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 후 생존자들의 운명 그린 ‘바자르의 불꽃’
대화재 후 생존자들의 운명 그린 ‘바자르의 불꽃’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2.28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세기말 프랑스 사회상과 대형사고후 인간의 심리 표현…시즌2 예고

 

189754, 프랑스 파리의 한 건물에서 자선 바자회가 열렸다. 그날 영사기에 불이 나는 바람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독일 바이에른 왕의 약혼녀 소피 샬롯 여공작을 비롯해 126명의 프랑스 부유층 인사들이 죽었다. 죽은 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프랑스 드라마 바자르의 불꽃은 이 화재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프랑스 TV TF1201911~12월에 8회분을 상영했다. 프랑스어 원명은 ‘Le Bazar de la Charité’로 자선바자회란 뜻이고, 영어로는 ‘The Bonfire of Destiny’운명의 화재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드라마의 전개로 보면 영어 제목이 더 어울리는 듯싶다. 넷플릭스에서 상영하고 있다.

시즌1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어 언젠가 시즌2를 내놓을 모양이다. 시즌1에서 남자 주인공 오귀스트 드 장생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사라져 시즌2를 예고했다. 앞으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1897년 바자르 화재 사건에 대한 당시 프랑스 언론의 보도. /위키피디아
1897년 바자르 화재 사건에 대한 당시 프랑스 언론의 보도. /위키피디아

 

드라마는 대형화재를 겪은 당사자들의 심리 묘사를 잘 그렸다. 주인공은 세 여성이다. 정치인 부인인 아리안느, 아리안느의 조카 알리스, 알리스의 시녀 로즈다. 이들 세 여자는 화재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아 각기 다른 삶을 살아나간다. 아리안느는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알리스는 자신만 살려고 도망친 약혼자 쥘리앵과 마지못해 결혼하겠다고 하고, 하녀 로즈는 딸을 잃은 부잣집의 딸로 살아야 할 운명이다.

이 세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19세기말 프랑스의 사회상과 남성들의 역할이 드러난다. 상원 의장이 되려는 아리안느의 남편 오귀스트, 파산 직전의 가정을 살리려는 알리스의 아버지, 그리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알리스를 구한 무정부주의자 빅토르, 보안위원회 소속 경찰.

추리영화를 보듯 심장이 쫄깃해진다. 쫓고 쫓기는 장면이 연속이다. 남편에게서 탈출하려는 아리안느, 그녀를 쫓는 남편 오귀스트. 무정부주의자 빅토르에게 죄를 씌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오귀스트와 빅토르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알리스. 귀족 집안의 딸로 들어간 시녀 로즈와 그녀를 찾으러 나선 남편.

 

드라마 포스터 /넷플릭스 캡쳐
드라마 포스터 /넷플릭스 캡쳐

 

드라마는 선과 악의 경계를 분명하게 그었다. 여자 주인공 세 명은 모두 선을 추구한다. 남편의 반역과 살인을 추적하는 아리안느, 자신을 구해준 무정부주의자를 사랑하는 알리스, 사랑하는 남편을 찾으려는 로즈는 모두 그들의 뜻을 성취한다. 드라마는 로즈의 살인도 덮어버렸다.

악인의 대표는 보수 정치인의 오귀스트다. 그는 독일에 기밀을 팔고 여성을 살인하고 딸을 납치하는 괴물로 묘사된다. 또다른 악인은 귀족 부인의 사위다.

막장 드라마의 성격도 강하다. 정치인의 부인이 신문 기자와 바람을 피고, 귀족 부인이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생존 여인(로즈)을 딸로 위장한다. 이런 막장은 흥미를 유발한다. 프랑스인들도 막장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신분을 넘나드는 사랑 스토리도 빠질 수 없다. 하녀 출신 로즈가 귀부인의 딸로 둔갑한다. 부잣집 딸 알리스는 부자 약혼자와의 정략결혼을 깨고 빈민굴의 무정부주의자와 사랑한다. 고위 정치인의 부인은 일개 기자와 도피행각을 벌인다.

 

드라마 출연자들 /IMDb
드라마 출연자들 /IMDb

 

드라마의 시점은 19세기말이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1870~71)이 끝난지 30년 될 무렵, 프랑스는 비교적 평화기를 보냈다. 이 시기를 벨 에포크(bell epoque)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리 코뮌이 실패한 후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이 혁명을 추구하는 모습도 나온다. 정치와 사회는 보수주의 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전기가 사용되고 영사기가 처음 등장했다. 자동차는 20세기초에나 등장한다. 말이 중요한 교통수단이던 시절이다.

프랑스는 혁명후 100년이 지나 봉건적 귀족 칭호가 사라졌지만 부르죠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었다. 계급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 여성평등 주장자들이 나오고, 이를 억압하려는 집권세력과 남성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