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 힘차게 뿜어내는 홍은동 백련산
봄의 기운 힘차게 뿜어내는 홍은동 백련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22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암동과 홍은동 걸쳐 있는 산…조선시대 왕족들이 매사냥하던 곳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은 것 같다. 며칠간 포근하더니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옷을 가볍게 입은 탓인지 한기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산기슭엔 참꽃이 활짝 피어있다. 조금더 가니 개나리도 비어 있고, 잔나무 가지에 신록을 힘차게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서울의 백련산(白蓮山)을 산책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과 서대문구 홍은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네이버지도에 정상의 높이는 해발 228m로 표기되어 있다. 야트마한 야산어서 잠깐 산책하기엔 좋은 코스다.

 

진달래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이 종로구 무악동이다. /박차영
진달래 건너 멀리 보이는 곳이 종로구 무악동이다. /박차영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 내리면 홍제천 건너편에 야트마한 산이 보인다. 산 기슭에 건물들이 들어서 어디가 입구인지 한참을 찾았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50m쯤 올랐갔을까, 우리를 반기는 것은 진달래였다. 시골에서는 참꽃이라고 한다. 봄의 전령사다. 봄은 참꽃과 함께 시작해 개꽃으로 끝난다. 개꽃은 철쭉이다. 참꽃은 먹는데 개꽃은 먹지 못한다.

더 오르니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절정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것 같다. 어느새 저 꽃이 저렇게 만개했을까. 최근 며칠 사이에 낮기온이 영상 19도를 오르내리더니 그 사이에 핀 것 같다.

산 아래로 내부순환도로가 보인다. 그 아래로 홍제천이 흐른다.

 

개나리와 전망대 /박차영
개나리와 전망대 /박차영

 

홍제동의 지명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조선 숙종 임금때 청나라 사신이 도성에 들어오기 전에 임금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예복을 갈아 입도록 만든 국영여관 홍제원(弘濟院)이 었었던 곳이라 해서 홍제동이라고 했고, 그 아래 하천을 홍제천이라 불렀다고 한다. 둘째는 병자호란(1636~1637) 때 청군에 끌려간 여인들이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고 집에 돌어가면 구제해 주었다고 해서 홍제천이라고 했다는 설이다. 임금이 고난의 여인들을 널리() 구제()했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 마을이 홍제동이고, 근처 홍은동은 임금이 널리 은혜를 베풀었다고 해서 지은 지명이라고 한다.

 

갓 피어난 벚꽃 /박차영
갓 피어난 벚꽃 /박차영

 

백련산은 홍은2동을 포근하게 품고 있다. 임금이 큰 은혜를 베풀었으면 좋은 일일텐데, 어쩐지 서글픈 역사가 떠오른다.

백련산이라는 이름은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백련사(白蓮寺)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응봉(鷹峰)이라고도 불렀는데 조선시대 왕족들이 백련산 바위에서 매사냥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현재 매사냥을 즐겼던 바위는 남아있지 않지만, 매바위라는 이름을 최근에 다시 지정했다고 한다. 건너편 동네가 은평구 응암동이다.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박차영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박차영

 

산길에서 초봄에 피는 다섯까지 꽃을 다 보았다. 진달래에서 개나리, 벚꽃, 목련, 산수유가 여기 저기 피어 있다. 3월 중순에 날씨가 포근해 꽃들이 순서를 어기고 한꺼번에 피었다.

봉우리마다 정자와 공원시절이 잘 갖추어져 있다.

 

신록을 뿜어내는 나뭇가지 /박차영
신록을 뿜어내는 나뭇가지 /박차영

 

우리는 백련사는 들르지 않았다. 백련사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747(경덕왕 6)에 진표(眞表)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재건되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정토사였다가 1399(정종 1) 어느 여름날 연못에 하얀 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백련사라고 변경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백련사에는 수령 500년의 해동목(음나무)이 있는데, 세조의 딸 의숙옹주(懿淑公主)20세 때 과부가 된 뒤 비통한 심정을 달래려고 돌아다니다가 이 나무를 보고 인생을 깨달았다고 한다.

 

전망대 /박차영
전망대 /박차영

 

산을 내려와 홍제천을 걸었다. 인공폭포도 만들고, 분수도 만들어 잘 가꾸어져 있다. 홍제천 변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폈다.

 

전망대 /박차영
전망대 /박차영
홍제천 변의 개나리 /박차영
홍제천 변의 개나리 /박차영
산책 코스 /네이버 지도
산책 코스 /네이버 지도
백련산 등산로 안내표지판 /박차영
백련산 등산로 안내표지판 /박차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