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막은 선박, 대자연의 힘에 떠올랐다
수에즈운하 막은 선박, 대자연의 힘에 떠올랐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3.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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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에 따른 부력으로 선미와 바닥 사이 공간…선수 부양에 치중

 

닷새째 수에즈 운하를 대각선으로 가로막고 있던 대형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는 결국 대자연의 힘에 의존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에버기븐호의 선체 일부가 19일 오전(현지시간) 물에 떴으며, 배의 방향도 운하에 평행하게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소형 선박이 에버기븐호 옆 공간을 통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미디어 RTE에 따르면, 이집트의 수에즈운하관리청(SCA)과 구조팀은 그동안 크게 두가지로 선체 이동을 검토했다. 첫째는 배의 앞부분(선수)를 준설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예인선으로 컨테이너선 양측을 밀어 내는 방식이다.

준설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준설을 하려면 땅속을 18m까지 파고 모래 27,000톤을 제거해야 하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고 강풍과 조류가 밀려오는 조건에서는 작업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흐 알 시시(Abdel Fattah al-Sisi)는 에버기븐호의 선적화물을 내려 배를 가볍게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가 좌초된 지점에 하역시설이 없기 때문에 18,000여개의 컨테이너를 내려놓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예인선 작업도 효과가 없었다. 에버기븐호의 양측에 수십척의 예인선을 붙여 놓고 밀고 당기는 작업을 했지만, 18일까지는 배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배의 뒷부분(선미)에 있는 방향타도 운하 바닥에 닿아 있었다.

수에즈 운하 양측엔 369척의 배가 에버기븐호의 제거작업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체를 움직인 에버기븐호 /BBC TV 캡쳐
선체를 움직인 에버기븐호 /BBC TV 캡쳐

 

그런데 28일부터 선미의 방향타가 운하 바닥에서 4m의 공간을 형성했다. 예인선에 의해 배가 조금씩 움직이는 기미를 보였다. 바로 만조 때문이었다. 달의 인력이 물을 끌어 올렸고, 배가 부력에 의해 떠오른 것이었다.

에버기븐호의 프로펠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버기븐호는 양측에 밀어붙이는 예인선에 운하와 평행하게 움직였다.

CNN에 따르면, 에버기븐호 작업에 참석한 사람들은 신은 위대하다. 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의 앞부분(선수)의 부력탱크(ballast tank)가 손상을 입었다. 에버기븐호의 정상가동 여부는 전문가에 의해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운하가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에즈 운하를 막은 에버기븐호 /위키피디아
수에즈 운하를 막은 에버기븐호 /위키피디아

 

에버기븐호가 정상화되어도 문제는 남는다. 운하 불통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에버기븐호의 선주인 대만 에버그린그룹은 강풍이 불어 배가 좌초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에즈운하관리청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선박의 기술적 오류가 있는지, 선원들의 실수가 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에즈 운하는 전세계 물동량의 12%가 관통하는 대동맥이다. 이 운하는 하루에 1,400~1,5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여들여 이집트 GDP2%를 기여한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운하 봉쇄로 큰 손실을 입었다.

 

에버기븐호 /위키피디아
에버기븐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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