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코스트’에 철수하는 해외 자동차메이커들
‘브라질 코스트’에 철수하는 해외 자동차메이커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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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연이어 브라질 공장 가동중단 발표

 

브라질은 면적 851으로 한반도의 20배를 넘고, 인구는 21,000만명이다. 게다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엄청난 나라다.

하지만 브라질은 관료주의적 관행, 복잡한 조세체계와 과도한 세금부담, 열악한 인프라와 물류비용, 노동자 위주로 만들어진 복잡한 노동법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로 지목되고 있다.

브라질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해외 자동차메이커들이 지난해말 이후 연이어 현지 공장을 폐쇄 또는 생산중단을 단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브라질 코스트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지난해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메스세데스 벤츠에 이어 올해 1월 말에는 포드 자동차가 브라질 공장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한데 이어, 아우디가 브라질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문을 닫는 공장은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Iracemápolis) 공장인데, 이 공장에서는 SUV 모델 GLA와 세단형 모델 Classe C를 생산해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0년말에 브라질에 진출해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 주이스 지 포라(Juiz de Fora)에 공장을 건설하고 Classe Acupê CLC 등 승용차를 생산하다가 2010년부터 경제위기 이후 이 공장을 트럭과 버스 생산시설로 교체했다. 벤츠는 2013년에 브라질 승용차 공장 재진출을 선언했으며, 2016년부터는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에 따른 판매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장폐쇄를 결정하게 되었다.

 

최근 폴크스바겐 그룹의 고급 브랜드 아우디는 생산을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우디는 남부 파라나(Paraná)주 상 주제 두스 피냐이스(São José dos Pinhais)에 위치한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세단형 승용차 A3를 생산해 왔다. 아우디는 브라질 정부가 약속한 28900만 헤알 상당의 공업세(IPI) 크레딧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를 돌려받으면 공장 가동을 재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폐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러졌다.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1919년 브라질에 진출해 100여년 동안 가동하다가 이번에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다. 포드는 북동부 바이아주 카마사리시(Camaçari)와 남동부 상파울루주 타우바테(Taubaté), 북동부 세아라주 오리존치(Horizonte )시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공장 폐쇄 결정은 코로나 19 사태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앞으로 수년간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한때 브라질에서 4’로 꼽혔으나 최근 수년간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점유율도 둔화되어 공장폐쇄에 이르게 되었다.

포드의 공장 폐쇄로 올해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25년에는 최고 7만여 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동차메이커들의 잇단 브라질 공장 가동중단의 배경에 브라질 코스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코스트는 브라질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투자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중소형 업체의 브라질 진출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브라질 카마사리 공장 /Ford Brazil
포드자동차의 브라질 카마사리 공장 /Ford Brazil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이 지적한 브라질 코스트는 다음과 같다.

복잡한 조세체계와 과도한 세금 부담

현재 브라질 자동차 가격의 약 50%가 각종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에 자동차 가격이 높아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감소까지 겹치면서 공장 폐쇄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동자 위주의 노동법과 무거운 노무 부담

브라질 노동법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편이며, 노동자 보호와 노동자 편의주의로 제정됐다. 브라질 노동법원은 의문이 있을 경우, 노동자 편”(In Dubio pro misero)이란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2017년에 기업에 다소 유리하게 노동법이 개정되었지만 브라질 노무 여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기업들은 노무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노동소송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노동소송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 비용, 공탁금 등 뜻하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소송기간이 수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고질직인 관료주의적 행정 처리

'브라질 코스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관료주의다. 이는 브라질 정부가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성장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비한 인프라

브라질은 전체 수출 가운데 92%가 항만을 통해 이뤄지는데 인프라 투자 부족으로 항만시설 현대화 작업이 늦어지는 등 인프라 사업이 국제 수준보다 최소한 5~6개월 이상씩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브라질 화물 운송은 대부분 도로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화물 연대가 파업하면 물류 마비로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철도 인프라가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에 브라질 내륙 간 도보 운반 비용이 중국에서 선박을 통해 산토스 항까지 운반해 오는 비용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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