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정 참여한 아랍정당의 기대와 한계
이스라엘 연정 참여한 아랍정당의 기대와 한계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1.06.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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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전환이란 평가와 큰 역할 기대할수 없다는 우려가 공존

 

이스라엘은 총인구 935만명 가운데 유대인이 74.2%, 아랍인 20.9%로 구성된 복수민족국가다. 이스라엘이 유대국가라고 알려진 것은 1948년 독립이래 유대인들이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일각이나마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권력구조에 끼어 들게 되었다.

오는 7일 열리는 이스라엘 의회 내각 투표에서 베냐민 네타야후 현 총리의 반대블록에서 연정을 구성해 차기정권을 꾸려가기로 예정되었다. 이 연정에 이스라엘 내 아랍인 정당인 라암(Ra'am)당이 4석의 의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라암당의 가장 중요한 정강은 두 개의 국가 해법, 즉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 정당은 특히 남부 네게브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족(Bedouin)의 적극적인 투표로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베두인족의 정착지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의 극우정당인 야미나(Yamina)당은 유대교 정통파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자치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무슬림의 주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야미나당은 아랍계 라암당을 이스라엘의 적인 제5열로 보고 있으며, 특히 당수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아랍인은 이스라엘과 동등하게 대우받을수 없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 양극의 정당이 하나로 뭉쳐 네타냐후 축출을 위해 연합전선 구축에 합의했다. 8개 정당의 합의에 따라 구성될 연정에 극우파 대표 베네트가 총리가 되기로 합의했는데도 라암당의 대표 만수르 아바스(Mansour Abbas)는 그의 손을 잡았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1일 동안에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투를 벌이고 휴전한지 며칠후의 일이다.

 

베네트와 아바스 /위키피디아
베네트와 아바스 /위키피디아

 

과연 4석의 아랍인 소수정당이 연정에서 무슨 진전을 이뤄낼수 있을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물론 아랍인들도 라암당의 처신에 주목하고 있다.

양 극단의 두 정당은 공동목표인 네타냐후 축출에는 성공했다. 현재 연정참가 정당의 의석수는 총의석수 120석의 과반인 61석을 갓 넘기 때문에 한 정당이라도 빠지면 연정 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베네트의 야미나당도 아랍인의 요구를 무시할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역으로 네타냐후측의 리쿠드(Likud)당이 연정을 흔들기 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아랍인 정당이 이스라엘 연정에 참여한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라암당의 역할을 기대하는 측은 이스라엘에서 아랍인이 내부의 적이라는 오랜 인식을 깨트릴 기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70년 이상 이스라엘 정권을 적으로 간주하던 아랍인들의 사고를 변화시켜 유대인과의 동반자로서 역할하도록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파키라 할룬이라는 아랍계 여성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정치 프로세스에 참여하도록 라암당이 아랍인의 시민의식을 형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유대인 정당이 다수인 연정에서 아랍계 라임당의 역할이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의석수가 작기 때문에 라암당에게 내각 각료 배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이 이뤄진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양 진영간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질 경우 라암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연정내 분란을 키울 소지가 있다. 두 개의 국가 해법은 연정 참여 정당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연정을 해체시키는 요인이 될수 있다.

 

이스라엘 어린이와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벽화(텔라비브) /위키피디아
이스라엘 어린이와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벽화(텔라비브) /위키피디아

 

라암당은 일단 해결가능한 문제부터 제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그중 하나가 베두인족의 주거문제다. 유랑민족이던 베두인족이 정착하면서 사막에 몇개의 주거지를 형성했는데, 이스라엘 정부가 이 주택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개정법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불법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 라암당은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유대민족주의자와 아랍인이 동거하는 연정은 깨지기 쉽다. 이런 구조를 보완하는데 연정 참여 최대정당인 중도의 예시아티드(Yesh Atid) 당의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의 역할이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어쨌든 아랍인 정당의 이스라엘 연정 참여는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사건임은 분명하다.

 


<참고자료>

NYT, A Historic Moment for Israeli Arabs, but With a Question Mark

Wikipedia, 2021 Israeli legislative 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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