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 2월 30년 동안 재위한 도광제(道光帝)가 68세의 나이로 죽고 그의 넷째 아들 함풍제(咸豐帝)가 청조 9대 황제에 올랐다. 19세의 어린 황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대를 잇는 일이었다. 이듬해인 1951년 그는 황후를 구하기 위해 간택 행사를 가졌다. 60여명의 어린 처녀들이 황후가 되기 위해 심사에 나왔고, 후에 서태후가 되는 예흐나라가 서열 6위의 후궁으로 뽑혀 자금성에 입궁했다.
베이징에서 황제 교체로 어수선한 가운데 남쪽 지역에서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했다. 1851년 1월 11일 38세의 홍슈취안은 태평천국이라는 국호를 내걸고 스스로 천왕(天王)임을 선포했다. 중국에 두 개의 나라, 두 명의 황제가 생겼다. 하나는 중국을 200년 이상 지배한 만주족의 청조(淸朝)였고, 다른 하나는 멸만흥한(滅滿興漢)의 기치를 내건 농민반란군이었다. 태평천국군은 만주족의 변발을 거부하고 머리를 길게 늘어 뜨렸기에 장모적(長毛賊)이라 불렸다.
청조는 성(省)의 군대와 지방 호족을 중심으로 단련(團練)을 조직해 태평군을 저지했다. 하지만 정부군은 광신적 종교로 무장한 태평군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1951년 9월 25일 태평군은 광시성 영안(永安)을 점령하고 그곳을 중심거점으로 삼았다. 그들은 이 곳에서 힘을 축적해 병력을 3만7,000면으로 확대시켰다.
훙슈취안은 다섯명의 왕을 임명했다. 양슈칭(楊秀淸)은 동왕(東王), 펑윈산(馮雲山)은 남왕(南王), 샤오짜이꾸이(蕭朝貴)는 서왕(西王), 웨이창후이(韋昌輝)는 북왕(北王), 스따카이(石達開)는 익왕(翼王)으로 봉했다.
태평군의이 영안에서 체제를 정비하는 동안에 청군이 영안을 포위했다. 태평군은 고전했으나, 동왕 양슈칭의 뛰어난 작전으로 1852년 청군의 포위망을 풀고 전진했다. 이 와중에 남왕 펑윈산과 서왕 웨이창후이가 사망했다.
태평군은 세력을 확장해 우한삼진(武漢三鎭)으로 진격해 선박을 탈취하고 탄약과 곡식을 빼앗았다. 우한은 양쯔강의 중심도시로, 하류엔 난징(南京)을 점령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이었다. 태평군의 수도 50만명으로 불어났다. 태평군은 마침내 수만의 선박에 병력을 싣고 양쯔강을 내려가 명(明)나라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1853년 3월 홍슈취안은 36명이 메는 대형 가마에 올라타고 당당하게 난징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곳을 수도로 정해 천경(天京)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남쪽의 6개 성이 태평천국의 수중에 떨어졌고, 배상제회 신도는 100만명으로 불어났다.
태평천국은 아편을 피우는 것,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금하고 창기를 없앴다. 여성들에게 전족을 금했고, 노예매매도 금지했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도 엄금했고, 우상과 불당은 파괴했다. 공식문서는 백화문(白話文)을 사용하도록 했고, 구두점을 붙여 읽기 쉽게 했다.
특히 토지와 재산의 사유권을 폐지했다. 경작지를 9등급으로 나눠 16세 이상에겐 1묘를 주고, 16세 이하에겐 그 절반을 주었다. 토지는 생산을 위한 수단일 뿐 매매나 상속을 할수 없도록 했다. 가족의 수요를 충족한 잉여농산물은 국고로 납부해야 하고, 개인적인 축적은 금지되었다.
지방제도는 군사 단위와 지방행정을 일치시켰다. 행정과 군조직의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과거시험도 치렀는데, 여성도 과거를 치러 정부 요직에 참여하도록 허용되었다. 병자와 신체장애인, 고아와 과부 등은 국가가 돌봐주는 사회복지제도를 시행했다.
태평천국은 청조 치하의 폐쇄적 전통사회에 비해 상당히 진보적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태평천국의 제도는 향촌의 귀족과 유림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전통적인 제사가 부정되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공맹(孔孟) 사상에 젖어있는 유림들은 태평군이 내거는 만주족 척결보다는 청조에 대한 충성을 선택했다. 청조와 한족 지배층이 자연스럽게 동지감을 형성하게 되었다.
