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와 바이든 행정부, 인권외교로 선회하나
카슈끄지와 바이든 행정부, 인권외교로 선회하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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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보당국. 언론인 살해 수사보고서 공개…국가이악과 인권의 저울질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언론인으로,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 언론에 사우디 왕가를 비판하는 글을 쓰다가 201810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공사관에서 살해되었다. 카슈끄지의 살해는 사우디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살만(Mohammed bin Salman)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그동안의 언론 보도였다.

 

미국시간 26미국 국가정보부(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가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한 기밀해제 보고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보고서에서 카슈끄지 암살이 빈살만 사우디 왕자가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또 사우디의 특수 팀이 카슈끄지 살해 작전에 가담했으며, 이 팀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적시했다.

카슈끄지는 2018년에 살해된 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서방 언론들은 살인조가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가정보부는 살해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 공개는 조 바이든 정부의 결정에 의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수사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졌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수사보고서 공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덮어 두었던 카슈끄지의 잔혹한 살해 배경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DNI 보고서 캡쳐 /DNI 사이트
DNI 보고서 캡쳐 /DNI 사이트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실권자와 관련이 있는 내용의 보고서를 왜 공개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와의 관계는 중요하며, 우리는 사우디 방어에 계속 전념하고 있으나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더 잘 반영하는 관계이기를 바란다"면서 "우리가 취한 조치는 관계를 파열시키려는(rupture)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더 잘 맞도록 재측정하려는(recalibrate) "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의 발언 중에 이익가치라는 두 용어가 눈에 띤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와의 이익에만 신경을 썼다.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 트럼프는 사우디에 전화를 해 국제유가를 낮춰 달라고 했고, 사우디는 석유생산을 늘려 이에 응답했다.

이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가치라는 측면을 더했다. 언론인에 대한 잔혹한 살해는 인권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도 관련이 있고, 이런 요소는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 인권이 강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조치다.

물론 미국의 국가이익도 고려했다. 미 국무부는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한 사우디인 76명에 대해 비자를 제한했지만,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선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사우디와의 외교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중동전문가 데니스 로스(Dennis Ross)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헤 트럼프 방식과 명백한 차이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카슈끄지(2018) /위키피디아
카슈끄지(2018) /위키피디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살만 왕을 이어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왕으로 예정되어 있고, 노환에 시달리는 현 국왕(86)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왕국에 대한 위협으로 봤으며 그를 침묵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지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사건에 관여한 개인 21명을 적시하고, 이들이 왕세자를 대신해 카슈끄지의 죽음에 연루되거나 책임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CIA를 비롯해 여러 기관의 기밀 정보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위키피디아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정부에 75,000만 달러의 정밀유도 폭탄을 매각했는데, 바이든 행정부 들어그런 무기 판매를 유예시키고 있다. 사우디는 중동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미국은 사우디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런 두 나라의 밀월관계에 틈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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