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선지는 서울 은평구 봉산(烽山)이다. 서울 은평구과 경기도 고양시의 경계를 긋는 능선이다. 해발 209m의 낮은 산으로,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어서 봉산이라고 했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 나렸다. 증산(繒山)은 봉산과 연이어 있는 작은 산줄기다. 산자락까지 연립주택이 다닥다닥 지어져 등산로를 찾기 쉽지 않았다.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물어 물어 산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찾았다.

평이한 산책로다. 겨울 끝물이어서 숲은 을씨년스럽다. 주변이 인구밀집 지대여서인지 사람이 밟아댄 답분로가 반질거린다. 은평터널이 산밑을 지나간다. 산은 낮지만 능선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있어 다리 운동은 제법 되는듯하다.

곳곳에 전망대도 세워져 있다. 멀리 상암동 서울디지털미디어센터(DMC)가 보이고 MBC 방송국건물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날씨가 제법 우중충했지만 한강, 여의도, 관악산, 청계산이 비교적 선명하다. 북쪽으로 북한산, 서쪽으로 인왕산, 북악산도 보이고, 남산 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오른쪽이 서울시 은평구, 왼쪽이 고양시 덕양구다.

 

 

증산동 입구에서 봉산의 봉수대까지는 3km 남짓하다. 이 길을 따라 은평둘레길과 서울둘레길을 연결했다. 둘레길에는 숲이 조성되어 있다. 한달후쯤이면 이 잔가지들에 새싹이 돋을 것이다.

은평둘레길은 봉산, 앵봉산, 이말산, 북한산, 백련산, 불광천까지 하루에 둘러볼수 있는 24km, 9시간 코스란 게 안내판 해설이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외각 157km를 따라 만든 길로, 자연경관을 살린 생태탐방로다.

봉산 둘레길의 자랑은 전국적으로 보기 드믄 팥배나무 자생지 군락과 편백나무 숲이라고 한다. 팥배나무는 봄에 아름다운 흰색 꽃을 피우고 가을엔 붉은 색 열매가 매력적이라고 한다. 편백나무는 2014년에 봉산 자락에 조성해 가꾼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북쪽 끝부분에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봉산의 봉수대는 무악(毋岳) 봉수대로 이어진다. 조선시대에 북쪽에서 외적이 침입하거나 변란이 일어나면 봉화가 이어져 이곳 봉수대를 거쳐 무악봉수대로 전달되어 경복궁의 임금이 보게 되는 것이다.

 

봉산은 봉령산(鳳嶺山)이라고도 했다. 산의 정상에서 좌우로 산줄기가 봉화의 날개처럼 뻗어 나가 붙여진 별칭이다. 이 봉수대 자리에서 3·1운동 당시 마을 주민들이 모여 횃불을 밝히고 만세시위를 벌였다.

여름철에 소낙비가 오고난 후에 봉산에서는무지개가 뜨는데, 빛깔이 선명하고 화려해 무지개 가운데 최고라고 한다. 무지개가 나타나면 동네꼬마들이 선녀가 내려올 것을 기대하며 집 앞에 나와 하늘을 쳐다보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은평구에선 이곳에서 해마다 봉산해맞이 행사를 한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는 봉산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팔각정으로 봉산정이 설치되어 있다.

 

 

날이 저물어 우리는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수국사(守國寺)란 절이 있다. 이름하여 나라를 지키는 절이다. 세조가 맏아들 의경세자(德宗)가 20세 나이로 요절하자 그를 효경산(孝敬山)에 묻고 명복을 빌기위해 세운 사찰이다. 효경산은 봉산 북쪽 능선에 있는 산이다.

봉산에서 북쪽으로 1.5~2km 더 가면 서오릉(西五陵)이 있다. 서오릉은 ①세자의 맏아들 의경세자(덕종)의 무덤인 경릉(敬陵), ②덕종의 동생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의 창릉(昌陵), ③숙종의 정비 인경왕후 김씨의 익릉(翼陵), ④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민씨의 쌍릉과 제2계비 인원왕후 김씨의 능을 합쳐 부르는 명릉(明陵), ⑤영조의 비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弘陵)의 다섯 능이 모여 있는 조선왕실의 가족묘다.

우리는 구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