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만이 주장하는 원칙이 있다. 중국은 헌법에 “타이완은 영토의 일부분”이라고 규정하고, 반분열국가법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으며, 타이완은 중국에 속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중국은 이 규정을 외교원칙에도 적용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 않은 나라와 수교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One-China policy, 一個中國原則)은 내부적으로는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나 신장지역의 위구르족 반란, 타이완의 독립운동은 하나의 중국을 분열시키는 행위로 규정된다.
중국 외교부가 24일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거론한 것에 반발했다. 지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 대변인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이란 자의 발언이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가 언급한 관련국가란 한미 두 정상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언행을 신중히 하라”든지,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표현은 도를 넘어 선다.
이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란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인데 그것도 나왔고, 남중국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유 통행은 다 보장되고 중국하고 주변국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한미관계는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중국 국익을 상하게 하거나 이에 대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색이 남의 나라에 주재하는 대사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을 사정거리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문제가 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
공동성명의 표현은 비교적 온건하고, 내용도 일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중국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불만은 왜 미국과 한국의 정상이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느냐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전근대적 논리다. 냉전시절에 서독 정부가 동독을 승인하는 나라와 수교하지 않은 할슈타인 원칙을 적용했고, 한국 정부도 북한정권을 수교한 나라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처음에는 이 조치가 동독과 북한을 고립화시키는데 효과가 있었지만 냉전기류가 바뀌면서 오히려 서독과 대한민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 원칙은 포기되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아직 버려지지 않은데는 미국의 잘못도 있다. 1970년대에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코드에 맞춰 대만과 단교했다. 우리나라도 1992년 중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 중국측 요구를 받아들여 대만과 단절했다.
그로부터 세월이 30년이나 지났다.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하는 가운데도 중국공산당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텐안몬 사건을 유혈진압하고 신장 위구르족과 티베트의 반정부 운동, 최근엔 홍콩 민주화시위를 탄압했다.
중국은 여전히 과거 봉건시절의 천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은 하늘 아래 하나의 천자만 있다는 구질서의 연장이다. 중국은 이웃 나라와 이웃 종족을 복속시키고 조공관계로 일체화하겠다는 구태의 사고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역사에도 하나가 아닌 적이 많았고, 지금도 하나가 아닌 게 분명하다. 둘을 하나라고 우기는 것은 억지다. 중국이 하나라는 정책을 내던지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고립된다. 서방세계는 중국의 낡은 정책에 더 이상 고분고분할 필요가 없다. 우리 정부도 국제협력을 통해 ‘하나의 중국’ 주장에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