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점령기에 인간적 삶 그려낸 영화 ‘건지…’
나치 점령기에 인간적 삶 그려낸 영화 ‘건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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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데올로기보다 우월한 인간성 추구

 

건지섬(Guernsey island)은 영국 해협에 있는 섬으로 잉글랜드 섬보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더 가까이 있다. 면적은 65, 여수 돌산도 정도이고, 인구는 2019년에 6만명이다. 이 섬은 영국의 정식 영토는 아니고, 영국 왕실의 소유다. 왕실이 파견하는 총독이 다스리고, 국방과 외교는 영국에 맡기고, 내정과 사법, 의회는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섬 주민은 영국에 투표권이 없으며, 영국 의회에 대표자를 보내지 않는다. 건지 파운드를 독자적으로 인쇄해 유통하지만, 영국 파운드와 동일한 가치로 거래된다.

노르망디공 윌리엄 1세가 935년 영국 왕이 되었을 때 봉토였고, 노르망디가 프랑스에 점령되었을 때에도 영국 왕실은 이 섬만은 지켜 마지막 노르망디 공작령으로 남았다.

이 섬은 2차 대전 때인 1940년 독일 나치에 점령당했다. 나치 침공에 앞서 영국은 섬의 어린이를 영국으로 이동시켰다. 독일 점령기에 나치는 무고한 주민 1,000여명을 독일 수용소로 끌고갔다. 섬은 19455월에 해방되었다.

 

건지섬의 위치 /위키피디아
건지섬의 위치 /위키피디아

 

나치 점령기에 이 섬의 시련과 인간 관계의 변화를 그린 영화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이다. 마이크 뉴웰(Mike Newell) 감독에 2018년 영국, 미국, 프랑스의 합작 영화다.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주인공 줄리엣 애쉬튼(릴리 제임스)의 작가적 관심과 사랑이 관통하면서 전쟁과 나치 치하에서 인간들의 삶이 투영된다.

 

영화가 의도하는 진짜 주인공은 엘리자베스다. 런던의 여류작가 줄리엣 애슈튼이 건지섬에 가서 집중적으로 캐묻고 알아 내려는 게 엘리자베스란 여인의 존재다.

 

나치 점령군이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건지섬의 돼지를 몰수하는 바람에 섬 주민들은 감자 껍질로 연명한다. 어느날 섬 사람들은 몰래 키우던 돼지로 파티를 열고 귀가를 하는데 독일군에 들키게 된다. 네 명의 주민들은 얼떨결에 독서모임을 하다 왔다면서 그 모임 이름을 감자껍질파이라고 둘러댔다. 이를 계기로 엘리자베스, 에번 램지, 이솔라 프리바, 도시 애덤스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열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섬세하고 인간적인 독일군 병사 크리스티안 헬만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북클럽에 데려온다. 엘리자베스를 딸 같이 여기는 에밀리아 모거리는 엘리자베스가 독일 남자와 사귀는 것을 미워한다. 에밀리아는 1차 대전 솜 전투에서 남편을 잃고 딸도 독일군 폭격에 유산하고 죽었다.

엘리자베스는 크리스티안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고 딸 키트를 낳는다. 그 사실이 독일군 상부에 알려지며 크리스티안은 독일로 끌려가던 중에 보트가 피격당해 죽는다.

엘리자베스는 건지섬 요새 건설에 동원되었다가 탈출한 포로를 숨겨준다. 그녀는 아기를 도시 애덤스에게 맡기고 포로 탈출을 돕던 중던 중에 한 주민의 고발로 발각된다. 포로는 피살되고 엘리자베스는 독일 어딘가로 끌려간다.

도시 애덤스는 엘리자베스가 낳은 아이 키트를 키운다. 키트는 도시를 아빠라 부르며 따른다.

 

영화의 장면 /위키피디아
영화의 장면 /위키피디아

 

전쟁이 끝나고 독서클럽의 멤버인 도시 애덤스가 작가 줄리엣 애슈튼에게 편지를 보내 건지섬에 와달라고 초청했다. 줄리엣은 건지섬으로 가려고 배를 타기 전에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 마크 레이놀즈에게서 청혼을 받는다.

줄리엣은 건지섬 북클럽에서 명사로서 대접을 받는다. 줄리엣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멤버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겠다고 제의하는데, 에밀리아가 딱 잘라 거절한다. 자신들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서.

여기서부터 줄리엣의 작가적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녀는 니치 점령기의 역사를 뒤지고, 사람들에게 당시 얘기를 들으며 그들 사이에 얽힌 사연들을 맞춰 나간다. 가장 큰 궁금증은 엘리지베스였다. 여관집 주인은 엘리자베스가 독일군에 몸을 팔아 비싼 것을 얻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도시는 엘리자베스가 크리스티안을 사랑했고, 크리스티안은 독일로 돌아가던 중에 배가 침몰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에밀리아는 자신이 엘리자베스를 미워해 독일로 끌려갔다는 자책감에 빠져 있었다. 도시는 엘리자베스를 고발한 주민을 폭행하다가 3주 징역을 살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고발자는 동네에서 왕따가 되어 있었다.

줄리엣은 약혼자 마크에게 엘리자베스의 소재를 알아달라고 요청했다. 마크는 건지섬으로 와서 엘리자베스가 독일 라벤스부뤼크 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엘리자베스느는 수용소에서 한 소녀가 독일군에 매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 말리다가 총살을 당했다는 것이다.

 

독일 라벤스브뤼크 수용소 /위키피디아
독일 라벤스브뤼크 수용소 /위키피디아

 

줄리엣은 마크와 헤어진다. 그리고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건지섬의 이야기를 쓰지만 출간하지는 않는다. 줄리엣은 책의 사본을 북클럽에 보낸다. 줄리엣은 도시 애덤스와 결혼한다. 내재적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겉으로 드러난 주인공 줄리엣이 마지막 부분에서 어색하게 그려졌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장면 /위키피디아
영화의 장면 /위키피디아

 

건지영화는 민족이니, 국가나 하는 거창한 이념적 요소를 배제하고 인간성에 집중했다. 엘리지베스는 감성적이고 선량한 독일인 크리스티안을 사랑했고 탈출하는 포로를 도왔고 수용소에서 매맞는 아이를 보호하려 했다. 도시는 엘리자베스를 마음 속으로 사랑했지만 독일인과 사랑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고 그녀가 낳은 딸을 아무런 조건 없이 키웠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점령군에 고발하는 자가 있고, 엘리자베스의 행위를 미워하다가 후회하는 에밀리아도 있었다.

전쟁이 끝나도 건지섬엔 이런 감정들이 얽히면서 주민들 사이에 전쟁은 지속되고 있었다.

 

독일군이 건설한 건지섬 요새 /위키피디아
독일군이 건설한 건지섬 요새 /위키피디아

 

2008년 동명의 소설이 매리 앤 샤퍼와 애니 배로스에 의해 출간되었다. 영화는 이 소설을 토대로 했다. 여주인공으로 당초 영화 타이태닉의 주인공이었던 케이트 윈슬렛이 캐스팅되었으나 윈슬렛이 포기하는 바람에 릴리 제임스에게 돌아갔다. 넷플릭스가 2018년에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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