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국 갈등의 불씨 된 다윈항 99년 조차권
호주-중국 갈등의 불씨 된 다윈항 99년 조차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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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15년 일대일로 일환으로 다윈항 임차…호주 뒤늦게 반환 요구

 

호주의 노던준주(Northern Territory)는 면적이 135로 대한민국의 13배 이상이나 되는 대단히 넓은 주다. 주로 사막과 사바나지대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데 전체 인구는 246,000명에 불과하다. 이중 60%147,000명이 주도인 다윈(Darwin) 시에 살고 있다.

이 한적한 항구도시가 호주와 중국 사이에 최대갈등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한 기업이 2015년에 다윈 항(Port Darwin)99년간 조차한데 대해 호주 정부가 뒤늦게 그 위험성을 깨닫고 반환을 촉구한 것이다.

 

다윈항의 지정학적 위치 /Darwin Port 홈페이지
다윈항의 지정학적 위치 /Darwin Port 홈페이지

 

지도를 보면, 다윈 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가는 거점 항구이고, 동남아시아와 한국, 일본, 중국과 연결되는 길목에 있다.

이 곳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알고 있었다. 일본은 1942년 하와이 진주만에 출격했던 그 전투기를 188대나 동원해 다윈 항을 폭격했다. 영국의 동남이 거점인 이 곳을 파괴시켜야 동남아시아를 석권할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70년이 지난뒤 중국이 다윈 항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자국의 항구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등한시하고 있었다.

 

1942년 2월 일본의 다윈항 공습 /위키피디아
1942년 2월 일본의 다윈항 공습 /위키피디아

 

사건의 발단은 노던준주의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지역 개발을 추진하면서 외자를 유치한 것이다. 역대 노던준주 정부는 호주 연방정부에 지역개발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했지만, 연방정부는 유권자가 적은 이 주의 요청을 거절했다. 악어가 우글거리거나 뜨거운 햇볕 아래 돌덩이만 있는 북부에 대해 수도 캔버라의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었다.

2012년 노던준주를 기반으로 하는 컨트리자유당(Country Liberal Party)이라는 지역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2013년엔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아담 가일(Adam Giles)이 주 총리가 되었다.

노던 정부는 지역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다윈항 임차권을 팔기로 하고, 입찰에 붙였다. 3곳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중 중국 기업이 선정되었다.

201511월 노던 주정부는 중국회사 랜드브리지 그룹(Landbridge Group)56,000만 호주달러에 다윈항 임차권을 주었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4,000억원이 넘는 수준으로, 호주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큰돈은 아니지만, 지방정부로는 목돈이었다.

조건은 다윈항을 중국기업이 99년간 조차하는 것이었다. 이 금액은 2년간 항만수입의 25배에 달하는 것이었고, 중국 회사는 2억 호주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계약에 대해 호주 연방정부의 해외투자청과 국방부도 승인했다. 연방정부가 사안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이다.

 

호주 다윈항 /Darwin Port 홈페이지
호주 다윈항 /Darwin Port 홈페이지

 

문제는 랜드브리지 그룹이었다. 이 그룹은 중국 산둥성 리차오(日照) 시정부가 출자한 산둥 랜드브리지의 자회사로, 이 회사의 대주주 예쳉은 중국공산당 간부였다. 예쳉은 계약 후에 다윈항 조차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민간기업이 먼저 들어가고, 후에 정부가 들어가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호주 정부가 발칵 뒤집혀 진 것은 미국의 귀뜸이었다. 다윈항은 미 해군함정이 수시로 정박하는 항구였다. 인근에 미군 공군기지도 있었다. 중국 기업이 다윈항에서 미군의 동태를 감시할수 있고, 유사시에 조차권을 빌미로 중국 해군이 기항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정부에 다윈항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가 호주 정부에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제서야 호주 정부는 다윈항 조차권에 대한 안보상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의 랜드브리지가 조차계약을 할 당시 연방재무장관은 현재 총리인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이었다. 호주 ABC 뉴스에 따르면, 모리슨은 그들(주 정부)은 내게 일언반구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주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연방정부의 해외투자청은 민간기업의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고, 국방부도 중간관리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호주 정부가 노던준주의 일에 무관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태평양 안보는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 믿었고, 호주 동남부 일에만 몰두했던 호주 정치권이 뒤늦게 자국 안보의 중요성을 떠들기 시작했다. 2019년 호주 연방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다윈항 북쪽 40km에 있는 글라이드 포인트(Glyde Point)에 해군기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호주 정부는 중국에게서 다윈항 조차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다윈항 조차권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중국회사 이름이 들어간 다윈항 로고 /Darwin Port 홈페이지
중국회사 이름이 들어간 다윈항 로고 /Darwin Port 홈페이지

 

지난해 이후 호주와 중국 정부 사이에 긴장감이 도는 것도 다윈항 조차권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1972년 수교이래 최악이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라고 말한 것이 씨앗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 발언에 유감을 표시하고 20205월부터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호주산 보리에 대해 최대 80%의 관세를 부과하다가 아예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호주 여행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바이러스 발언 때문에 이렇게 두 나라가 악화된 것은 아니다. 본질적인 대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호주까지 미쳐 다윈항을 조차한 일에서 시작되었고, 호주가 뒤늦게 돌려달라고 하면서 외교관계가 악화된 것이다.

호주 정부가 미국 주도의 쿼드(Quad)에서 빠졌다가 최근에 다시 참여한 것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참고자료>

Wikipedia, Port Darwin

Austrailia ABC News, How and why did the Northern Territory lease the Darwin Port to China, and at what risk?

The Conversation, Darwin port’s sale is a blueprint for China’s future economic expa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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