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황금의 나라’ 오빌은 어디일까
구약성서의 ‘황금의 나라’ 오빌은 어디일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24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솔로몬이 페니키아와 개척한 금광…인도, 아라비아반도, 동아프리카라는 설

 

구약성서에 오빌(Ophir)이란 지명이 나온다.

열왕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솔로몬 왕은 에돔 땅 홍해변 엘롯 근방에 있는 에시온게벨에서 배를 만들었다. 히람은 자기 신하 가운데서 바다를 잘 아는 뱃사람들을 보내서, 솔로몬의 신하들을 돕게 했다. 그들이 오빌에 이르러, 거기서 420 달란트의 금을 솔로몬 왕에게로 가져왔다.” (열왕기상 9:26~28)

 

420 달란트는 16톤에 해당하다. 이 어마어마한 금이 오빌이라는 곳에서 생산되어 솔로몬왕에게 간 것이다.

이 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솔로몬은 홍해 바닷가에 에시온게벨(Ezion-Geber)에 항구와 조선소를 만들었다. 당대 해양과 조선 기술은 페니키아가 으뜸이었다. 솔로몬왕은 페니키아의 주요 도시국가인 두로(Tyre)의 히람(Hiram) 왕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히람왕이 유능한 행해자와 조선기술자를 지원해 이스라엘은 에시온게발에서 배를 건조해 오빌의 금을 가져왔던 것이다.

 

홍해 아카바만 /위키피디아
홍해 아카바만 /위키피디아

 

에시온게발은 홍해 아카바만이다. 아카바만에서 배를 만들어 금을 실어와 육로로 예루살렘으로 운반했을 것이다.

성서에는 오빌이 엄청난 순금 산지로 서술되어 있다.

오빌의 금 3,000 달란트와 정련된 은 7,000 달란트를 바쳐 성전에 입히며 (역대지상 29:4)

오빌의 정금도 계곡의 돌바닥 위에 내던져라. (욥기 22:24)

지혜는 오빌의 금이나 값진 루비나 사파이어로 그 값을 치를수 없다. (욥기 28:16)

임금님의 오른쪽에 서 있는 왕후는 오빌의 금으로 단장하였습니다. (시편 45:9)

 

오빌은 엄청난 금광이었던 것 같다. 다윗은 오빌에서 금 3,000 달란트를 가져와 성전에 입힐 것을 지시한다. 100톤 이상의 막대한 금이 오빌에서 생산되었다는 얘기다. 그 금으로 왕후의 치장에도 쓰였고 성전을 꾸미는데 사용되었다.

솔로몬은 금을 많이 확보했고, 곳곳에 금으로 치장했다. 성서엔 이럴게 기록되어 있다.

 

솔로몬에게 해마다 들어오는 금은 그 무게가 666 달란트에 달했다. 이밖에도 사인들로부터 세금으로 들어온 것과 무역업자와의 교역에서 얻는 수입과 아라비아의 모든 왕들과 국내의 자방장관들이 보내오는 금도 있었다.

솔로몬 왕은 금을 두드려 펴서 입한 큰 방패를 200개나 만들었는데 방패 하나에 들어간 금만 600세겔이 되었다. 그는 또 금을 두드려서 입한 작은 방패를 300개 만들었는데, 그 방패 하나에 들어간 금은 3마네였다.” (열왕기상 11:14~18)

왕은 상아로 큰 보좌를 만들고 거기에다 잘 정련된 금을 입혔다. 솔로몬 왕이 마시는데 쓰는 모든 그릇은 금으로 되어 있었고, ‘레바논 수풀궁에 있는 그릇도 모두 금으로 되어 있었다.

왕은 다시스 배를 바다에 띄우고 히람의 배와 함께 해상무역을 하게 하였다. 세 해마다 한번씩 배가 금과 은과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를 실어오고는 하였다.” (열왕기상 11:18~22)

 

향나무과의 백단목(Juniper wood) /위키피디아
향나무과의 백단목(Juniper wood) /위키피디아

 

오빌에 금을 싣고 오는 무역선들은 이스라엘에서 구경하지 못한 희귀종 나무를 가져왔다. 열왕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오빌에서부터 금을 싣고 온 히람의 배들은 대단히 많은 백단목과 보석을 가지고 왔는데, 왕은 이 백단목으로 주님의 성전과 왕국의 계단을 만들고, 합창단원이 쓸 수금과 하프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백단목은 전에도 들여온 일이 없고, 오늘까지도 이런 나무는 본 일이 없다.” (열왕기 10:11~12)

페니키아 배들이 홍해를 떠나 어딘가에서 백단목을 가져왔다. 백단목(Juniper wood)은 향나무의 일종인데 열대 아프리카, 파키스탄, 티벳 등지에서 서식한다. 페니키아의 무역선들이 멀리 아프리카나 인도 지역으로까지 가서 희귀한 백단목을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BC 10세기에 페니키아 배들이 홍해 입구 아카바만에서 인도와 동아프리카까지 무역선을 띄웠다는 얘기가 된다. 솔로몬은 성전을 짓기 위해 인도산 또는 동아프리카산 나무를 구해 사용한 것이다.

 

그레이트 짐바브웨 유적 /위키피디아
그레이트 짐바브웨 유적 /위키피디아

 

1946년 텔라비브 근처 발굴지에서 BC 8세기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기 조각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오빌의 금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성서에 쓰여진 오빌이란 지명이 고고학적으로도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그러면 구약성서에서 황금의 나라로 설명된 오빌은 과연 어디인가. 오빌의 구체적인 위치는 성경에 서술되어 있지 않다. 다만 홍해에서 배가 출항했다면, 오빌은 동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인도 등지의 어느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성서학자들은 오빌이 인도의 어디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스리랑카(실론), 인더스강 유역 등 여러 설이 있다.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구약성서의 오빌을 찾아 나섰다.

스페인 항해자들은 필리핀을 성서의 오빌이라고 주장했다. 짐바브웨의 중세 석조건물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오빌이라는 주장도 있다.

1568년 스페인 알바로 멘다나(Alvaro Mendaña)가 태평양이 섬을 발견하고는 그곳이 오빌이라고 믿고, 솔로몬 군도(Solomon Islands)라고 이름지었다.

 

솔로몬 군도 /위키피디아
솔로몬 군도 /위키피디아

 

그러면 구약성서에서 오빌은 어떻게 사라질까.

솔로몬왕이 죽은 후에 유대인 국가는 북쪽의 이스라엘 왕국과 남쪽의 유다왕국으로 분열된다. 남쪽 유다왕국의 여호사밧(Jehoshaphat, BC 870~849)왕 시기에 오빌에서 금을 가져오려고 선단을 만들었으나, 그 배들이 에시온게벨에서 파선했다. 이때 북국 이스라엘 왕국의 왕세자 아하시아가 유다왕국 승무원들과 함께 승선하자고 제의했지만, 여호사밧 왕이 그 제의를 거절했다. (열왕기상 22:48~49)

성서는 파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땐 이미 페니키아의 두로와 관계가 단절되어 항해술과 조선술이 부족했든지, 인근의 에돔(Edom)이 유다왕국에서 독립하면서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이스라엘이든, 유다이든, 오빌에서 금 수입이 끊어 진다. 황금의 나라 오빌도 미궁에 빠지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