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미국인들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뭘까
‘미나리’가 미국인들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뭘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14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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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민자 중심의 사회에 한국 이민자 스토리 전개…다양성에 대한 논란

 

이 밋밋한 내용의 영화가 왜 외국의 유명 영화시상식에서 수상자 물망에 오르는 것일까.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미나리(MINARI)를 보고 머리 속에 떠오른 첫 의문이었다. 어쩌면 그 대답은 영화 감상자인 나에게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고, 한국의 정서에 젖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시골 중에 시골이라는 아칸소의 한 광야에서 한국 이민자들이 겪는 고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1980년대에 한국의 이민자가 미국의 농촌에서 뿌리내리는 과정이 독특할수 있다. 한국말을 쓰고, 한국의 외할머니(윤여정)가 오고, 가부장적 아버지(스티븐 연)가 고집을 피우고, 고립을 싫어하는 아내(한예리)가 남편과 다투고, 딸 앤과 아들 데이빗은 미국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한다.

미나리는 메타포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윤여정은 한국에서 미나리씨를 가져와 아칸소의 냇가에 심는다. 미국 땅에서 이식된 한국인 가족들, 그들은 새로운 토양에서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미국 땅에서 번성하게 될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한다.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대부분 유럽의 이민자들의 스토리로 채워져 있었다. 대기근을 피해 간 아일랜드인, 종교의 자유를 찾아간 영국 청교도인, 나치의 박해를 피해간 유대인들의 스토리였다. 그들은 미국 땅에서 영어를 썼고, 앵글로색슨의 주류문화에 녹아들었다.

그런데 한국 이민자들이 한국말을 쓰고, 한국 문화를 이어가며 미국을 개척하는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미나리는 유럽 이민자들이 영어 문화권을 형성한 미국 주류 문화에 대한 도전일수도 있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국 사회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미국은 영국 이민자 후손들의 땅인가, 유럽 이민자들의 땅인가, 아프리카 흑인들이 피와 땀을 흘려 개척한 곳인가. 물론 그들이 먼저 이민을 갔고, 개척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인들이 이민 가기를 꿈꾸는 곳이다. 먼저 왔다고 주인은 아니다. 미국 인구의 언어는 80%가 영어를 쓰지만, 20%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공식 언어가 없다. 전세계 300개 언어가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미나리는 한국어를 쓰는 미국인, 그들의 개척사를 제이콥과 모니카의 가족을 통해 그려 냈다. 그 속에서 부부의 갈등, 한국 할머니의 온정과 가족주의, 미국화하는 아이들의 고민들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일어날 가정사가 미국 속으로 옮겨진 것이다.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감독 정이삭(Lee Isaac Chung)1978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조지아주 애틀란타를 거쳐 아칸소주 링컨에서 생활하면서 링컨고등학교를 다녔다.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에 영화에 관심을 돌려 유타대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했다. 유타대 인천분교에서 강사로도 있었다.

첫 작품은 200729살에 만든 문유랑가보’(Munyurangabo).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 속에 대학살이 일어나고, 종족이 다른 친구 간의 고뇌와 갈등을 그린 영화로, 2007년 칸느 영화제에 출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첫 작품을 만드는데는 아내 발레리(Valerie)의 도움이 컸다.

영화 미나리는 그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당초 윌라 카서(Willa Cather)의 소설 마이 안토니아’(My Antonia)를 개작하려 했지만, 원작자가 영화화를 반대하자, 어렸을 때 아칸소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미나리는 자전적 스토리이긴 하나, 약간의 가공이 들어갔다. 정이삭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가족스토리를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들의 사적 스토리를 영화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영화 편집을 마치고 부모님들이 무슨 말을 할지 겁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들 데이빗이 정이삭 감독이다.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미나리는 엄밀하게 분류하면 미국 영화다. 한국계 미국인이 감독했고, 남자주인공 스티븐 연(연상엽)은 이민 1.5세이고, 데이빗을 맡은 앨런 김, 앤 역을 한 노엘 케이트 조도 미국국적자다. 다만 아내 모니카 역의 한예리, 외활머니 순자역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일 뿐이다.

배경도 미국이다.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오(Christina Oh)와 브래드 피트 등이 출자한 플랜B 엔터테인먼트(Plan B Entertainment)가 제작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주최측은 영화가 대부분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미국이민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외국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잘못이라는 견해도 많다.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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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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