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축출 후 베트남 분열시대…메콩강 진출
명나라 축출 후 베트남 분열시대…메콩강 진출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1.06.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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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사③…응우옌씨와 진씨 세력이 남북 대치, 막씨 정권도 할거

 

1428년 레() 왕조가 중국 명()나라의 21년간 지배를 종식시키고 들어섰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지(1392) 36년 째 되던 해다.

레 왕조는 베트남에서는 최장수 왕조였다. 1788년까지 369년간 무려 27대 황제가 군림했다. 하지만 초기 100년간 레씨가 권력을 장악했지만, 1527년 권신 막 당 중(莫登庸)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다시 복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후반부엔 레씨가 명목상 황제 자리를 유지했을 뿐, 나라는 찐(), 응우옌(), ()등에 의해 분리 통치되었다.

 

레 왕조의 4대 황제 타인 똥(聖宗, 1460~1497)은 조선 세종 임금과 같은 업적을 쌓았다. 그는 넷째 아들로 태어나 황제가 될수 없는 위치에 있었지만, 어린 시절 유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권력 투쟁 과정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황제로 옹립된 그는 유교적 이념에 기반해 베트남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황제 직속의 6부 체제를 마련했고, 과거를 실시해 유능한 관료를 선발했으며, 지방은 13개 도()로 나누어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했다. 촌락 단위까지 토지 대장 및 호적 대장이 만들었다.

타인 똥은 147125만 명의 대병력을 동원하여 베트남 남부 왕국인 참파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키고 왕을 사로잡았다. 이 전쟁을 계기로 참파는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고, 1,000년 동안 기나긴 베트남과 참파 간의 군사적 충돌을 종식시켰다.

 

막 당 중이 명나라 사신에게 조공을 바치는 모습 /위키피디아
막 당 중이 명나라 사신에게 조공을 바치는 모습 /위키피디아

 

1500년대에 들어서면서 레 왕조에서 어리거나 정사를 등한시하고 사치를 일삼는 황제들이 제위에 오르고,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권을 장악한 권신들이 황제들을 살해하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했다. 그 인물이 막 당 중(莫登庸)이었다.

막 당 중은 어린 황제인 찌에우 똥(昭宗)을 등에 업고 견제세력을 제압하고 군권을 장악했다. 어린 황제가 도망을 가자 체포해 처형한 다음 그의 동생을 제위에 앉히고, 압박해 선양의 형식을 빌어 제위에 올랐다. (1527)

막 당 중은 중국 명나라를 가장 두려워 했다. 명나라 왕위찬탈을 명분으로 침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앞서 호 꾸이 리가 리() 왕조를 멸하고 제위에 오르자 명나라가 침공해 직접 지배한 게 바로 100년전의 일이었다.

레 왕조의 신하 응유옌 낌이 라오스로 도피해 레 왕조 복위를 위해 명나라에 군사개입을 요청했다.

명나라는 154012만 병력을 보내 베트남 국경에 접근했다. 이에 막 당 중은 아주 비겁한 행동을 했다. 그는 전투도 한번 벌이지 않고 항복했다. 신하 40명과 함께 스스로 목에 줄을 묶어 도선포복(徒跣匍腹, 맨발로 기어감)으로 명나라 장수 모백온(毛伯溫)에게 항복문서를 바쳤다. 동시에 토지와 군민(軍民, 군대와 백성)의 처분도 맡기며 변경지방의 영토 일부를 떼주기로 하면서도 국왕 인준을 요청했다.

명나라도 전쟁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기어오는 적의 수장을 죽일수는 없었다. 명나라는 막 당 중에게 안남국왕이라는 칭호 대신에 안남도통사라는 낮은 지위를 내렸다. 중국은 베트남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변방 일개 행정구역을 격하한 것이다.

막 당 중에겐 구걸 행각이 일시적으로는 창피한 것이었지만, 권력은 유지할수 있었다. 그는 베트남 권력 중심지인 홍강 델타 출신이기는 했지만, 중국 남부 해상 지역에 살던 하층 계급 단민(蛋民)의 후예라고 전해진다. 어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무과에 합격해 출세가도를 달렸기 때문에 권력만 유지된다면 예의범절이나 체면 같은 것을 무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막 당 중의 왕위 찬탈은 레 왕조의 부흥을 기도하는 전국적인 저항 운동에 불을 질렀다. 대표적인 인물이 응우옌 낌이었다. 응유옌은 레 황실의 일족인 레 닌(黎寧)을 황제로 받들고 막씨 정권에 대항하며, 베트남 남부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북부의 막씨 정권과 남부의 레 황실 지배지로 나뉘어 졌다. 응우옌 낌이 사망한 후에는 그의 사위 찐 끼엠(鄭檢)이 실권을 장악하고 1592년에 탕롱을 탈환해 막씨를 타도하고 레 왕조를 부활시켰다.

