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약점을 가진 삼손과 치명적 여인 데릴라
치명적 약점을 가진 삼손과 치명적 여인 데릴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11 08: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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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가장 성경답지 않은 삼손 스토리…유대신화에서 출발한듯

 

삼손은 구약성서에 등장한 인물 중에 가장 흥미로운 소재의 하나다. 사사기(판관기)에 삼손은 사사의 하나로 나온다. 사사는 지도자로 군대를 이끌고 백성들의 분쟁을 조정하는 지도자인데, 삼손은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백성을 이끌고 전투를 하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침략자 블레셋을 격퇴했다. 사사는 왕이 등장하기 전에 모세와 아론, 여호수아를 이어 야훼의 대리인이었는데, 삼손에선 그런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삼손은 유대인들의 신화적 영웅이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처럼 힘이 세지만 현명하지는 못했다. 그는 여자에 약하고 속았다. 장사와 바보의 복합적 존재였다. 성서 연구자들은 이스라엘 신화를 성서에 삽입시킨 것으로 분석한다.

 

삼손의 스토리엔 힘, 욕망, 배반, 복수 등 인간사에 내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성서의 스토리 중에 많은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유명화가들의 그림 소재가 되었고, 영화로도 나왔다. 스토리 자체가 완벽하고 흥미롭다.

 

사자를 찍어버리는 삼손 (Peter Paul Rubens, 1628) /위키피디아
사자를 찍어버리는 삼손 (Peter Paul Rubens, 1628) /위키피디아

 

삼손은 야훼의 계시로 낳은 아들이므로 처음부터 신에 바쳐졌다. 그는 신전을 지키며 머리털을 자르지 않고, 술을 피하고, 죽은 것에 손을 대지 않는 계율을 지켜야 했다.

그의 괴력은 기적을 낳았다.

그는 이스라엘 여성이 아니라 블레셋 여성을 아내로 선택했다. 삼손은 아내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사자를 맨손으로 찢어 죽였다. 그가 죽인 사자의 시체에 꿀벌들이 모여 벌집을 지었다.

그는 여우의 꼬리에 횃불을 매달아 블레셋인들의 밭을 몽땅 불태워버렸다.

삼손은 블렛셋인들이 꽁꽁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냈다. 화가는 그는 나귀 턱뼈로 1천명의 블레셋인들을 죽였다.

가자로 간 삼손은 한 매춘부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가자 사람들은 삼손을 살해하기 위해 마을 문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매춘부의 집을 나온 삼손이 마을 문과 두 개의 기둥을 뽑아 어깨에 짊어지고갔다.

 

삼손의 머리털을 자르는 데릴라 (Josef Worlicek, 1844) /위키피디아
삼손의 머리털을 자르는 데릴라 (Josef Worlicek, 1844) /위키피디아

 

그는 여자에게 약했다.

삼손은 블레셋 여인과 결혼하면서 피로연에서 블레셋인들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블레셋인들은 삼손의 아내를 회유해 남편에게서 수수께끼의 답을 얻어달라고 했다. 그녀는 삼손 앞에서 흐느껴 울면서 답을 가르쳐 달라고 달라고 했다. 삼손은 바보같이 그 답을 가르쳐 준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들릴라(Delilah)와 관련된 대목이다. 블레셋인들은 들릴라를 이용해 삼손의 힘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려했다. 삼손은 그녀가 물을 때마다 삼손은 매번 거짓으로 대답했으나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비밀은 긴 머리털을 자르면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을 때 삼손은 난생 처음으로 머리털을 잘려 힘을 잃었다. 블레셋인들은 그의 눈을 멀게 하고 방아를 돌리는 노예로 부렸다.

 

노예로 끌려가 멧돌을 돌리는 삼손 (Carl Bloch, 1863) /위키피디아
노예로 끌려가 멧돌을 돌리는 삼손 (Carl Bloch, 1863) /위키피디아

 

들릴리(데릴라)의 꼬임에 빠져 머리카락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는다. 다음날 들릴라는 삼손이 자신의 무릎 위에서 잠든 사이에 그의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다. 그때 블레셋인들이 들릴라의 집에 들이닥쳐 삼손의 두 눈을 뽑아버렸다. 그들은 삼손에게 청동족쇄를 채우고 큰 맷돌을 돌리는 노예신세로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삼손의 머리카락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블레셋인들은 그들의 다곤(Dagon) 신의 제삿날에 삼손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그를 신전으로 끌고 왔다. 삼손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전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에 몸을 기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삼손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기둥을 밀어 냈다. 그 순간 두 개의 기둥이 쓰러지며 돌로 된 지붕이 신전 안에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다. 이때 삼손은 돌에 깔려 죽었으나, 그가 무너뜨린 신전에 깔려죽은 블레셋인들이 살았을 때에 그가 죽인 자보다 더 많았다고 사사기를 전한다.

 

다곤 신전을 무너뜨리는 삼손 /위키피디아
다곤 신전을 무너뜨리는 삼손 /위키피디아

 

삼손의 이야기는 종교적 관점에선 큰 의미를 주지 않는다. 바보 같은 힘센 자의 스토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가, 작가, 작곡가들은 삼손에 매료되었다. 시인 존 밀턴은 투사 삼손’(Samson Agonistes)이란 시를 썼다. 화가들은 삼손이 사자를 죽이고, 나귀 턱뼈로 적을 살육하고, 가자의 성문을 옮기는 회화와 조각을 많이 제작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여행용 가방 쌤소나이트(Samsonite)도 삼손에서 딴 브랜드다. 창업자 제시 슈웨이더 (Jesse Shwayder)는 독실한 크리스챤이었는데, 1910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성경의 삼손(Samson)에서 착안해 쌤소나이트란 브랜드를 내고, 나중에 회사이름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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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릴라 2021-03-23 02:08:14
매국노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