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물자부족, 도요타식 재고 최소화의 결과
세계적 물자부족, 도요타식 재고 최소화의 결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6.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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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절약 통해 경영효율화, 수익 개선의 모델이 펜데믹으로 파행

 

올봄부터 주요선진국이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가장 먼저 부딛친 문제가 부품 부족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해 일부 공장 가동을 멈췄고, 선박이 부족하고 컨테이너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국제적으로 목재 공급도 부족하고, 의복에서 고무, 가전제품의 조달이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공급체인에 병목현상이 빚어지면서 생긴 것이다.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전세계 기업들이 적기생산이라는 경영기법에 매달리면서 재고를 최소화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제품 부족현상에 대한 분석기사를 싣고, 그 원인을 기업들의 재고 줄이기 경향에서 찾았다.

 

재고최소화의 경영모델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적시생산방식(JIT, just in time)에서 출발한다. JIT는 원료와 부품을 재고로 두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상품관리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도요타는 1990년대 후반 비용절감, 재고절감, 결함제거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재료가 제조라인에 투입될 때에 맞추어 납품업자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재고관리 정책을 도입했다. 제조 공정의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표준생산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을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 공급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방식은 전세계 자동차 업계로 파급되었고, 자동차 업계를 너머 전자, 제약, 건설, 각종서비스 산업으로 파급되었다. 재고 제로화 방식은 이제 거의 전세계기업들의 경영방식으로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한 세기만에 찾아온 글로벌 팬데믹은 JIT 방식, 즉 재고줄이기 경영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적시생산방식은 부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라인 전체가 서버리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각국의 공장이 멈추고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선박 주문이 감소했다. 그런데 올초부터 백신 공급으로 팬데믹이 약화되고 갑자기 교역량이 늘어났다. 선박은 하루아침에 건조되지 않는다. 전세계에 선박이 풀가동되고 있지만, 1년간의 폐선 톤수와 신조감소분으로 인해 교역량 증가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의 입장에서 필요량 이상의 여유선박을 보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목재 공급도 마찬가지다. 감염증이 확산될 때 삼림 채벌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갔고, 목재 재고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목재 수요가 늘어났다. 삼림업자가 노동자를 다시 고용해 목재를 채벌해 소비자에 이르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애로현상이 빚어졌다.

 

Just In Time 그래픽 /Micri SCM
Just In Time 그래픽 /Micri SCM

 

적기조달 방식이 수십년동안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재고를 쌓아두려 하지 않았다. 목자수요자들은 그때그때 목재를 구입했고, 채벌업자들도 주문량만큼 생산했다.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경우 재고 최소화의 시스템은 작동했다.

세계경제의 상황이 1년여간 급격한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재고를 최소화하며 지내다가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원부자재 생산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해 소비재 생산업자들에게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적기생산이란 개념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적기생산의 애로현상은 JIT 기법을 가장 먼저 고안한 도요타를 비롯해 자동차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재고 부족으로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타이완에서 지진이 발생,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을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컴퓨터 부품 부족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때에도 관련 기업들은 재고 확보라는 과제를 인식했지만, 비용절감이란 큰 목표에 밀려 다시 원상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기업들이 비상상황을 맞아 적절한 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시적인 애로가 타개되면 다시 과거의 재고절감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끊임없이 비용을 줄이려 하고, 소비자가 싼 제품을 원하는한 적정한 재고 확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NYT, How the World Ran Out of Everything

Wikipedia, Lean manufact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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