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재판’과 비슷한 인도-중국의 버전
‘솔로몬의 재판’과 비슷한 인도-중국의 버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21 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류 공통의 모정에 관한 민담, 전설등에 산재…모정에 대한 심리적 판단

 

구약성서 열왕기에 나오는 솔로몬의 재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스토리다. 솔로몬왕이 주님에게서 지혜로운 마음을 얻은 대목 다음에 이 스토리가 삽입되어 있다. 솔로몬이 지혜로운 왕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두 여인이 왕에게 왔다. 여인들은 한 이아를 놓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했다. 두 여인은 서로 아이를 낳았는데, 한 여자가 잠을 자다가 자기 아이를 깔아 뭉겨 아이는 질식사했다. 그여자는 다른 여자의 아이를 훔치고 자신의 죽은 아이를 그 여인의 옆에 두었다. 다른 여인이 일어나 보니, 자신의 아이는 없고 죽은 아이가 옆에 누어 있었다는 것이다. 두 여인은 살아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이고, 죽은 아이가 다른 여인의 아이라고 주장했다.

왕은 신하들에게 칼을 가져 오라고 해 칼로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나누어서 서로 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아이의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애원했고, 다른 여자는 차라리 나눠 가지자고 했다.

왕은 아이를 죽이지 말고 아이를 양보한 여인에게 주라고 명령했다. (열왕기상 3:16~28)

 

솔로몬의 재판 (Gaspar de Crayer, 1620) /위키피디아
솔로몬의 재판 (Gaspar de Crayer, 1620) /위키피디아

 

이 이야기는 솔로몬의 재판이라는 유명한 문구를 만들었다. 이 스토리에서 지혜로운 판단을 솔로몬이 판단이라고 한다.

솔로몬의 재판에 등장하는 두 여인은 창녀다. 둘은 한 집에 산다. 아마 유곽일 것이다. 아이를 만든 남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솔로몬의 재판 (Frauenberg, Styria) /위키피디아
솔로몬의 재판 (Frauenberg, Styria) /위키피디아

 

솔로몬의 재판과 유사한 스토리는 전세계 민담에 많이 등장한다. 독일의 성서학자 후고 그레스만(Hugo Gressmann)은 세계 민담 가운데서 유사한 스토리 22개를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와 중국의 설화이다.

인도 버전은 힌두교와 불교 설화에 등장한다. 여자로 분장한 약시니(Yakshini) 신이 한 여인의 아기를 유괴했다. 여인은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고, 약시니도 자기 아이라고 우겼다. 현자 모하사다(Mahosadha)가 재판에 나섰다. 현자는 선을 그어 양측에 여인과 약시니를 세우고 서로 아이를 붙잡고 잡아 당기라고 했다. 아이의 생모는 아이가 다칠까 봐 아이를 놓아버렸다. 현자는 그 여인을 생모라는 판단을 내리고 약시니를 쫓아버린다.

인도에서는 과부가 된 한 남자의 처첩이 한 아이를 놓고 싸우는 스토리로 변형된 것도 있다.

 

솔로몬의 재판 (Frans Floris, 1647) /위키피디아
솔로몬의 재판 (Frans Floris, 1647) /위키피디아

 

중국에서는 원()나라 때 쓰여진 회란기(灰闌記)란 희곡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당(海棠)이란 처녀가 집안이 몰락해 유곽으로 팔려간다. 그는 마원외(馬員外)라는 부자의 눈에 들어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는다. 마원외의 본처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이 악처는 재산을 모두 빼앗길 것을 두려워 해 남편을 살해한 후, 해랑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감옥에 넣었다. 그리곤 해랑의 아이도 자기가 낳았다고 주장했다.

판관 포증(包拯)이 이 사건을 재판하면서 석회로 원을 그리고 그 아이를 원 안에 놓았다. 포증은 악처와 해당을 원 밖에 서게 하고 아이를 원 밖으로 끌어낸 사람이 가져가는 것으로 정했다. 이 스토리도 인도 버전과 마찬가지로 생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것으로 끝난다. 명판관 포증은 아이를 해당에게 주고 악처를 처벌한다.

 

비슷한 스토리는 메소포타미나의 수메르 전설에도 있다. 성서 연구자들은 솔로몬의 재판도 가나안 지역에 떠도는 민담을 성서 저술자들이 솔로몬의 것으로 삽입한 것으로 해석한다.

솔로몬의 재판은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인간의 모정이라는 모티브에 착안한 추리극과도 비슷하다.

성서의 스토리는 두 창녀가 주인공이다. 성서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에 대한 모정을 설정했는데, 중국과 인도의 스토리에 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