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서 배척당하는 중국…리투아니아 맞짱
동유럽에서 배척당하는 중국…리투아니아 맞짱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5.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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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소련 지역에 영향력 행사하려다 EU 견제, 인권문제 등으로 발목

 

중국의 환구시보는 24일자 사설에서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에 대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리투아니아는 중국 같은 대국에 맞설 나라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발단은 리투아니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동유럽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하고, EU회원국에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단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환구시보의 사설은 한마디로 조그마한 게 까불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 언론의 태도가 거만하기 짝이 없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 면적 65,300로 대한민국의 3분의2쯤 되는 작은 나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1인당 GDP4만 달러를 넘는 강소국이다. 역사적으로도 13~15세기에 우크라이나, 폴란드, 벨라로스를 병합, 당시로는 유럽 최대 영토를 보유했던, 자부심 강한 나라다. 중국이 덩치가 좀 커졌다고 남의 나라를 우습게 여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위치 /위키피디아
리투아니아의 위치 /위키피디아

 

중국의 거만한 태도는 10년 가까이 닦아온 동유럽의 발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 동유럽 16개국과 경제협력체를 형성했다. 대상국은 발트 3(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유고연방 해체 6(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 폴란드, 루마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 16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소련 내 공화국이었거나 위성국이었던 나라들이다.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빈 공간을 20여년 후에 중국이 메우려 한 것이다.

16개국과 중국이 합쳐 16+1 경제협력체를 구성했고, 2019년엔 그리스의 좌파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가입을 선언함에 따라 17+1이 되었다.

 

17+1의 범위 /Medium
17+1의 범위 /Medium

 

이들 나라 가운데 11개국이 EU 회원국이다. 중국이 과거 소련 지배지역에 뛰어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EU를 분열시켜 유럽 중부와 동부에 맹주로서 위상을 누리려는 의도를 보였다. 2012년후 16 또는 17+1 협력체는 매년 바르샤바, 부카레스트, 베오그라드, 리가, 소피아, 두브로니크 등 동유럽 도시에서 정상회담을 열었고, 2015년엔 중국 쑤저우(蘇州)도 회의를 열었다.

16국 또는 17국에 중국 여행자 수가 201228만명에서 201793만명으로 늘어나고, 중국 정부가 그리스 항구에 투자하고, 동유럽에 장거리 고속도로를 놓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EU가 중국이 유럽 땅을 누비고 다니는 것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헝가리 대학의 제레미 갈릭 교수는 중국이 유럽의 비용으로 이득을 얻고 있다고 비난했다. 동유럽 차관의 90%EU와 미국에서 나가고, 중국의 투자는 10%에 불과한데, 중국이 이득만 누리려 한다는 것이다. 2017년의 경우 중국은 이 지역에 494억 달러를 수출한데 비해 수입은 185억 달러에 불과했다. 폴란드, 체코 등 유수의 공업국가들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EU가 중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17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회원국이 한목소리로 중국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베이징의 인권탄압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EU의 지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나라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다.

 

2020106일 유엔회원국 39개국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비난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이중 17+1 가맹국 11개국이 참여했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북마케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이니아 등이다.

 

13~15세기 리투아니아 왕국의 지배영역 /위키피디아
13~15세기 리투아니아 왕국의 지배영역 /위키피디아

 

리투아니아는 1990년 소련군의 탱크 앞에서 평화를 노래하며 독립을 쟁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는 강대국이 약소민족을 탄압하는 것을 싫어한다. 리투니아 의회가 최근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도 미국과 EU에 맹목적으로 추정한 것은 아니다. 자국의 경험이 뒷받침된 결의였다.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지스(Gabrielius Landsbergis) 외무장관은 17+1 협력체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리투아니아는 중국과의 맺고 있는데, 대만에도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가 기분 나쁜 반응을 보인 것도 이유는 있었다.

동유럽의 반중국 정서는 리투아니아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EU는 동유럽의 신참 회원국들에게 중국의 자본 투자가 부채의 덫’(debt trap)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의 투자가 오히려 경제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U와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동유럽 국가들은 어느쪽이 더 이익이 될 것인지 판단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참고자료>

Wikipedia, Lithuania

Wikipedia, Cooperation between China and Central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AICGS, From 16+1 to 17+1: The EU’s Challenge from the Rebranded China-CEEC Initiative

연합뉴스, 중국에 등 돌린 소국 리투아니아'17+1' 협력체서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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