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련은 없다. 소련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 Union of Soviet Socialist Republics)의 약자로 1922년 12월 28일 탄생해, 1991년 12월 25일 해체되었다. 올해로 탄생한지 99년, 해체된지 30년이 된다. 하지만 그 유산은 남아 있다. 소련은 대한민국 남북 분단의 한 원인이 되었고, 아직도 분단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소련은 69년간 존속하며, 마르크스-레닌의 공산주의를 실험한 나라였다. 그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소련의 탄생에서 멸망까지 그 과정을 살펴 본다. /편집자주

 

소련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모태로 하고 있다. 소비에트(Soviet)란 노동자 기구가 당시 러시아의 수도였던 페트로그라드(Petrograd)에 조직되었다.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은 페트로그라드의 소비에트를 기반으로 러시아를 집어삼키며 세계 최초의 공산국가를 실현했다.

 

 

혁명은 빵에서 시작되었다. 1917년 2월 페트로그라드는 혹독한 추위에 휩싸여 있었다. 2월 23일(이하 러시아 구력) 춥고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비보르그 공장 지구의 여성 직공들이 “빵을 달라”며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다음날 15만명의 노동자들이 칼과 망치를 들고 도심으로 쏟아져 차르 타도를 외쳤다. 혁명운동은 걷잡을수 없이 확산되고,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Nikolai II)는 3월 15일 퇴위했다.

차르가 퇴위한 후 임시정부는 부르조아로 구성되었다. 내각 가운데 유일하게 알렉산드르 케렌스키(Alexander Kerensky) 법무장관이 사회주의자였다.

좌파 노동자들은 소비에트를 구성했다. 권력은 의회(두마)와 소비에트의 이중권력 하에 분산되었다. 성급한 급진 볼셰비키들이 7월초에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임시정부는 발포명령을 내렸고, 볼셰비키의 봉기는 실패했다. 레닌은 핀란드로 도망가고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는 체포되었다. 볼셰비키들은 다시 지하로 숨어 들었다.

 

 

볼셰비키의 봉기가 진압된 후 7월 8일 케렌스키가 총리에 올랐다. 케렌스키는 라브르 코르닐로프(Lavr Georgievich Kornilov)를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코르닐로프는 돈강 지역의 코사크족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업인, 귀족, 장교 등 우파의 지지를 받았다. 코르닐로프는 좌파 혁명가들을 제압하기 위해 사형제도 부활과 노동단체의 활동금지를 케렌스키에게 요구했다. 케렌스키는 우물쭈물하다가 8월 11일 코르닐로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케렌스키는 수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기병군단의 수도 진입에 동의했다.

코르닐로프는 사회혁명당 소속 케렌스키를 믿지 않았다. 그는 이 기회에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부를 구성하고 소비에트 조직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8월 25일 코르닐로프는 기병 제3군단을 전선에서 빼 페트로그라드로 이동시켰다. 군단이 수도로 이동해 오자 케렌스키는 코르닐로프에게 등을 돌렸다. 그는 코르닐로프의 사령관직을 해임하고, 군대의 원대복귀를 명령했다.

케렌스키가 코르닐로프의 거사를 함께 모의했는지 여부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케렌스키는 코르닐로프를 반혁명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적대적 관계에 있던 소비에트에 수도를 방위할 것을 주문했다.

 

케렌스키의 변심은 러시아 혁명의 중대한 고비를 형성했다. 대중적 인기를 끌고 집권한 케렌스키 정부는 반혁명 음모에 가담했다는 루머에 휩쓸려 급격하기 지지기반을 잃게 되었다. 이에 비해 지하로 숨어든 볼셰비키는 소비에트를 장악하게 된다.

소비에트는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로부터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 트로츠키도 석방되었다.

코르닐로프의 부대가 수도로 진격해 왔다. 소비에트 지도부, 사회혁명당, 멘셰비키는 임시정부의 방위를 호소했다. 볼셰비키도 대중들에게 반혁명 분쇄 투쟁에 궐기할 것을 충동했다.

