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택시 면허값 폭락, 사회문제로 부상
뉴욕택시 면허값 폭락, 사회문제로 부상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20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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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고 투자, 5년 사이에 20%로 폭락…택시기사 파산, 자살 이어져

 

뉴욕에서 옐로캡(yellow cab) 택시를 영업하려면 시에서 발급한 메달리언(Medallion)이라는 면허를 사야 한다. 이 메달리언은 일종의 택시 면허값으로, 프리미엄 형태로 형성되고 있다.

뉴욕시의 메달리언 가격이 최근 5년 사이에 5분의1 수준으로 급락했다. 택시기사들이 집단으로 파산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택시 면허가격 폭락은 뉴욕은 물론 미국 전역으로 번지며, 택시 문제가 미국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19일자에서 택시기사들이 과도한 부채로 파산하는 과정을 다뤘다.

원인은 우버(Uber)와 리프트(Lyft)와 같은 차량공유회사들이 등장한 것이다. 뉴욕에서 운행되는 공유차량은 201512,600대에서 지난해 8만대로 늘어났다. 이들이 택시 시장을 위축시킨 것이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모하메드 호크(Mohammed Hoque)는 방글라데시에서 이민을 와 2014년에 5만 달러를 선입금하면 택시 메달리언을 사주겠다는 대출업자의 유혹에 덜컥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과 친구들에게서 빌린 돈을 합쳐 선금을 내고 170만 달러의 대출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후 메달리언 가격이 폭락하고 수입마저 줄어 대출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택시 기사들에게 메달리언을 중계하면서 돈을 빌려주는 대출업자들은 주로 다단계성 사채업자들이며, 일부에서는 대형은행들도 이 시장에 참여했다고 한다. 쉽게 돈을 구할수 있는 탓에 2014년까지 메달리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뉴욕에는 2002~2014년 사이에 4,000명의 택시 기사들이 메달리언을 샀다.

이 메달리언 가격은 2002년에 20만 달러에서 2014년에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택시 메달리언은 주식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자산이었다. 그러던 뉴욕 택시 매달리언 가격이 2014년부터 급락해 현재 20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빚에 몰린 일부 기사들이 자살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택시 메달리언 /위키피디아
뉴욕택시 메달리언 /위키피디아

 

뉴욕시는 1937년에 택시 메달리언 제도를 시작했다. 당시 무면허 택시가 시내를 질주했기 때문에 시 당국은 12,000개의 번호판을 만들어 팔면서 택시를 제도권 안으로 품었다. 그때 판 메달리언의 가격은 대당 10달러였다. 시 당국은 메달리언을 개인적으로 거래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택시 기사들은 메달리언을 택시 앞에 자랑스럽게 부착하고 다녔다.

뉴욕시는 그후 60여년간 신규 메달리언을 허가하지 않았다. 도시가 성장하고 택시이용객이 늘면서 메달리언에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10만 달러, 1997년에는 20만 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에 오른 가격은 뉴욕시의 성장속도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정상적인 시장가격으로 볼수 있다.

2002년 이후 대출업자들이 가세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등 남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은 택시회사의 가혹한 노동조건과 인종차별적 대우를 벗어나기 위해 대출자금을 활용해 메달리언을 사서 운영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것도 생황이 도움이 되었지만, 메달리언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이 재산상 이득이 더 컸다.

우버는 2011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우버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메달리언 가격은 상승했다. 대출업자가 돈을 쉽게 빌려줬고, 개인택시를 운영하려는 이민자들에겐 재산상 이득을 놓칠수 없었기 때문이다. 메달리언 시장에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

2014년 메달리언 가격이 100만 달러를 넘어섰을 때 택시 개인사업자는 이문이 나지 않았다. 기름값, 수리비, 보험료, 각종 잡비를 내고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 한달에 집에 가져갈 돈이 남지 않았다. 거품이 정점에 달한 것이다.

거품은 2014년말에 터졌다. 우버와 리프트가 버블을 터트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뉴욕시 통계에 따르면 우버가 등장한 이후 옐로캡 매출이 연평균 10%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1년에서 2014년까지 메달리언 가격이 폭등한 것은 우버의 탓으로만 돌릴수 없다. 사적 대출회사들이 쉬운 돈을 많이 풀었고, 이 돈을 활용해 택시 드라이버들이 매매차익을 노리며 메달리언을 샀다. 2014년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 몇 년간 미국에서 최고의 투자라며 택시 메달리언 투자를 부추기기도 했다.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되어 있다. 우버와 리프트가 아니더라도 메달리언의 거품은 터졌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진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지난해 말 이후 급락하고 있다. 개인택시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택시랜드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201799,100만원에서 2019108,650만원으로 하락한데 이어 올들어 3월에는 7,600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우리 택시업계도 미국을 닮아갈지, 사전에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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