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아프리카 대학살 인정…화해 모색
프랑스-독일, 아프리카 대학살 인정…화해 모색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5.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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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 르완다와 나미비아 대학살 인정 통해 과거사 해결 시도

 

유럽국가들은 19세기말에 아프리카를 분할한 원죄가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종단과 횡단으로 가로지르며 분할했고, 독일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유럽열강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1884~1885년 베를린 회의(Berlin Conference)를 열어 아프리카 대륙을 자기들의 이해에 따라 분할했다.

그 후유증은 20세기에도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종족 분쟁, 국경 분쟁은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지배를 위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경계선과 지배-피지배관계의 연장선에서 전개되었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항하는 아프리카인을 대량학살하거나, 위정자의 배후에서 무기를 대주고 학살을 지원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아프리카인들이 민족해방투쟁에 승리, 독립을 쟁취한 이후 유럽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빠져나갔고, 그 자리를 공산주의자들이 밀고 왔다. 20세기말, 공산주의가 퇴조한 이후 서유럽인들이 다시 아프리카를 진출하려 하지만,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막혀 있었다.

100여년전에 아프리카 식민화에 선봉에 선 프랑스와 독일이 지난 27일 거의 동시에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두가지 과거사에 대해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아프리카과 다시 화해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1994년 콩고 자이레의 르완다 난민촌 /위키피디아
1994년 자이레의 르완다 난민촌 /위키피디아

 

527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집단희생자가 잠든 기념관을 방문해 “1994년 투치족의 대학살에 프랑스가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우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1994년 투치족 대학살에는 80만명이 숨졌다. 사건의 발단은 그해 46일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격추돼 숨졌다. 이에 후투족 군부는 이 사건이 투치족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상대로 석달 동안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였다. 후에 르완다 정부는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후투족의 무장을 지원했다며 프랑스 책임론을 거론했다. 르완다는 프랑스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대학살의 프랑스 책임론을 인정한 것이다. 마크롱은 "프랑스는 르완다에서의 역할, 역사,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침묵을 지키며 르완다 국민에게 준 고통을 인정하고 역사를 직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대학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마크롱의 발언에 대해 "사과보다 더 가치 있었다""이것은 엄청난 용기를 가진 행동이었다"고 받아들였다.

마크롱은 곧 르완다 주재 프랑스 대사를 곧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르완다에 코로나 백신 10만회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료=위키피디아
자료=위키피디아

 

마크롱의 발언이 있은지 몇시간 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독일은 19041908년 제국주의 시절 나미비아에서 행한 만행을 미화 없이 공식적으로 종족학살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독일이 110년만에 나미비아에서 종족학살을 자행했음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독일 제국은 베를린 회담에서 나미비아를 식민지로 얻었고, 그후 나미비아를 식민 통치하면서 19041908년 식민당국에 저항하는 헤레로족을 최소 6만여 명, 나마족을 1만여 명 학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과 나미비아는 2016년부터 종족학살 등 과거사 문제와 배상 문제에 대해 협상을 별여 최근 합의에 도달했다.

 

독일의 나미비아 통치시절, 헤레로족 학살 장면 /위키피디아
독일의 나미비아 통치시절, 헤레로족 학살 장면 /위키피디아

 

마스 외무장관은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에 비춰 나미비아와 피해자들의 후손들에게 용서를 빌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나미비아 대통령실은 종족학살 자행에 대한 독일 측의 인정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정부는 나미비아에 향후 30년 동안 11억 유로를 나미비아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측은 지원금이 피해자인 헤레로족과 나마족 후손들에게 우선적인 혜택이 돌아것이라고 설명했다헤레로와 나마족 측은 집권자들이 독일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한 용서에 불과하며, 우리 선조의 죽음을 돈으로 계산할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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