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고 산 좋은 양평, 그 아래 구비치는 남한강
물 좋고 산 좋은 양평, 그 아래 구비치는 남한강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4.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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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 수상스키 즐길만한 곳…곳곳에 전원주택지로 파헤쳐져

 

우리가 양평(楊平)을 가기로 한 것은 일종의 부화뇌동(附和雷同)이었다. 누군가 양평이 좋다길래 한번 가보자고 했다.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항공촬영 지도 한번 보고, 무작정 가기로 했다. 남한강이 흐르니까, 그것을 따라가면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함으로 우리는 경의중앙선을 탔다.

양평역 관광센터에서 지도를 한 장 얻어 일단 역사를 빠져 나왔다. 서울에서 전철로 한시간반 거리, 시골과 도시가 반반쯤 섞인 것 같다. 서울에서 온 듯 싶은 자전거족들이 거리를 쏘다닌다. 요즘 자전거 바람이 불고 있다더니, 그 사람들이 다 여기 왔는가 싶다.

양평군은 구한말인 1908년 양근군(楊根郡)과 지평군(砥平郡)이 합쳐 하나의 군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에는 가평, 연천군과 함께 유일하게 군으로 남아있는 3곳 중 하나다. 양평군에 따르면, 111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면적은 877.65으로 서울시 면적보다 넓다. 인구는 12만명, 이중 농가가 21.3%를 차지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선 요기부터 하기로 했다. 조금 나가니 영평물맑은 시장이 나왔다. 3일과 8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즉석 먹거리가 많았다.

허기를 채우고 강가로 나갔다. 남한강이 시원하게 다가왔다.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수상 스키를 즐기는 무리들이 강을 헤집고 다니고, 자전거 매니아들이 바이킹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2011년에 개통되었는데, 팔당에서 출발해 양평을 거쳐 충주 탄금대까지 140km를 연결하고 있다.

 

우리는 남한강 도보길을 따라 내려갔다. 양평군은 그 길을 물소리길이라고 이름지었다.

양평군청을 지나 양근천을 만나는 모래밭에 팻말이 서 있다. 6·25 때 북한군이 양평 양민 600명을 학살한 장소다. 그들은 총알도 아깝다며 죽창으로 찌르고 몽둥이로 두들겨 동족을 죽였다고 한다. 이 푯말을 세워 놓지 않았다면 무심히 지났을 것인데,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를 되새기며 길을 갔다.

 

양강섬내 양근성지 기념물 /박차영
양강섬내 양근성지 기념물 /박차영

 

곧 이어 양강섬이 나왔다. 양강이란 양평을 지나는 강으로, 남한강 이포보부터 팔당댐까지를 말한다. 두 개의 하중도(河中島)가 있고, 그 중 하나에 다리를 연결해 공원을 조성했다. 일명 물안개공원이다. 공원에는 양평지역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양근성지 조각상이 서 있다. 18013월에 천주교 신자 13명이 처형되었다고 한다.

 

양강섬 연결 다리 /박차영
양강섬 연결 다리 /박차영

 

양강섬에서 다리를 건너니, 건너편 야산에 웬 정자 하나가 서 있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여행자에게 눈에 보이는 게 목표물이다. 산 이름은 떠드렁산, 한자로 부래산(浮來山)이라 했다. 어디에선가 떠내려 온 산이란 뜻이다. 전설에는 충주에서 떠내려 왔다고 해서 충주산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정자는 고산정(孤山亭). 떠드렁산의 또다른 이름이 고산이라고 한다. 정면 3, 측면 2칸으로 팔작지붕에 한식 골기와를 얹었다. 현판은 상산 신재석(常山 申載石)이 썼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남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팔당댐에 갇혀 강이 흐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고산정 앞 도로가 조선시대에 한양에서 강릉을 잇는 관동대로(關東大路)로 붐비는 길이었다고 한다.

 

떠드렁산의 고산정 /박차영
떠드렁산의 고산정 /박차영

 

우리는 오빈역으로 갔다. 근처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눈앞에 보이는 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지도에는 산의 이름을 남산(南山)이라 했다. 해발 217m의 야트마한 야산이다.

남산 주변은 온통 전원주택이 들어섰다. 어떤 곳은 짓다 만 곳도 있다. 양평이 전원주택지로 인기라는 말은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실감이 났다.

남산을 올라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는데, 오빈 역사 앞에 등산로가 표시되어 다시 그길로 올라갔다. 여기저기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파헤쳐졌다. 등산로 표시판이 공사현장 어디선가 끊어졌다. 참 배려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집짓기에만 열중했지, 누군가 등산을 할 것을 생각했다면 표지판을 옮겨 놓거나 새로 만들어야 했지 않을까.

우리는 길도 못찻고 산을 올랐다. 숲을 헤치고, 돌맹이를 밟고 한참을 오르다보니 저 위에 정상이 보였다. 무작정 올라 가보니, 사람이 밟은 길이 나왔다.

 

양평 남산 정상 /박차영
양평 남산 정상 /박차영

 

고생한 것은 보람으로 잊어 버렸다. 산은 높지 않지만 경치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앞에는 남한강, 뒤에는 높은 산이다. 양평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 물줄기를 따라 가면 이포보가 나오고, 더 가면 충주가 나올 것이다.

경치를 만끽하며 한참의 자유를 즐기다가 하산했다. 지도를 보니 남산은 양평읍과 옥천면의 경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양평 남산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 /박차영
양평 남산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 /박차영

 

내려오는 길에도 온통 전원주택 단지다. 여기저기 새로 땅을 파헤친 곳도 많다. 이렇게 많이 지어 나중에 폭락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 없는 걱정을 했나?

옥천 냉면을 보니, 자동차로 많이 지나갔던 길이었음을 알고, 위치감각이 살아 났다. 국도 6호선 변이었다. 우리는 아신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행선로 /네이버지도
행선로 /네이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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