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회담 후유증…영국-프랑스, 소시지 전쟁 가열
G7회담 후유증…영국-프랑스, 소시지 전쟁 가열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6.14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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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북아일랜드, 영국 일부분 아니다”…프로토콜 파기 주장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소시지 전쟁’(sausage war)이라 불리는 또다른 무역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사태를 험악하게 이끈 것은 지난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6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 유예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대화 도중에 마크롱 대통령이 불쑥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크롱이 의도한 말은 아니었을지언정, 그의 발언은 실수치고는 파괴력이 강했다. 북아일랜드가 영국 영토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툴루즈(프랑스의 지방)에서 생산된 소시지가 파리 상점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어떠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마크롱은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북아일랜드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마크롱의 발언 내용을 부정하지 않았다. 프랑스측은 다만 마크롱이 영국 영토의 통합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프랑스측은 북아일랜드와 툴루즈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다가 나온 발언이었다고 애써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 영국 외무장관 도미나크 랍((Dominic Raab)은 마크롱의 발언에 대해 공격적”(offensive)이었다고 비난하면서 “EU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런 주장을 해왔다고 쏘아붙였다. 영국 외무장관은 이어 우리가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프랑스의 코르시카를 언급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칼을 세웠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독립을 요구하고, 코르시카에는 이탈리아어 사용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마크롱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영국 국민감정이 고조되고, 특히 북아일랜드의 정치인들은 차제에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을 파기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는 영국과 분리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영국이 탈퇴한 EU /위키피디아
영국이 탈퇴한 EU /위키피디아

 

영국과 프랑스의 감정싸움의 본질은 브렉시트에 있다. 영국은 지난해말로 EU에서 탈퇴, 연초부터 EU와는 별개의 관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브렉시트에 앞서 EU와의 협상에서 북아일랜드를 EU의 관세지역에 포함시키는 조항(북아일랜드 프로토콜)을 양보했다. 1998년 굿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에 의해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어떤 경계선을 만들지 않는다는 조약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영국은 EU와 협상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보다는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영국에 독소조항이었다. 영국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생산된 물품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면 EU의 관세가 적용된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의 관세주권을 포기한 셈이다.

당시 협정에서 브렉시트후 6개월, 즉 오는 6월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띠라서 브렉시트가 시행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잉글랜드 섬에서 생산된 상품이 관세 없이 북아일랜드로 건너갔다.

그런데 7월부터는 영국 본섬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물품은 EU 관세가 적용되고, 잉글랜드 섬과 북아일랜드의 세관은 바다를 건너는 자국내 물량에 대해 관세를 물려야 할 상황이 되었다.

EU는 소시지, 치킨 너겟, 버거용 저민고기 등 냉동육류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잉글랜드 섬에서 생산된 소시지는 북아일랜드에 판매할수 없게 된다.

유예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영국의 생각이 바뀌었다. 보리스 존슨의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에 의해 규정된 유예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할 것을 EU에 제의했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같은 편인 EU가 영국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고, 마크롱이 총대를 메고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영토가 아니라는 마음 속에 있던 말을 내뱉은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영국과 EU 사이에 새롭게 불거진 브렉시트 갈등을 소시지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G7 회담에서 영국 총리에 EU와의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영국 국내와 북아일랜드의 카톨릭 세력은 마크롱의 발언에 격앙하는 분위기다.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대표 에드윈 푸츠는 마크롱을 향해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차제에 북아일랜드 프로토콜을 파기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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