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흔드는 터키 대통령에 리라화 폭락
중앙은행 흔드는 터키 대통령에 리라화 폭락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2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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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금리인상, 인플레 자극”…2년새 중앙은행 총재 두 번 경질

 

터키의 타이이프 에로도안 대통령은 최근 2년 사이에 중앙은행 총재를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20197월엔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라트 체틴카야(Murat Çetinkaya) 총재를 경질하고, 무라트 위살(Murat Uysal)에게 중앙은행을 맡겼다.

그런데 202011월에 터키 리라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무려 40%나 폭락하자 그 책임을 물어 총재를 해임하고 여당 출신으로 재무장관을 역임한 나지 아발(Naci Agbal)을 임명했다.

 

하지만 나지 아발은 대통령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아발 총재는 연간 15%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이어 금리를 인상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금리를 2%P 올렸다. 그는 재임 4개월 동안 모두 8.75%P 인상해 금리가 19%까지 올라갔다.

그의 금리인상은 효과를 보았다. 그 사이에 리라화 가치는 20% 이상 회복되었다. 통화가치 절상은 수입 가격을 인하시켜 물가를 안정시킨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대출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킨다.

아발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에르도안은 독특한 경제관을 갖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구하는 에르도안은 율법에서 금지하는 금리를 올리는 것을 부당하게 생각한다. 그는 금리인상이 악()의 원인이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대통령은 취임한지 4개월 된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일 전격적으로 아발을 해임하고,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을 역임한 샤합 카브즈오을루(Sahap Kavcioglu)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2일 터키 리라화는 14% 폭락해 1달러당 8.5리라로 추락했다. 올들어 절상된 리라회 가치를 하루만에 까먹었다.

 

에르도안이 연거푸 중앙은행 총재을 경질한 것은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르도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추진했다. 신임 중앙은행 총재는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정책을 취하기 어렵다는 게 외환시장의 컨센서스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리라화는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서방과 곳곳에서 충돌해왔다. 그는 2019년에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한 후 그 공백을 이용해 시리아내 쿠르드 거주지역에 군대를 파병했다. 이에 미국은 경제제재를 가했고, 이때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에르도안 정권을 불안하게 보기 시작했다.

또 터키는 동지중해에서 석유와 가스 탐사를 실시하면서 그리스, 키프러스와 마찰을 빚었고, 프랑스가 그리스 편에 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키프러스를 도와 동지중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에르도안은 또 지닌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무력 충돌에 같은 투르크 민족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면서 러시아와 충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미국과 다퉜다. 터키는 NATO 회원국인데 터키가 러시아 군사시스템을 사용하면 NATO의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수 있다고 미국은 경고했다.

지난해 에르도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프랑스의 한 중학교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뒤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를 표현의 자유로 옹호했다. 이에 에르도안은 마크롱에게 정신과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에르도안에게 용납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외교적 갈등이 쌓이면서 외국인들이 터키를 피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리라화는 하방압력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2년 사이에 두 번이나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참고기사>

BBC, Turkish lira falls 14% after bank governor sacked

Gulf News, Turkey central bank chief ouster hits monetary policy cred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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