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는 미국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2007~2009년 경제위기의 피해자들이 밴을 타고 유랑생활을 하는 내용을 정리한 논픽션 작품(2017)을 각색한 영화다. 작품을 쓰기 위해 제시카는 3년간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랑(nomad)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동고동락했다고 했다고 한다,

주인공 펀(Fern)은 불황으로 파산한 네바다 엠파이어의 석고회사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자신마저 일자리를 잃었다. 그녀는 짐을 정리하고 밴을 개조해 떠돌이 생활을 해나간다. 유랑자들의 삶은 자유스러워 보이지만 척박하다. 펀은 밥 웰스(Bob Wells)가 주도하는 아리조나의 유랑자 집회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암치료를 받고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스웽키 부부도 있고, 아들 부부와 떨어져 사는 데이비드도 있다. 그들 하나하나의 인생이 영화에 스며 있다.

자동차 수리비 2,000여 달러(200만원 정도)가 없어 펀은 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언니는 돈을 주면서 자신과 함께 살자고 하지만 펀은 떠나고 만다. 펀은 아들 부부에게 돌아간 데이비드의 집에도 방문한다. 펀은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함께 살자는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펀은 떠나고 만다.

영화는 유랑생활을 자유로운 삶의 추구로 그리려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펀은 돈이 모자라 아마존 물류시설에서 임시노동을 해야 했고, 캠핑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옛날에 살던 엠파이어로 돌아와 남편과의 추억을 되살리고, 다시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흽쓸었다. 주인공 펀 역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맨드(Frances McDormand)는 여우주연상을,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을 받았고, 작품상도 노매드랜드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에 앞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받았고, 미국 감독조합상(감독상), 크리틱스 초이스상(감독상, 각색상, 작품상, 쵤영상), 골든글로브상(작품상, 드라마상, 감독상)을 줄줄이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Chloé Zhao, 趙婷)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클로이 차오에 대해 열광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중국 유력언론인 신화사통신, 인민일보는 클로이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을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영화에 중국을 비판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 그냥 중국인 감독이 만든 미국 영화일 뿐이다. 배우도 미국인이고, 미국의 사회분위기와 풍경을 그렸다. 그렇지만 중국 언론은 의식적으로 자오 감독을 기피했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우리나라에서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것으로 환영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자오 감독이 중국에서 배척당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발언 때문이다. 그녀는 2017년 영화잡지 필름메이커(Filmmaker) 인터뷰에서 “10대에 중국에 살 때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내가 어릴 때 들은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싫어 영국으로 갔고, 나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보면 반역적 발언이다. 그후 그녀와 그의 영화는 중국에서 상영이 저지되었다. 2017년 그가 감독한 영화 ‘더 라이더’(The Rider)가 중국 핑야오 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지만, 중국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문화적으로 국수주의적인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중국을 비판하는 외국 영화는 상영이 금지되고, 반중국적 외국 예술인은 중국에서 공연을 하지 못한다. 이런 폐쇄성이 자국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오는 2018년 노매드랜드를 준비하는 도중에 오스트레일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미국에서도 주류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소회한 것이다.

어쩌면 영화 노매드랜드처럼 그녀 스스로도 국제적인 유랑자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