난징이 함락하자 함풍제는 각성의 향신에게 고향에서 단련을 조직해 방어하라고 지침을 하달했다. 곧이어 40여명의 단련대신(團練大臣)을 임명했다. 정부군으로 반란군을 제압할수 없으니 각지에서 민병대를 조직하라는 것이다.
때마침 예부우시랑 쩡궈판(曾國藩)이 모친상을 당해 고향인 후난성 상향현(湘鄕縣)에 돌아와 있던 있었다. 그는 황명을 받들어 군대를 조직했는데 고향의 이름을 붙여 상군(湘軍)이라고 했다. 짱궈판은 사병과 장교의 봉급을 정부군보다 높게 올렸다. 일반 일꾼보다 다섯배나 높은 임금을 준다r고 하니, 대수의 농민들이 상군에 복역하기 위해 몰려 왔다. 태평군의 행태에 놀란 유림도 쩡궈판의 궐기에 동참했다. 상군은 1854년에 수군과 육군을 합쳐 1만7,000명에 이르렀고, 많을 때는 10만명에 이르렀다.
쩡궈판의 상군은 사설병력이나 다름 없었다. 만주인이 지휘하는 정부군으로 농민군을 제압할수 없으므로, 지방에서 조직된 한족 민병대에 군권을 넘겨준 것이다.
태평군은 군대를 둘로 나눠 하나는 북벌에 나섰고, 다른 하나는 서쪽 지역을 원정했다. 북벌군은 텐진에서 수십km 떨어진 곳까지 진격해 베이징을 위협했지만 보급지원이 부족해 회군해야 했다. 서쪽으로 향하던 병력은 정꿔판의 상군에 의해 저지되었다.
청 조정은 쩡궈판에게 상군을 후베이성으로 보내 도와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후난성도 구하기 힘든데 원정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쩡궈판은 1854년초에야 허베이성으로 상군 1만7,000명을 파견했는데, 현지의 한족 유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족들은 만주족에 대한 저항심보다는 태평군으로부터 중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태평군에 사찰과 사당을 파괴한데 대한 반감이 상군의 진격에 도움이 되었다. 상군은 우한에서 태평군과 뺏고뺏기는 전투를 벌여 마침내 양쯔강 중류의 거점도시를 장악하게 되었다.
태평군은 절정기에 달하면서 자만심에 빠졌다. 홍슈취안은 난징에 호화스런 궁전을 만들고, 수많은 후궁들과 살았다.
그들은 외교에 무지했다. 농민반란이 힘차게 기세를 올리자 유럽국가들은 중립을 지켰다. 어느쪽을 편들기보다 이기는 쪽을 지지한다는 관망세를 유지했다. 특히 아편전쟁을 일으켜 청조의 굴복을 받아낸 영국은 태평국에 사신을 보내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보냈다. 다만 영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선을 넘지 말아달라고 했다.
영국의 사신은 난징에서 북왕과 익왕을 접견하고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당시 홍슈취안은 속국의 사신이 먼길을 왔다고 칭찬하며 충성을 다할 것을 허락한다고 거만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태도를 보고 영국인들은 태평군이 청조를 대체할 정권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영국은 태평국이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교리를 전수받았다고 주장하는 점, 태평국의 교리가 성서와 판이하게 다른 점, 교리가 일부 지도자의 야심을 만족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등을 파악하고 더 이상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만일 태평국이 청조와 껄끄러온 관계에 있던 영국 등 서양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냈더라면 상황이 달리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였기 때문에 태평천국의 기독교를 이단으로 보았고, 러시아는 태평국의 거점인 남부지역과 거리가 멀었으므로 청조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태평천국의 난은 쩡궈판의 민병대 조직으로 강한 저항을 받게 되었다. 청조는 한족 지휘관 쩡궈판에게 태평군 토벌의 전권을 주었다. 한족 장수로 하여금 한족 반란군을 제압하는 이이제이 (以夷制夷) 수법을 쓴 것이다.
<참고자료>
Wikipedia, Taiping Rebellion
임계순, 淸史-만주족이 통치한 중국, 도서출판 신서원, 2000년
이매뉴얼 C.Y. 쉬, 근-현대 중국사(상권), 까치 2013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