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에 숨은 형사취수 제도…다윗과 예수의 조상
룻기에 숨은 형사취수 제도…다윗과 예수의 조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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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유목민의 결혼풍습 드러나

 

구약성사 사사기와 사무엘기 사이에 룻기(Book of Ruth)가 짧게 삽입되어 있다. 룻기는 시어머니 나오미(Naomi)가 과부가 된 며느리 룻(Ruth)에게 좋은 신랑감을 구해주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엮어져 있다. 또다른 측면에서 룻기는 유대인들의 형사취수(兄死娶嫂) 관행을 드러내고, 다윗왕과 예수 그리스도로 이어지는 조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오미의 두 며느리 중 오르바는 돌아가고 룻은 시어머니에게 남는다. (William Blake, 1795) /위키피디아
나오미의 두 며느리 중 오르바는 돌아가고 룻은 시어머니에게 남는다. (William Blake, 1795) /위키피디아

 

사사(판관)의 시대에 베들레헴 출신의 남자 엘리멜렉이 흉년이 들어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 말론과 기론을 데리고 모압 지방으로 이주해 살게 되었다. 두 아들은 모압족의 여성과 결혼했는데, 그 뒤 세 남자가 모두 죽어 과부 셋만 남게 된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며느리 오르바는 모압에 남기로 하지만 다른 며느리 룻은 나오미와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룻에게도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라고 한다. 룻은 시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를 따라간다. 룻은 시어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친척인 보아스의 밭에 가 이삭줍기를 한다. 시어머니는 부유한 지주 보아스에게 며느리 룻을 시집보낸다는 이야기다.

 

보아스 밭에서 룻이 이삭을 줍고 있다 (Julius Schnorr von Carolsfeld, 1828) /위키피디아
보아스 밭에서 룻이 이삭을 줍고 있다 (Julius Schnorr von Carolsfeld, 1828) /위키피디아

 

신명기(25:5~10)에 모세는 이렇게 말한다.

형제들이 함께 살다가 그 가운데 한사람이 아들이 없이 죽었을 때에, 그 죽은 사람의 아내는 딴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지 못한다. 남편의 형제 한 사람이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 그의 남편의 형제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서 그 여자가 낳은 첫 아들은 죽은 형제의 이름을 이어받게 하며, 이스라엘 가운데서 그 이름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룻기에서 시어머니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돌아가다오, 며느리들아. 내가 재혼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설령 나에게 어떤 희망이 있다거나 오늘 밤 내가 남편을 맞아들여 아들들을 낳게 된다서 하더라도 너희가 그것들이 클 때까지 기다릴 셈이냐.”

유대인의 관습상 며느리는 가문을 떠나야 다른 남자와 결혼할수 있다. 그 집에 남아 있으면 남편의 동생과 결혼해야 한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늙어 아들을 낳을수 없다고 한탄한다. 그게 머느리들에게 집안을 떠나라고 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룻은 시어머니를 따라 온다. 그런데 룻에게 남편을 구해줄 방법이 생겼다. 그것은 친척인 보아스(Boaz)와 결혼시키는 것이다. 보아스가 룻의 남편 말론과 사촌관계인지에 대해 룻기에 설명되어 있지 않다. 룻기에는 단지 보아스가 룻의 시아버지 일리멜렉의 집안 간이라고만 서술되어 있다. 유대인 연구자들은 보아스가 남편과 사촌관계일 것으로 추정한다. 유대인의 율법에 친동생이 없으면 사촌동생이 과부가 된 형수를 취할 수 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보아스가 잠자리에 들 때에, 너는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발치에 들치고 누워라고 말한다. 발치(feet)는 성기의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하는 이가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보아스를 유혹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 보아스가 룻이 자기 발치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겠소라고 말한다. 보아스가 형수를 아내로 맞겠고 밝힌 것이다. 보아스는 친척들과 의논해 엘리멜렉 집안의 재산을 사들이고 룻과 결혼한다.

 

룻과 보아스의 추수((Jean Françis Millet, 1850–1853) /위키피디아
룻과 보아스의 추수((Jean Françis Millet, 1850–1853) /위키피디아

 

룻기는 또 모압(Moab)족과 같은 이민족이 유대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민족이라도 유대의 율법을 받아들일 경우 유대인이 될수 있다. 룻이란 모압 여인은 그 대표적인 사람이다.

룻기는 또 유대인의 족보를 설명한다. 보아스와 룻은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세를 낳고, 이세는 다윗을 낳았다. 즉 보아스는 다윗왕의 증조할아버지다. 또 다윗왕의 후손이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

 

이삭줍기 (Jean Françis Millet, 1857) /위키피디아
이삭줍기 (Jean Françis Millet, 1857) /위키피디아

 

룻기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이야기다. 유대인들은 매년 오순절 축제 때 룻기를 읽고, 결혼식때에도 룻기를 낭독한다.

룻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는 룻의 이삭줍기를 모티브로 유명한 이삭줍기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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