 

남북 분열기의 베트남 /위키피디아
남북 분열기의 베트남 /위키피디아

 

왕권을 되찾은 레씨 왕조는 신하의 도움으로 복위했기 때문에 권력의 일정부분을 신하들에게 나눠줘야 했다.

첫 실력자는 응우옌 낌이었다. 레씨 부흥운동은 응우엔씨와 찐()씨가 주도했다. 응우엔 낌은 찐씨의 실력자 찐 끼엠에 딸을 주어 사위로 삼았다. 레씨 왕조가 복원되고, 응우옌 낌은 막씨에 의해 독살됐다. 실권은 사위에게 돌아갔다.

응우옌 낌의 아들 응우옌 호앙(阮潢)은 아버지가 돌아간 후 형도 갑자기 사망하자, 매형으로부터 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 찐 끼엠의 부인인 누나에게 남쪽 변경에서 근무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당분간 정치 중심지인 북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 있으면서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찐 끼엠은 처남을 위험한 변경 지대로 보냄으로써 중앙 정치권에서 배제시키고자 했다. 두 사람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응우옌 호앙은 남쪽 변경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갔다. (1558)

응우옌 호앙은 베트남 남부, 옛 참파왕국의 지역에서 실력을 키워 나갔다. 레 황실이 복위한 후 찐씨의 세력이 더욱 커졌다. 찐 끼엠이 죽고 아들 찐 뚱(鄭松)1599년 빈 안 브엉(平安王)이라며 왕을 칭하며 레 왕조의 황제를 무력화했다.

이에 반발해 응우엔씨는 찐씨 세력과 결별했고, 1627년부터는 양측은 전쟁에 돌입했다. 북쪽의 찐씨 세력은 남쪽의 응우옌 씨를 반란 세력으로 규정했고, 남쪽 응우엔씨는 북쪽 찐씨를 황제를 농단하는 역신으로 규정해ᅟᅢᆻ다.

한편 막씨들은 쫓겨났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막씨 잔당은 명나라와의 국경지대 꺄오 방에 근거를 두고 1677년까지 지방정권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명나라도 베트남이 분열돼 북권한 레왕조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막씨 소굴을 모른척 했다.

 

남북분열기 지방 왕조 /김현민
남북분열기 지방 왕조 /김현민

 

남북 대치상태는 200년 정도 지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남쪽의 응우옌씨는 변방의 지방 권력으로서 남쪽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응우옌씨의 남부 세력은 옛 참파왕국의 영역은 물론 메콩 델타 지역까지 진출했다. 오늘날 호치민(구 사이공)시도 이때 개척됐다.

응우옌씨도 찐씨와 마찬가지로 푸 쑤언을 수도로 해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명분론에 입각해서 레 황실을 떠받드는 입장이었고, 레 황실의 연호도 그대로 썼다. 북쪽의 찐씨와 남쪽의 응우엔씨는 각각 왕을 칭하면서도 레씨의 황실을 인정하는 독특한 형태의 대결구도를 벌였던 것이다.

 

200년에 걸치는 남북 대치기에 베트남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첫째가 메콩 유역으로 진출한 것이다. 남부 응우옌 정권은 캄보디아의 왕위 계승 문제에 개입해 그 대가로 캄보디아 영토였던 메콩강 하류지역을 잠식해 갔다. 남부 정권은 1600년대 중반에 사이공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해 교두보를 마련했고, 1698년에는 남부를 지배하는 행정 기구로 가정(嘉定, 쟈 딘)부를 설치했다. 이에 18세기 중엽에는 베트남 남부 전역이 영토로 편입됐다.

둘째, 중국인들이 베트남 남부지역으로 유입되었다. 명나라가 청에 의해 패망한 이후 중국 남부 지역에서 해상활동을 하던 정성공(鄭成功) 등의 후예가 대거 베트남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1679년에는 광동 출신 중국인 3,000명이 집단으로 이주해왔다. 응우옌 정권은 이들을 남쪽으로 보내 집단으로 거주하게 했다. 이들은 토지를 개간하고 교역을 발전시켰다. 새로운 이주민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18세기 말에 사이공은 큰 국제 도시로 발전했다.

중국 광동 출신의 막구(鄚玖)는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현재 베트남 남서부의 하 띠엔(河僊)의 정착을 허가받아 개발한후 1710경 베트남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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