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판관 사무엘, 왕권에 권력 이양하다
마지막 판관 사무엘, 왕권에 권력 이양하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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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과 왕권의 대립…장로들 요구에 사사 시대 끝나고 왕권 시대로

 

구약성서 사무엘기에 나오는 사무엘(Samuel)은 마지막 사사(판관)이다. 그는 아론과 모세의 직계는 아니지만 제사장을 이어온 레위 지파 소속이다. 사무엘기에는 그가 에브라임 지파의 땅에 살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지만(사무엘상 1:1), 역대지에는 레위지파의 후손으로 기록되어 있다.(역대지상 6:16~30) 즉 에브라임 지파에 배속된 레위지파의 일원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 사사(판관)이라는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었다. 사사는 신권을 대표해 야훼를 대신해 통치한다는 명분을 얻었다.

사무엘이 사사로 있을 때 신권을 대표하는 사사와 군주를 선출하려는 왕권파의 대립이 나타난다. 신권통치에서 왕권통치로 넘어가는 과정에 사무엘은 마지막 사사로 등장한다.

 

사무엘은 야훼의 점지로 태어난다. 아버지 엘가나(Elkanah)에겐 두 아내가 있었는데, 그중 한나(Hannah)는 아이가 없었다. 한나는 야훼를 모시는 실로(Shiloh)의 신전에서 아이를 낳아 달라고 기도했고, 야훼가 기도를 받아들여 아들을 낳으니 사무엘이다. 사무엘은 신전에 봉헌되었다.

당시 사사는 엘리(Eli)였는데, 엘리의 두 아들이 탐욕스러웠다. 엘리의 아들들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언약궤도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신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이 있었다고 볼수 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언약궤는 최고의 성물인데 이를 빼앗긴 엘리와 그의 아들은 야훼의 벌을 받아 죽게 된다. 패전한 사사의 집안이 쫓겨나고 새롭게 부상하는 사무엘이 신권을 대리해 통치자로 부상한 것이다.

 

어머니 한나가 사무엘을 사사 엘리에게 넘기고 있다. (Gerbrand van den Eeckhout, 1665) /위키피디아
어머니 한나가 사무엘을 사사 엘리에게 넘기고 있다. (Gerbrand van den Eeckhout, 1665) /위키피디아

 

사무엘이 사사로 통치할 때 신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타난다. 장로들이다. 구약성서에는 사무엘의 두 아들이 돈벌이에만 정신이 팔려 뇌물을 받고서 치우치게 재판을 했기 때문에 장로들이 불만을 제기했다고 설명한다. (사무엘상 8:1~6)

사무엘은 장로들의 도전에 반대론을 펼친다. “왕은 당신들의 아들들을 군대로 끌고 가고, 부역을 시키고, 세금을 걷을 것이다고 왕권의 신설을 만류한다. 하지만 사사도 전쟁이 일어나면 병력을 차출하고 부역을 시키고 세금을 걷는다. 따라서 사무엘의 반대론은 명분이 약하다.

사사의 리더십은 각 지파의 독립성과 자치권을 인정하고 신권. 즉 종교 이데올로기로 통치하는 것이다. 임시적 지도자였기 때문에 외적이 쳐들어올 때엔 대응력이 취약하다. 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각 촌락의 지도자(장로)들은 상설 정부를 원했다. 고대의 정부는 군주제를 의미한다.

사무엘의 만류에도 장로들은 우리도 이방의 나라들처럼 우리의 왕이 우리를 이끌고 나가서 전쟁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무엘은 장로 세력에게 밀린다. 성서는 이를 야훼의 말씀으로 포장한다. 야훼는 사무엘에게 너는 그들의 말을 받아들여서 그들에게 왕을 세워주어라고 지시한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왕으로 임명하고 있다. (Salvator Rosa, 1668) /위키피디아
사무엘이 사울에게 왕으로 임명하고 있다. (Salvator Rosa, 1668) /위키피디아

 

첫 번째 왕은 베냐민 지파에서 선출된다. 사울(Saul)이다.

사무엘기에 사울의 국왕 추대는 야훼가 점지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구약성서엔 사울이란 목동이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우연하게 사무엘을 만나 왕으로 추대되는 것으로 그려졌다. 성경은 신을 중심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했을 것이다. 신권의 대표자인 사무엘이 야훼의 지시를 받고 사울을 왕으로 추대한다.

사울은 힘이 센 사람이다. 성경에는 사울에 대해 잘 생긴 사람이고 키도 보통사람보다 어깨 위만큼 컸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그친다.(사무엘상 9:2) 그는 훌륭한 군사지도자였다. 요단강 동쪽의 암몬족이 쳐들어왔을 때 사울은 순식간에 제압한다.

사울의 국왕추대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서에는 그들을 불량배(worthless paople)라고 표현했지만 아마도 베냐민 이외의 지파였을 것이다. 특히 다른 지파에 비해 세력이 강하고 독자성이 강한 유다 지파였을 가능성도 있다.

암몬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 사무엘은 백성들의 추앙을 받아 이스라엘 초대 국왕에 오르게 된다.

 

사울이 국왕에 오른 후 신권의 대표자 사무엘은 지도자(사사)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무엘은 국왕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사무엘의 고별사에 그런 우려가 가득하다.

주님이 세우신 왕 앞에서 나를 고발할 일이 있으면 하십시오.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은 일이 있습니까. 내가 누구를 속인 일이 있습니까. 누구를 억압한 일이 있습니까. 내가 누구한테서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준 일이 있습니까.” (사무엘상 12:3)

사무엘은 그러면서도 사울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이제 당신들이 뽑은 왕이 주님에 순종하지 않고 주님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주님께서 손을 들어 조상들을 치신 것처럼 당신들을 쳐서 멸망시킬 것입니다.”

사무엘은 여차하면 사울을 교체할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아직까지 왕권이 신권을 완전하게 누르지 못한 상태임을 반증한다. 후에 사무엘은 야훼의 이름으로 사울을 교체하고 다윗을 국왕으로 옹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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