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서 나온 조선여성의 의상, 민속문화재 된다
무덤서 나온 조선여성의 의상, 민속문화재 된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3.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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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성 무덤에서 미라와 함께 발견된 여성복식 96건 124점

 

2010년 경기도 오산 가장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곽 주변을 석회로 채운 조선 시대 회격묘(灰隔墓) 3기가 나란히 확인되었다. 그중 2기의 묘에서 여성 미라 두 구와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나머지 1기는 두 여성의 남편 묘로 짐작되었는데, 훼손 정도가 심해서 주인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두 개의 묘에서 무덤 주인의 신분을 밝혀주는 명정(銘旌)이 발견되었다. 한 곳의 명정에는 유인구성이씨지구’(孺人駒城李氏之柩)’, 다른 곳 영정에는 의인여흥이씨지구’(宜人驪興李氏之柩)라는 글씨가 확인되었다. 따라서 미라가 발견된 두 무덤의 주인공들은 조선 시대 한 사대부 남성의 첫째 부인 구성이씨와 둘째 부인 여흥이씨로 추정되며, 작고 당시의 남편의 관직 품계가 각각 9, 6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성이씨 단령형원삼 /문화재청
구성이씨 단령형원삼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23일 조선 시대 중기 여성의 복식 문화와 상장례 풍습을 파악할 수 있는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복식 총 96124점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구성이씨와 여흥이씨의 묘는 무연고라는 한계점은 있으나, 발굴기관, 복식 전공자, 병리학 연구자 등 전문가에 의해 유물 수습과 보존처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가치가 높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두 무덤에는 총 96124점에 달하는 다량의 복식이 출토되었는데, 구성이씨 4151, 여흥이씨 5573점이다. 이는 임진왜란(1592) 이전 16세기 중후반 양반 가문 여성의 다양한 복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고, 조선 시대 여성의 염습(殮襲) 과정 등 전통 장례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구성이씨 전단후장형 쌍스란치마 /문화재청
구성이씨 전단후장형 쌍스란치마 /문화재청

 

특히, 시신의 머리에 쓴 상태로 출토된 가리마는 기록으로만 전하던 여성용 쓰개(모자)의 착용 방법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고, 남성의 관복처럼 목선이 둥근 형태인 단령형(團領形)원삼은 원삼의 초기 모습을 연구할 수 있으며, 치마의 앞부분을 접어서 앞은 짧고 뒤는 길게 만든 전단후장형(前短後長形) 쌍스란치마는 임진왜란 이전 시기에만 확인되는 복식으로 희소성이 높고, 실용적인 생활소품이자 장신구로서의 역할을 겸비한 자수바늘집노리개는 보존상태가 좋아 세부 장식이 그대로 남아있어 당대 자수 기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성이씨 자수바늘집노리개 /문화재청
구성이씨 자수바늘집노리개 /문화재청

 

그밖에도 출토 사례가 많지 않은 얼레빗과 참빗, 귀이개, 솔 등이 출토되었고, 수례지의(襚禮之衣)로 사용된 액주름, 철릭이 포함되어 있어 동시대 남성 복식의 특징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두 무덤의 출토복식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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