그 시기의 전승을 기록한 것이 사사기(Book of Judges).

 

사사기는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를 믿지 않고 타락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다. 야훼는 이스라엘 백성을 징계하기 위해 이방 군대를 동원시켜 압제에 시달리게 하고, 사사를 보내 구원하게 한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타락하고, 외적에 굴복해 고통을 받고 사사로 하여금 구원을 받는다. 사사기에는 10여명의 사사가 등장한다. 여자 지도자(사사)도 등장하는데 드보라(Deborah).

사사기에 이스라엘인들이 타락한 주요한 이유는 이방의 신 바알을 경배한 것이다. 사사기(2:11~13)이스라엘 후손이 바알 신들을 섬기어,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행동을 일삼으며, 주님을 진노하게 하시었다는 대목이 이를 설명한다.

 

바알 신이 그려진 우가리트의 석판 /위키피디아
바알 신이 그려진 우가리트의 석판 /위키피디아

 

그러면 야훼의 분노를 산 바알(Baal) 신은 어떤 존재일까.

바알은 중동의 동지중해 지역의 셈어로 주(lord)를 의미한다. 태양신이자, 폭풍을 몰고오는 신이며, 농업을 관장하는 풍요의 신이기도 하다. 농경민족에게는 절대적 신이다. 바알은 때론 하다드(Hadad)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초기에 다른 종족들과 섞여 살았다. 그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바알 신을 따르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바알 신에 접근했을 것이다. 야훼는 이를 참지 못했다. 구약성서에서 야훼는 엄격한 신으로 등장한다. 모세 이래 야훼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고 했다.

구약성서는 바알에 대해 혐오적으로 표현한다. 바알 신앙자들은 야만적인 인신공희(人身供犧)를 하는 것으로 성서는 비난한다. “그들은 제 자식을 바알에게 반제물로 불살라 바치고, 바알의 산당들을 세움으로써 죄를 저질렀다”(예레미아 19:5)고 했다.

하지만 야훼의 숭배자도 인신공희를 하는 장면이 구약성서에 나온다. 사사 입다(Jephthah)내가 암몬 자손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먼저 나를 맞으러 나오는 그 사람은 주님에게 번제물로 드리겠습니다고 했다. 입다가 암몬을 쳐부수고 돌아올 때 그를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그의 무남독녀 딸이었다. 입다는 주님에 서원한 것을 지켰고, 그 딸은 처녀의 몸으로 죽었다. (사사기 11:30~40)

야훼의 종교가 바알 신앙과 그다지 우위에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뚜렷이 없다. 다만 유일신앙을 지키면서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감에서 바알 신을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

 

바알 신앙자를 처형하는 그림 /위키피디아
바알 신앙자를 처형하는 그림 /위키피디아

 

유대교의 사사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민족이 패배할 경우 그것은 팔레스타인에서 숭배되는 풍요의 신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나안에 정책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종교지도자들의 요구가 큰 압박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야훼도 믿고 가나안의 신도 믿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훼의 종교는 단일 신만 믿으라고 했다. 유대 지도자들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처럼, 나중에 그리스나 로마처럼 다신교를 배척했기 때문에 민족의 흥망을 야훼의 숭배여부로 해석한 것이다.

 

우가리트의 바알 청동상 /위키피디아
우가리트의 바알 청동상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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