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나이를 먹는 것은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다. 불로장생의 신화, 나이를 거꾸로 먹는 신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었던 신화다. 소설의 주제로도 많이 다뤄졌다. 1921년 영국 소설가 올리버 어니언스(Oliver Onions)는 45세의 한 남자가 거꾸로 나이를 먹어 젊어지는 내용의 소설 ‘망각의 탑’(The Tower of Oblivion)을 썼고, 그 외에 다수의 작가들이 회춘(回春)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썼다.

그런데 실제로 나이를 거꾸로 먹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이 소설과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

 

2008년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 등을 쓴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다. 그의 원작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으로, 1922년 콜리어스(Collier's)란 매거진에 실린 단편집이었다. 영화의 영어 제목도 소설 원작과 같다.

 

 

원작 소설은 1922년에 쓰여졌기 때문에 영화와 상황이 다르다. 원작에서 벤자민은 1860년에 볼티모어에서 70세의 나이로 태어난다. 벤자민은 유치원에 가지만 꾸벅꾸벅 졸다가 쫓겨나고, 18살에 예일대에 입학하지만 미친 노인네라는 이유로 쫓겨난다. 그가 20살 되었을 때 그의 가족들은 그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벤자민은 젊은 여인 힐드가드 몬크리프(Hildegarde Moncrief)와 결혼하지만 이내 늙어가는 아내에게서 실증을 내고 군에 들어간다. 원작에서 벤자민은 1898년에 일어난 미국-스페인 전쟁에 참여한다.

50살에 20대의 청년이 된 벤자민은 하버드대에 입학해 미식축구선수가 되어 과거 자신을 내쫓은 예일대 팀과 붙어 승리한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는 학업을 따라가지 못했고, 겨우 졸업한다. 학교를 마쳤을 때 그의 늙은 아내는 이탈리아로 이사를 갔고, 아들 로스코(Roscoe)의 구박을 받는다. 그는 점점 더 어린 아이가 되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모두 상실해 버린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소설 원작에 비해 80여년 나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대상황을 바꾸었다. 출발은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는 시점으로 맞췄고, 배경은 뉴올리언스로 변경했다. 제작 시점에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 2005)가 뉴올리언스를 덮친 직후여서 할머니가 죽음 직전에 딸에게 과거 얘기를 하는 스토리에 카트리나가 상륙하는 내용을 집어 넣었다.

 

1918년 뉴올리언스에서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 아이 벤자민 버튼이 태어난다. 산모는 출산과 동시에 사망하고, 그의 아버지는 그를 양로원에 버린다. 양로원 원장 퀴니(Queenie)가 그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벤자민은 노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할머니와 함께 온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 그는 예인선을 타게 된다. 그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 토머스 버튼을 만난다.

벤자민은 세계를 여행한다.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엘리자베스 애벗이라는 고관대작의 부인을 만나 사랑을 한다. 그러던 중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계기로 선박 동원령이 내려지고, 그는 해군에 소속되어 독일 잠수정 U-보트와 만나게 된다. 그 전투에서 예인선 선원들이 모두 죽지만 그만 살아난다.

전쟁이 끝나고 데이지를 다시 만난다. 벤자민과 데이지가 신체 연령이 같아지는 시기가 되었을 때 둘은 결혼을 하고 딸 캐롤라인을 낳는다. 하지만 벤자민은 데이지를 떠날 것을 생각한다. 자신이 더 어려지면 딸 캐롤라인을 건사하기 어렵다 것, 아내 데이지에 짐이 된다는 것이 그를 괴롭힌다. 마침내 벤자민은 재산을 정리하고 데이지를 떠난다.

그후 데이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어느날 벤자민이 데이지를 찾아온다. 데이지는 그가 떠난 것이 옳았다고 말한다. 벤자민은 다시 데이지를 떠난다.

그후 데이지는 청소년보호단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벤자민을 만났다.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소년이 되어 있었다. 데이지는 84세가 된, 신체연령으로 어린아이가 된 벤자민을 키운다. 2003년 아기가 된 벤자민은 데이지 품에서 죽는다.

데이지와 벤자민의 딸 캐롤라인은 어머니의 임종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벤자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젊은 벤자민 버튼 역에 브래드 피트가, 젊은 데이지 역에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했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2009)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등 모두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이중에서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 총 3개 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