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덕봉산(德峰山)은 1968년 11월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이후 53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올해 4월 1일 개방된 곳이다.
덕봉산은 바닷가의 자그마한 돌기처럼 보인다. 해발 53.9m. 야트마한 동산에 불과하다.
본디는 섬어었다가 해류에 모래가 쌓여 산이 된 것이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해동여지도’, ‘대동여지도’에는 덕산도(德山島), 즉 섬으로 표시되었다. 그 후 언제부터인가 섬이 뭍과 연결되어 육계도(陸繫島)가 되었다. 육계화 과정은 조선 후기에 인구가 증가해 삼림이 밭으로 개간되는 시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 모양이 물더멍(물독의 삼척 사투리)과 흡사해 더멍산이라는 속칭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한자화하며 덕봉산이 되었다고 한다.
산 아래에는 마읍천(麻邑川)이 흐른다. 덕봉산 정상에서 보면 북쪽이 맹방해수욕장, 남쪽이 덕산해수욕장이다.
우리가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를 알게 된 것은 펜션 주인이 아침 일찍 산책로로 권했기 때문이다.
하맹방 해수욕장을 따라 가다가 덕봉산을 발견했다. 앞에 흐르는 조그마한 냇물이 마읍천이다. 바닷가 모래 사장과 마읍천 사이에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덕봉산은 군사 요새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하다. 좌우로 해변에 오똑 서 있는 봉우리는 동해와 긴 해변을 감시하기엔 안성마춤이다. 덕봉산에서 53년만에 군인들이 철수하고 무장이 해제되었다.
400여m의 철책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나무데크로 탐방로가 설치되었다. ‘접근금지’라는 군사용 푯말이 ‘탐방로 안내표지판’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우선 정상으로 향했다. 오르막길을 데크로 계단화했다. 정상 막바지에 ‘천국의 계단’이 있다. “천국의 계단”은 대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
덕봉산 대나무는 예로부터 유명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대나무 가운데 하나가 자명죽(自鳴竹)으로 밤마다 스스로 소리를 내어 울었다고 한다. 1572년(선조 5)에 맹방에 사는 홍견이라는 사람이 이 소문을 듣고 자명죽을 얻기 위해 덕봉산 산신령에게 7일간 빌었다. 마침내 대나무 한 그루에 줄기 다섯 개가 자라는 자명죽을 얻었다. 홍견은 이 자명죽을 가지고 화살을 만들어서 무과에 응시하여 무과에 급제했다고 한다.
정상의 전망대는 군초소를 개조해 만들었다. 정상 전망대에선 맹방해변과 덕산해변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옛적에 덕봉산 꼭대기에는 회선대(會仙臺)가 있었다고 한다. 회선대에 작은 우물이 있어 가뭄이 들 때마다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덕봉산은 이처럼 삼척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곳이었다.
맹방해변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매년 맹방해변에서는 유채꽃 축제가 열렸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갈아엎어 버렸다.
정상에서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360도로 펼쳐진다. 동쪽은 푸르디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서쪽은 태백산맥이 병풍처럼 북에서 남으로 내리 뻗어 흐른다. 그 산자락엔 삼척시 근덕면이 있다. 북쪽 해변은 맹방해수욕장, 남쪽 해변은 덕산해수욕장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우리는 둘레길을 돌았다. 전체 탐방로의 길이는 943m라고 한다. 천천히 바다와 기암괴석을 즐길수 있다. 아직도 군사용 시설물이 곳곳에 눈에 띤다. 탐방로는 개방했지만, 유사시 감시와 전투를 할 태세는 갖추어 놓은 것이다.
덕산 해수욕장 쪽의 외나무다리는 더 길다.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