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 정부 중재로 타협한 국내 재벌전쟁
결국 미국 정부 중재로 타협한 국내 재벌전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4.11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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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을 끈 LG-SK 배터리 전쟁, 바이든 거부권 행사 직전에 타결

 

국내 재벌들의 피 튀기는 싸움이 결국 미국 대통령 앞에서 멈춰 섰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10일자에서 한국의 두 거대기업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지아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환경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거부권 행사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조지아주에서 예상되는 2,600명의 일자리 소멸을 막을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도 어찌하지 못한 두 재벌의 분쟁을 미국 대통령이 해결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산업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분쟁 상대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고, 싸움의 발단은 배터리 기술 유출이다.

사건은 2017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진출하면서 선발주자인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R&D를 담당하던 직원 20여명을 스카웃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원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로 직장을 옳기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인력을 빼앗긴 LG측이 이직자 일부가 기술관련 핵심문서를 유출해갔다고 의심했다. SK측은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후발주자인 SK는 전기차 배터리의 개발에 성공했고, 미국 조지아주에 26억 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부품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SK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폴크스바겐과 포드자동차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LGSK의 미국 공장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제동을 걸었다. 20194LGSK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영업비밀침해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델레웨어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가 위치해 있다. 이 소송 가운데 ITC 결정이 올초에 나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Nissan Leaf) /위키피디아
전기자동차 배터리(Nissan Leaf) /위키피디아

 

국내 재벌기업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소송전을 벌이자,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정세균 총리는 올들어 128일 한 토론회에서 “LGSK가 해외에서 벌이는 소송에 정부가 중재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LGSK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데 미국에서 3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하고, 미국 정치권도 나서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고 털어 놓었다. 총리가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했을 땐,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이 양측의 타협을 종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두 재벌기업은 ITC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타협을 보지 않았다. 210일 미국의 ITCLG측에 손을 들어주었다. SK측이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앞으로 10년간 SK는 미국내에서 배터리 수입과 생산을 할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SK는 미국 사업을 접게 되었다. 이는 LG가 바라던 대로다. SK측은 미국 정부에 공장철수를 거론했다. 그러자 조지아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ITC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조지아주의 민주당, 공화당 정치인들도 거들었다.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ITC 결정 6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고, 그 시한이 41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며, 영업비밀에 관한 건은 전무하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업비밀 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인데다 취임후 관례를 깨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두 한국기업에 대한 타협을 종용하고, 한국정부에도 압력을 가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도 두 기업의 배터리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건의 해결을 바이든의 승리라 볼수 있는 것은 미국내 일자리를 유지한 것, 미국내 자동차회사에 배터리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한 것, 한국기업의 미국내 투자를 유지한 것 등을 들수 있다.

또한 이번 결과는 한국 재벌기업의 승리이기도 하다. SK는 미국의 ITC 판정을 뒤집었다. 그 어럽다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내면서 미국 사업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LG는 합의금 조로 몇조원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건은 국내 재벌기업의 싸움은 자율적 합의나 한국정부의 조정만으로 함들다는 것을 입증했다. 국내 재벌 싸움은 해외로 불붙었고, 결국 국제기관의 개입을 통해 해결되는 선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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