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도박,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엘살바도르의 도박,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6.09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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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두 개의 법정통화 공존…성공 여부에 관심

 

엘살바도르는 면적 21,000로 우리나라의 5분의1에 해당하고, 인구는 640만명이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9일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 법정통화 승인안을 총의석 84석 중 62석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엘살바도르에는 두 개의 법정통화가 공존하게 되었다. 이 나라는 20011월부터 그동안 사용하던 통화 콜론(colon)을 폐기하고 미국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채택한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했기 때문에 20년 동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해 왔다. 이번에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한 비트코인을 추가로 법정통화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함과 동시에 두 개의 법정통화를 실험하는 나라가 되었다.

법정통화((legal tender)는 국가 또는 중앙은행이 배타적 통용성을 인정하고, 다른 종류의 유통수단을 배제함으로써 사용자의 신용을 지탱한다. 즉 한 나라에 하나의 법화만을 채택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경제적 주체성이 미약한 엘살바도르라는 작은 나라가 두 개의 법화를 지탱할 수 있을까.

 

엘살바도르 위치 /위키피디아
엘살바도르 위치 /위키피디아

 

엘살바도르는 해외송금이 많은 나라다. 그 규모는 연간 60억 달러 정도로, GDP20% 가까이 차지한다. 주로 미국에 이민 간 엘살바도르인은 본국 친척에 돈을 보내는데, 그 금액이 무역적자액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원 없이도 해외송금액으로 국내 통화를 꾸려 나갔다.

엘살바도르의 이번 조치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송금액이 줄어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상적인 송금 통로 이외의 별도 통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미국으로 간 불법 이민자들이 정상적으로 은행거래를 하지 못할 경우에 편의를 제공해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은행을 통해 송금한 경우도 거래 수수료를 줄이고, 송금 기일을 당기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법정통화가 공존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비트코인은 두달전만 해도 개당 6만 달러를 넘었는데 지금은 3만 달러 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일 때 돈을 빌려준 사람이 두달후에 3만 달러를 돌려받는다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역의 경우도 성립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엘살바도르의 조치가 달러의 법정통화를 유지하되, 비트코인을 송금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의회에서 법률로 정했기 때문에 도망갈 구멍이 없다. 상거래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엘살바도르는 관료의 부패가 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부패의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과 그의 부인 /위키피디아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과 그의 부인 /위키피디아

 

엘살바도르는 1인당 GDP4,000 달러 수준의 가난한 나라다. 전체 가정의 3분의1이 친인척의 해외송금액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UNDP에 따르면 2005년 빈곤률이 20%였는데, 해외송금이 없다고 가정하면 그 비율이 37%로 올라간다. 전체 국민의 70%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정착할지는 의문이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2019년에 자국 석유를 담보로 페트로(Petro)라는 가상화폐를 유통시켰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남미 반미주의의 선봉에 선 마두로의 베네수엘라에선 지금 미국 달러화가 거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대통령은 현재 나이 40세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최연소 국가원수다. 그의 파격적인 실험이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Bloomberg, El Salvador Is First to Adopt Bitcoin as Legal Tender

Coindest, El Salvador Adopts Bitcoin: Hype or History in the Making?

Engadget, El Salvador may be the first country to accept Bitcoin as legal tender

Wikipedia, El Salv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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