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불법이민자 인해전술…스페인에 압박
모로코의 불법이민자 인해전술…스페인에 압박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6.03 18: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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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일 1만2천명 탈출 묵인…경제지원금 추가 요구, 외교갈등 해소 목적

 

아프리카 북단 모로코에 스페인의 역외영토 두 곳이 있다. 세우타(Ceuta)와 멜리야(Melilla).

세우타는 1415년 포르투갈이 점령했으나, 1581년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합병되면서 스페인령이 되었다. 그후 포르투갈이 스페인에서 독립했지만, 세우타는 스페인에게 양도했다. 세우타의 면적은 18.5으로 서울 종로구보다 좁다. 인구는 85,000명 정도. 시민들은 주로 어업·경공업·관광업·수산물가공업 등에 종사한다.

멜리야는 세우타 동쪽에 있는데, 1497년 스페인 왕국이 이슬람 세력을 쫓아낸후 아프리카 공격의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점령한 이후 여태껏 내놓지 않고 있다. 면적은 세우타보다 좁은 12.3이고, 인구는 86,000명이다. 어업이 주산업이며 인접 지역과의 교역, 스페인과 유럽의 보조금으로 버티는 고립도시다.

 

세우타와 멜리야, 지브롤터의 위치 /INFO Migranst 캡쳐
세우타와 멜리야, 지브롤터의 위치 /INFO Migranst 캡쳐

 

이 작은 두 도시에 지난 517일과 18일 이틀 사이에 모로코에 떠돌던 아프리카 불법이민자 12,000명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합쳐서 16만명 인구의 두 도시에 10%에 가까운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짧은 시일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분위기를 종합하면, 모로코 국경수비대가 불법이민자들에게 탈출로를 개방, 스페인으로 밀입국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된다.

세우타와 멜리야에는 모로코와 스페인 국경수비대에 의해 국경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저지하는 것은 주로 모로코 경찰이 맡아왔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경찰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통제하지 않을 터이니, 마음껏 세우타와 멜리야로 가로고 했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헤엄을 쳐서 두 미니도시로 유입되었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를 업은채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다가 구조되었다. 스페인 구조대가 해양을 떠다니며 이들에 대한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일부 어린이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모로코는 북부와 중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한 경유지다. 이들은 유럽으로 가기 앞서 모로코에 상당기간 방랑을 하는데,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의 추정으로는 4만명이나 된다. 모로코 당국이 경계를 일부러 느슨하게 해서 이들 중 3분의 1 정도를 스페인 영토로 보낸 결과가 된다.

 

세우타 /위키피디아
세우타 /위키피디아

 

그러면 모로코는 왜 불법이민자들을 스페인의 두 역외도시로 가도록 출구를 열었을까.

그 이유는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터키가 EU를 상대로 그러했듯이 모로코도 불법이민자 통제 장치를 풀어 스페인에 돈을 요구한 것이다. 둘째는 스페인의 외교정책을 모로코에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로코는 세우타와 멜리야의 국경 수비의 대가로 EU에게서 2007년 이래 130억 유로의 개발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최근들어 코로나 펜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 많은 지원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틀간의 이민자 유입을 겪은 후에 부랴부랴 모로코의 국경수비 강화를 위해 3,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모로코의 의도가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멜리야 항구 /위키피디아
멜리야 항구 /위키피디아

 

또다른 문제는 서아프리카 반군 문제다. 모로코령 서사하라(Western Sahara)에는 폴리사리오 전선(Polisario Front)이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반란을 시도하고 있다. 스페인은 최근 이 무장단체의 지도자 브라힘 갈리(Brahim Ghali)를 코로나 치료를 명분으로 삼아 자국 병원에 입원하도록 허용했는데, 이 조치가 모로코와 외교갈등을 일으켰다. 모로코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서사하라를 모로코 영토로 인정한 것처럼 스페인도 같은 조치를 취해 주기를 원한다.

스페인은 모로코가 불법이민을 무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정부가 국경 침범을 허용하는 것을 받아들일수 없다며 외교갈등을 이용하고 있는 모로코 정부를 겨냥했다.

 

멜리야와 모로코 경계의 철조망 /위키피디아
멜리야와 모로코 경계의 철조망 /위키피디아

 

EU가 통합되면서 세우타와 멜리야에 EU의 법령이 적용되고 있다. 스페인은 2000년에 두 도시의 국경에 철조망을 세워 밀입국자를 막고 있다. 하지만 바다로 건너오는 사람들은 막기 어렵다. 모로코 경찰이 밀입국자의 유입을 막지 않는한 두 도시는 점점 아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 때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확보한 역외 영토가 이젠 아프리카인들의 유입 창구가 되어버린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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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츄라이 2021-06-04 01:17:24
세우타 멜리야가 저렇게 삐쭉 튀어나온건지는 처음알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