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20대 청년에 운명 걸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20대 청년에 운명 걸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5.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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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루카셴코, SNS 미디어 차단하려 외국여객기 강제착륙 무리수

 

러시아 옆에 붙어 있는 벨라루스에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후 단 한명의 대통령이 나라를 농단하고 있으니, 그 이름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ksandr G. Lukashenko). 올해 나이 67, 1994년 이후 5년임기 대통령직을 6연임하고 있는데, 대통령만 27년째다.

그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벨라루스의 대통령으로 아돌프 히틀러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히틀러의 모든 게 나쁜 것은 아니다. 독일은 히틀러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폐허 위에서 일어났다. 독일은 히틀러 시기에 최고에 올랐다. 우리도 대통령제를 그처럼 해야 한다.”

 

루카셴코는 무명의 집단농장 주인으로 있던 중에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구소련을 동경하고, 벨라루스의 러시아화를 밀어 부쳤다.

그에 대한 집단반발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였다. 개표결과 루카셴코는 79.7%의 압도적 득표율을 얻어 당선되었고, 야당 후보인 스베틀라나 타하놉스카야는 10.09%를 얻었다고 선거당국이 밝혔다. 야당과 시민들은 부정선거라며 벨라루스 사상 최대의 시위를 벌였고, 루카셴코는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와 라만 프라타세비치 /위키피디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와 라만 프라타세비치 /위키피디아

 

이번에 또 루카셴코는 대범한 일을 저질렀다. 523일 그는 직접 미그-29기를 출격시켜 자국 영공을 지나는 아일랜드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강제착륙시켰다. 여객기는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를 향하고 있었다. 벨라루스 경찰은 여객기를 민스크 공항에 강제로 내려 26세의 청년 라만 프라타셰비치(Roman Protasevich)와 그의 여자친구 소피아 사페가(Sofia Sapega)를 체포했다.

 

벨라루스의 위치 /위키피디아
벨라루스의 위치 /위키피디아

 

루카셴코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여객기를 공중납치해 체포한 프라타세비치는 어떤 인물인가.

프라타세비치는 19955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태어났다. 그가 민주화 운동에 발을 디딘 것은 2011, 16살 때였다. 그는 반정부단체인 청년전선(Young Front)에 가입해 러시아 소셜미디어인 VK를 통해 루카셴코 정권을 반대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젊은이는 벨라루스국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던 2017년에 불법 집회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석방되었다. 그는 미국정부가 자본투자한 유로라디오에 근무하면서 보안경찰 KGB의 감시대상이 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폴란드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해왔으며, 지난해 1월에는 폴란드 시민권을 신청했다.

프라타세비치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 승리를 선언했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대규모 불복시위를 부추긴 혐의로 같은 해 벨라루스 보안경찰 KGB에 의해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랐다.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11월 테러와 사회불안조장 혐의로 기소됐다.

프라타세비치가 활용한 매체는 SNS었다. 2015년 동료 스테판 푸틸로와 함께 SNS 텔레그램에 넥스타(NEXTA) 채널을 만들었고, 지난해 6월부터는 별개의 텔레그램 채널 벨라모바(Belamova)에 글을 올렸다. 넥스타는 구독자가 200만명에 이르며, 벨라루스 야권인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시위를 조직하는 창구가 되었다.

루카셴코는 반정부 SNS를 차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전투기 출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체포된 그의 여친 사페가는 23세로 러시아 국적이다.

 

벨라루스에 강제착륙된 라이언 여객기 /위키피디아
벨라루스에 강제착륙된 라이언 여객기 /위키피디아

 

루카셴코가 20대 젊은이를 체포하기 위해 정식허가를 받아 영공을 통과하는 외국 여객기를 전투기를 동원해 공중납치한 조치는 국제법 위반이다. 유럽연합과 미국, 캐나다는 벨라루스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사태를 규탄한다, “벨라루스에 대한 제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벨라루스 정권의 행동은 너무 충격적이고 불법적이며 전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국제적 제재에 동참할 것을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킁롱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벨라루스 야권인사의 초청을 제의했으며, EU는 벨라루스 여객기의 역내 영공 비행과 공항 이착률을 금지하는 제재를 검토중이다. 유엔 인권사무소도 벨라루스 야권활동가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벨라루스 영공 이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항공사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젊은이 하나를 체포해 SNS를 차단하려다 국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에 그의 도박은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참고자료>

NYT, Roman Protasevich: A Belarus Activist Who ‘Refused to Live in Fear’

Wikipedia, Alexander Lukashenko

Wikipedia, Roman Protase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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