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사사기(17~18장)에 미가(Micah)와 단 지파(Tribe of Dan)에 관한 내용이 있다. 내용은 크게 둘로 나눠져 있다. 에브라임 사람 미가가 우상을 만드는 내용(17장)과 단 지파가 우상을 빼앗아 북쪽 라이스(Laish)를 공격해 새 영토를 만든다는 내용(18장)이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져 있다.

그런데 이 텍스트에서 이상한 점은 유대인의 율법을 어긴 사람들이 아무런 죄값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가는 어머니의 돈을 훔쳤고, 우상과 신물을 제작했고, 단 지파는 그 우상을 빼앗아 섬기고 평화롭게 사는 라이스 사람들을 공격해 땅을 빼앗았다. 모두 유대 율법에 의해 금지된 사항이다. 특히 우상숭배와 도둑질은 모세가 야훼에게서 받아온 십계명의 분명한 위반이다. 그런데도 사사기에선 이런 죄를 지은 어느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미덕으로 간주된다. 모세 때에 황금송아지를 만든 이스라엘인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사기 전반부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웃 부족의 신과 우상을 숭배하면 다른 민족을 동원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사사기 후반부에 우상을 만든 미가와 그의 어머니, 이를 섬긴 단 지파에 대해서는 남의 이야기인양 슬그머니 넘어갔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도 없다.

 

 

제3자의 눈으로 구약성서를 보면 이 대목에선 분명히 오류가 있다. 야훼는 미가와 단 지파를 처벌했어야 했다. 모세를 비난했다고 해서 누이에게 전염병을 앓게 하고 언약궤를 들여다보았다고 죽임을 내린 야훼는 이 대목에서 왜 가만 있었을까. 구약성경에 가끔 보이는 옥의 티라고 할수 있다.

사사기 17장 미가의 우상(Micah's idols)은 모순 투성이다.

① 미가는 아머니 돈 1,100 세겔을 훔친다. 어머니는 자신의 돈을 훔친 사람을 저주했다. 미가가 자신이 그돈을 가져갔다고 자백하니, 어머니는 용서하고 아들에게 돈을 돌려주면서 우상을 만들라고 한다.

② 어머니는 그 돈 중에 200세겔로 은을 사서 우상을 만들고 집에 둔다. 미가는 자신의 아들을 제사장으로 삼는다. 성경에는 레위 지파만이 제사장이 되도록 규정했는데, 에브라임 지파가 제사장을 맡는 것은 모순이다.

③ 미가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레위 지파의 사람에게 제사장을 맡아 달라고 한다. 레위 지파는 야훼를 모시는 사제 집단이다. 우상을 받들어선 안 되는 레위인이 우상을 섬기는 제사장이 된다.

 

 

18장은 단 지파에 관한 내용이다. 단 지파는 유산으로 받은 땅이 없다고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여호수아기에 단 지파는 해안 지역에 토지를 할당받았다.(여호수아기 19:40~48) 왜 사사기에 단 지파에 땅이 없어졌는지 설명이 없다. 다만 전후 맥락을 파악하면 이웃 블레셋이 단 지파의 영토를 위축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삼손(Samson)은 단 지파의 사람이고 삼손이 죽은 후 단 지파가 블레셋의 강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단 지파는 5명의 용사를 뽑아 새로운 터전을 물색하러 파견한다. 그들은 이스라엘 동북쪽 끝에 있는 라이스가 지파가 살 땅으로 낙점하고 돌아와 단 사람들에게 보고한다. 단 지파는 600명의 군대를 차출해 라이스를 점령하러 파견한다.

 

 

그들이 미가의 집 근처를 지나면서 은으로 만든 우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우상을 빼앗고 레위인 사제도 데려간다. 미가와 그의 무리들이 쫓아와 우상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무력으로 제압한다. 단 지파의 군대는 평화롭게 살고 있는 라이스의 사람들을 도륙하고 성을 불살라버린다. 살아남은 자는 노예로 만들었다.

그들은 라이스를 지파의 이름을 따 단(Dan)이라고 명명했다. 단 지파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우상을 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