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인 첩의 죽음과 도덕 불감증, 더러운 전쟁
레위인 첩의 죽음과 도덕 불감증, 더러운 전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13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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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윤간, 시신훼손, 납치혼, 자기기만 등 부도덕으로 점철된 대목

 

구약성서 사사기 마지막 부분(19~21)에 한 레위인 첩의 죽음과 그 사건을 둘러싼 이스라엘 지파의 내전에 관한 스토리가 나온다. 성서는 왕이 없던 시절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유대의 세계에 부도덕하고 명분 없는 전쟁으로 점철되는 모습을 그렸다. 사사기의 마지막 세 장은 가르침도 없다. 도덕과 윤리는 사라지고, 야수와 같은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 레위 남자가 장인 댁에서 첩을 데려오는 길에 날이 저물어 베냐민 지파의 땅 기브아 (Gibeah)에서 한 노인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때 베냐민 지파의 사내들이 몰려와 레위 남자에게 동성애를 요구하며 겁박한다. 레위 남자는 자기 대신에 첩을 밖으로 내보내 그 남자들에게 주었다.

레위인은 제사장 지파다. 야훼를 모시는 신실한 지파의 남자가 자신이 위태롭다고 첩을 불량배들에게 내 준 것이다. 죄악의 원천은 레위 남자에게 있다.

베냐민 지;파의 불량배들은 첩을 윤간했다. 다음날 아침에 첩은 남편이 머무는 집 앞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레위 남자는 첩의 시신을 나귀에 싣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첩의 주검을 열두 토막을 내고 이스라엘 각 지파에 보냈다. 시신 훼손이다. 아무리 수천년전 고대인이라 하지만 이런 잔혹한 행위로 복수를 부추길수 있는 것일까.

사태가 여기까지 온 근원은 자신이 살기 위해 첩을 내준 것인데, 레위인은 자신의 비겁함을 감추었다. 그는 달려온 지파 대표들에게 그날 밤 기브아 사람들이 나를 해치려고 내가 묶고 있던 집을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나를 죽이려 하였으나 나 대신에 내 첩을 폭행하여 그가 죽었습니다.”고 일러바쳤다. 레위인은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첩을 내준 것은 말하지 않았다.

 

레위인 첩의 죽음 (A.F.Caminafe, 1837) /위키피디아
레위인 첩의 죽음 (A.F.Caminafe, 1837) /위키피디아

 

베냐민 지파를 제외한 이스라엘 11개 지파가 레위인의 얘기를 듣고 군대를 조직해 베냐민 지파를 공격하기로 했다. 남편이 있는 여성을 무참하게 윤간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기브아 불량배들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 때문에 내전이 벌어졌다. 기브아 불량배를 두둔하는 베냐민 지파와 그들을 처벌하려는 11개 지파의 동맹군은 세 차례의 전투를 벌인다.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야훼는 등장하지 않는다. 동맹군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전투에서 베냐민 지파에 패한후 야훼에게 동족상잔을 계속할 것인지 묻자, 야훼는 싸우러 가라, 내가 그들을 너희 손에 넘겨 주겠다며 동맹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세 번째 전투에서 매복으로 동맹군이 베냐민 지파를 격퇴한다.

이 내전은 구약성서의 각 지파간 첫 번째 내전이다. 레위인 첩을 윤간한 불량배를 처벌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 명분이 12개 지파중 하나를 멸종시킬 정도로 중차대했을까. 어쨌든 유대인들은 더러운 전쟁에 뒤얽혀 베냐민 지파를 전멸에 가까운 살육을 감행한다.

 

11개 지파 사람들은 살아남은 베냐민 지파에 딸을 시집보내지 않기로 맹세한다. 그리고 나서 11개 지파는 뒤늦게 후회한다. 자신들이 한 지파를 없앴다는 회한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베냐민 지파를 복원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그들이 연구한 방안도 원시적이고, 부도덕하다.

첫 번째는 전쟁에 가담하지 않은 부족을 찾아내 남자를 죽이고 여자만 살려 베냐민 지파의 남자들에게 보내는 방법이었다. 총회를 열었다. 참가하지 않은 부족을 찾아보니, 길르앗의 야베스 주민이었다. 11개 지파는 야베스(Jabesh)의 주민을 남자는 모두 죽이고, 남자와 동침한 일이 있는 여자를 모두 죽였다. 야베스 주민 가운데 남자와 한번도 자보지 않은 여자만 골라 베냐민 지파의 살아남은 남자에와 결혼 시킨 것이다.

자신의 딸을 베냐민 지파의 남자와 결혼시키지 않기 위해 야베스의 남자와 그들의 아내는 죽어야 했다. 이러한 만행에 야훼는 침묵했다.

그래도 베냐민 지파 남자들에겐 여자가 모자랐다. 또다른 방법이 고안되었다. 언약궤가 모셔진 실로(Shiloh)에는 매년 주님의 축제가 열리는데 그 축제에 참여하는 여성들에 대해 베냐민 남자들의 납치혼을 허용한 것이다.

11개 지파는 베냐민 사람들에게 실로의 처녀들이 춤을 추러 나오면 달려가 처녀들을 하나씩 붙들어 아내를 삼아 베냐민 땅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11개 지파는 자신들의 딸이 납치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베냐민에게 결혼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 되고, 베냐민 지파는 여자를 얻게 되는 두 가지 목적이 달성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기기만이다.

베냐민 일파인 기브아 불량배들이 레위의 첩을 납치, 폭행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킨 그들이 자기네 딸들의 납치를 베냐민 지파에 허용하는 배신적인 행위를 정당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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