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환대 받기 앞서 일본과 조약 맺은 태프트
고종의 환대 받기 앞서 일본과 조약 맺은 태프트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3.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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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특별전, 카카오 갤러리에서 온라인으로 개관

 

1905년 미국의 전쟁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와 함께 방한해 고종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태프트는 조선에 오기 전에 일본을 방문해 이른바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뒤였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31일부터 카카오 갤러리에서 20199월부터 11월까지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에서 열린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특별전을 다시 보여준다. 이번 온라인 특별전은 덕수궁관리소가 기획한 비대면 시대의 문화산책의 하나다.

2019대한제국 황제의 식탁특별전은 석조전 16개 전시실에서 대한제국 국빈 연회 음식 재현 등 영상 4, 그림병풍의궤문서서적식기 등 관련 유물 106점이 전시되었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1개항, 새로운 물결’, 2황제의 잔칫상’, 3대한제국 서양식 연회’, 4대한제국 국빈 연회 음식4개장으로 구성되었다. 2019년 당시 전시되었던 전시품 중 앨리스 루스벨트와의 오찬상을 재현한 대한제국 국빈 연회 음식’, 황제의 탄일 잔칫상인 임인진연 대탁찬안 상차림등 영상 4, 앨리스 루스벨트와의 오찬인 대한제국 황실 오찬 식단등 관련 유물 26점의 사진을 설명문과 함께 소개한다.

 

2019대한제국 황제의 식탁특별전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제국 황실의 음식문화라는 주제로, 베일에 싸여있던 국빈연회 식단의 실체를 밝히고 음식을 실제 재현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 가운데 1905년 미국 전쟁부 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18571930)가 이끈 순방단의 모습도 있다. 그는 920일 중명전에서 고종을 알현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당시 식단이 미국 뉴욕도서관에 남아 황제가 참석한 대한제국 국빈연회는 한식으로 진행되었음을 알수 있다.

주요 사진을 설명한다.

 

사진=문화재청
사진=문화재청

 

조일통상장정 체결 기념 연회도

(1883,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안중식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화면에는 왼쪽에 독판교섭통상사무인 민영목을 시작으로 윗줄에

왼쪽 끝 뭴렌도르프, 윗줄 오른쪽 끝 뭴렌도르프 부인, 아래 줄 왼쪽 끝 일본 전권대신판리공사 다케조 신이치로, 아래 줄 오른쪽 끝 일본 판리공사부관 소에다 세쓰 등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자리 배치는 주인공이 북쪽에 앉고, 다음으로 동쪽, 서쪽, 남쪽의 자리에 서열순으로 앉았다.

이 그림의 자리배치는 방위를 무시하고 주인이 식탁 양극에 마주보는 영미식이다. 주최측 민영목의 오른 쪽에 조약체결 당사자인 다케조에 변리공사가 손님 중 가장 상석, 왼쪽에 조약 주선자로 알려진 뭴렌도르프가 차석에 앉은 것이다.

식탁에는 조서의 전통적인 고임음식이 배치되었으나, 서양식 접시와 식사도구(포크, 나이프, 스푼), 와인잔도 놓여있다.

 

사진=문화재청
사진=문화재청

 

황실의 전례를 맡은 여인들

(1909, 명지-LG한국자료관 소장)

 

오른 쪽에서 첫 번째 여성이 엠마 크뢰벨이고 두 번째 여성이 손탁이다.

손탁(Marie Antoinette Sontag, 孫澤, 宋多奇, 宋卓, 1838~1922)은 대한제국의 서양식 연회를 총감독했다. 알자스로렌 지방 출신의 독일 국적의 미스 손탁은 1895년의 고종 탄신에 서양식 연회 준비를 맡았으며, 19005월에 궁내부와 계약해 19095월까지 궁내부 찬사’(饌師)를 역임하며 대한제국의 외빈 접대를 도맡아 이끌었다. 재한 외국인들은 그녀의 요리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058월부터 1년간 휴가를 떠난 손탁의 추천으로 황실의 외빈 접대 책임자로 일한 독일인 엠마 크뢰벨(Emma Kroebel)은 이때의 경험을 자서전으로 남겼다. 위 사진은 엠마의 자서전 나는 어떻게 조선(대한제국) 황실에 오게 되었나’(Emma Kroebel, Wie ich an den Koreanischen Kaiserhof Kam, 1909)에 실린 것이다.

 

사진=문화재청
사진=문화재청

 

앨리스 루스벨트의 대한제국 방문(1905)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Alice Roosevelt Longworth, 1858~1919)는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미국 전쟁부 장관이 이끈 태프트 아시아 순방단과 함께 1905년 방한하였다. 일본의 대한제국 병탄 의도가 날로 드러나던 이때 태프트 아시아 순방단이 일본에 도착하자 고종은 미국의 도움을 얻고자 순방단을 대한제국으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러나 순방단은 일본 방문에서 이른바 카쓰라-태프트 밀약(The Katsura-Taft Agreement)을 맺어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상호 인정하기로 한 상태였다.

위 사진은 1934년 발간된 앨리스의 자서전 혼돈의 시간들(Alice Roosevelt Longworth, Cro 1934)에 실린 것이다.

 

사진=문화재청
사진=문화재청

 

대한제국 황실 오찬 식단()

(1905920,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NYPL) 소장)

 

1905920일 고종과 루스벨트 일행이 중명전에서 함께 한 오찬의 식단이다.

고종이 참석한 것이 확실한 외빈과의 오찬에 올린 음식의 구체적인 품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날 음식은 모두 한식으로 1902임인진연의 황실 잔칫상이나 고종의 탄일상에 올린 음식과 동일하다. 이로써 황제가 동석하는 국빈 연회에는 전통 한식 중 최고의 잔치음식을 대접하였음을 알 수 있다.식단 뒷면에는 920일 루스벨트양을 위한 궁전에서의 오찬에 황제가 참석하였으며, 이번이 황제가 여성과 공식적으로 처음 식사한 자리였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1905년 외빈 접대를 담당했던 엠마 크뤠벨은 서양식 연회의 만찬에는 황제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제국의 황제는 외빈을 접대할 때 한식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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