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메시지, 트럼프주의 승리 배경
‘힐빌리의 노래’ 메시지, 트럼프주의 승리 배경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5.04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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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성공했지만 영화는 혹평…러스트벨트 백인노동자들의 삶 그려

 

영화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는 작가 J.D. 밴스(James David Vance)의 동명 자서전을 토대로 했다. 자서전은 20166월에 출간되었고, 영화는 4년후인 202011월에 상영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때와 재선에서 패배할 때가 공교롭게도 자서전과 영화가 나온 시점과 일치한다.

자서전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영화는 혹평을 받았다. 이 점도 트럼프의 인기와 궤를 같이 한다. 이런 평가의 차이는 메시지가 시대의 흐름을 탄 이유도 있겠지만, 영화가 자서전만큼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표지 /위키피디아
책표지 /위키피디아

 

힐빌리(Hillbilly)는 애팔라치아 산맥 서부, 즉 켄터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의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의 가난한 백인을 지칭하는 은어다. 책과 영화는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어렵게 사는 백인들의 삶을 그렸다.

작가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J.D. 밴스는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이혼한 어머니와 할머니의 밑에서 자란다. 어머니 베브(Bev)는 간호사를 하다가 약을 훔쳐 먹으며 중독에 빠진다. 베브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밴스는 이붓형제과 어울리다가 범죄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할머니가 주인공 밴스를 감싸고, 누나가 돕는다.

이런 환경에서 밴스는 자각하고 예일대에 입학한다. 예일대에서 중요한 면접시험을 앞두고 누나에게 급한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마약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그는 급히 돌아와 어머니를 돌본다. 밴스에게 가족은 굴레였다.

 

힐빌리의 노래는 주류에서 소외된 백인들의 삶을 노래했다. 마약을 먹고, 가정폭력이 난무하고, 무분별한 성관계로 임신시키고, 사용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추고 싶은 백인들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비해 펑펑 노는 사람은 실업수당에 의존해 잘만 산다. 열심히 일한 사람은 건강보험도 들지 못하는데,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은 헬스케어 혜택을 받는다. 그런 구조는 오바마 케어라 불리는 민주당의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작가 J.D.밴스는 은근히 오바마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난했다. 공장지대에 사는 백인들은 열심히 사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그렸다. 밴스는 또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미국 중부 공업지대 노동자들이 공화당으로 돌아섰는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했다.

작품은 러스트벨트 백인들의 애팔라치아의 가치’(Appalachian values)를 담았지만, 작가 스스로는 그 가치를 싫어했다.

J.D. 밴스 /위키피디아
J.D. 밴스 /위키피디아

가난한 환경에서도 조국을 사랑하는 애팔라치아 가치는 트럼프주의로 표현되었다.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는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지배하는 와스프(WASP)들은 백인노동자의 삶과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았다. 밴스는 그런 가치를 자신의 기억을 통해 되살렸고,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책이 나오자 서적 주문 웹사이트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인기가 떨어질 때 나온 영화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화 비평가들은 멜로 드라마 수준”, “가난한 자의 포르노”, “빈곤층의 성공신화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다만 할머니역을 맡은 글렌 클로스에 대해선 그의 연기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원작자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에서 지도교수 에이미 추아(Amy Chua)의 권유로 회고록을 썼다고 밝혔다. 밴스는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벤처캐피털회사에 근무하면서 자서전을 집필했다.

뉴욕타임스는 J.D. 밴스의 책이 2016년 대선에서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스트벨트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평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멸망을 잘못 예언한 책”, “가난한 백인 쓰레기들의 예찬한 책이라는 비난도 제기되었다. 어쨌든 힐빌리의 노래는 트럼프의 당선만큼이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밴스는 그후 미국 메이저 방송에서 인기 있는 토론 패널로 부상했다. 2018년에 그가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출마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구체화되지 않았다. 올들어 4월에 그는 2022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영화 장면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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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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