페트로그라드 시민들은 군부쿠데타에 반대하며 무기를 들었다. 볼셰비키 중심의 ‘붉은 근위대’(Red Guard)도 조직되었다.

코르닐로프가 보낸 전신은 부대에 도착하지 않았고, 반란군 기차에는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코르닐로프의 반란은 노동자와 병사와 수병들에 의해 진압되었다. 9월 1일 코르닐로프와 공범자 30여명이 체포됐다.

 

 

코르닐로프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볼셰비키가 합법적으로 무장세력화했다는 것과 반혁명 백군의 기초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레닌은 곧바로 무장혁명을 주장했다. 한때 민중의 영웅이었던 케렌스키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볼셰비키는 무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게 레닌의 생각이었다.

볼셰비키는 소비에트를 장악해 나갔다. 페트로그라드에 이어 모스크바, 사라토프, 리가의 소비에트가 볼셰비키 수중에 들어갔다. 볼셰비키는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10월초 레닌은 핀란드에서 페트로그라드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 바로 쿠데타에 착수했다. 볼셰비키 중앙위원회는 10월 10일 찬성 10표, 반대 2표로 레닌의 쿠데타 안건을 승인했다. 반대자는 레프 카메네프(Lev Kamenev)와 그리고리 지노비예프(Grigory Zinoviev)였다. 두 사람은 중앙위원직을 사퇴하고 신문에 군사쿠데타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이를 통해 볼셰비키의 쿠데타 소식이 케렌스키 정권에 알려지게 되었다. 쿠데타 계획이 들통이 나면서 D-데이를 10월 25일로 연기했다.

 

케렌스키 정권이 선제공격을 가했다. 10월 24일 정부군은 볼셰비키의 인쇄소를 점령하고, 정부 청사와 역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네바강의 도개교도 들어 올려졌다. 케렌스키는 의회에 나가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10월 25일 새벽, 레닌은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고 붕대를 칭칭 감고 스몰니 학교의 36호 강의실에 나타났다. 그곳은 쿠데타 지휘소였다. 레닌은 쿠데타 봉기 명령을 내렸다.

쿠데타에 참여한 인원은 1만~1만5,000명에 불과했다. 붉은 근위대(Red Guard)는 트로츠키의 지휘 아래 케렌스키 정부의 청사로 사용되던 겨울궁전을 접수했다. 궁전 수비대는 저항하지 않았다. 일부 총격전이 벌어졌지만 볼셰비키는 쉽게 페트로그라드를 장악했다. 이 볼셰비키의 쿠데타를 ‘10월 혁명’(October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쿠데타는 전국소비에트회의가 열리는 날에 맞춰 일어났다. 소비에트 회의가 열렸을 땐 이미 쿠데타는 성공했다.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 당원들은 쿠데타를 범죄적 행위로 규정하고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떠났다. 볼셰비키는 그들의 이탈을 반겼다. 볼셰비키가 권력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레닌은 권력을 잡은 다음날 반혁명 정당을 해산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을 폐지했다. 볼셰비키가 이끄는 군사혁명위원회는 혁명에 반대하는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볼셰비키는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제헌의회를 소집했다. 11월 12일에 치러진 선거에서 볼셰비키는 715석 가운데 175석밖에 얻지 못했다. 사회혁명당이 370석으로 과반을 얻었다. 볼셰비키의 대중적 지지도가 낮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볼셰비키는 제헌의회를 부르조아 의회라고 규정했다. 제헌의회 첫 회의는 1918년 1월 5일에 개원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 붉은 근위대가 의회를 점령했고, 회의가 열리자 근위대는 의원들을 위협했다. 회의는 곧바로 휴회했고, 볼셰비키는 의회를 해산했다. 이로써 러시아에 볼셰비키 일당독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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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Russian Revolution

Wikipedia, July Days

Wikipedia, Lavr Kornilov

Wikipedia, Kornilov affair

Wikipedia, October 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