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에 궐기한 태평천국은 10년간 맹위를 떨치며 중국 18개성 가운데 16개 성에 영향을 미쳤고, 600개의 도시를 공격했다. 반란군의 기세는 10년후인 1860년에 꺾였다. 그 원인은 반란 지도부가 내분에 휩싸인데다 쩡궈판(曾國藩), 리훙장(李鴻章), 쭈어중탕(左宗棠)과 같은 한족 출신 신사(紳士)들이 민병대를 조직해 대항군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만주족 정권과 농민정권 사이에 중립을 지키고 있던 서양세력들은 1860년 베이징 조약을 계기로 청나라를 지지하게 된다. 태평국의 기독교가 사이비라는 명분에다 청나라에서 얻을 상업적 이익이 크다는 실리가 작용한 것이다.

 

 

서양세력이 처음으로 내전에 개입한 것은 1860년 상하이의 상인과 실업가들이 태평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미국인 프레데릭 워드(Frederick Townsend Ward)를 초빙해 양창대(洋槍隊)를 조직하면서다. 워드는 중국인 4,000~5,000명을 모집하고, 이들을 유럽인 장교 100명이 통솔하도록 했다. 외인군단은 서양식 무기로 무장하고 서양식 군사훈련을 받았다. 한때 필리핀인 200명도 참여했다.

워드의 양창대는 상하이 방어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서양인에 대해 경계감을 가졌던 청조는 외인군단의 승리에 감복해 상승군(常勝軍, Ever Victorious Army)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싸워서 항상 이기는 군대”라는 의미다. 워드는 1862년 9월 전투에서 전사하고, 그 뒤를 이어 헨리 버지바인(Henry Andres Burgevine)이 넘겨받았다. 버지바인은 원칙이나 기개도 없고 보급품 문제로 전주들과 다투는 바람에 해고당했다. 그 뒤를 이어 영국인 장교 찰스 고든(Charles George Gordon)이 상승군을 통솔하게 되었다.

고든은 청나라 여제(女帝)나 다름 없던 서태후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가지고 군사를 훈련하고 병력을 충원했다. 고든은 음주를 한 병사를 사형시키는 등 엄격한 규율을 도입했다. 1863년 5월 30일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왔다. 고든은 중무장한 대포를 동원해 반란군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금산(金山)을 공격해 무너뜨렸다. 그는 등나무 막대기를 위압적으로 휘두르며 선봉에 서서 부하들을 이끌고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서태후는 고든에게 감사의 표시로 은 1만냥을 하사했지만 고든은 그 선물을 거절했다. 서태후는 고든의 편지를 읽고 서양인 중에 비야만적이고 너그러우며 타락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쩡궈판과 리훙장에게서도 존경을 받았다. 상하이 상인들도 그에게 많은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내가 중국에 들어왔을 때 가난했던 그대로 중국을 떠나겠다”며 영국으로 돌아갔다. 상승군은 태평천국이 패망한 후 1864년 해체되었다. (고든은 1884년 수단 카르툼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살해되었다.)

 

 

고든의 상승군에 대한 스토리는 서양인에 의해 조금은 과장되어 전해지고 있다. 태평천국의 숨줄을 끊은 것은 한족 민병대였다.

청조는 강남대영과 강북대영을 설치해 태평군의 진군을 막았다. 두 군대는 무기력했다. 전투의지가 없었고 주민을 약탈하기 일쑤였다. 전과가 부진하자 두 군대를 합쳐 강남대영으로 통합했지만 1860년 강남대영도 태평군에 궤멸되었다.

청조는 쩡궈판의 상군(湘軍)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조정은 쩡궈판을 흠차대신에 임명하고 장쑤, 저장, 장시, 안후이의 4개 성을 관장하도록 했다. 만주족 정권이 반란지역의 통제권을 한족 장수에게 내어준 셈이다.

쩡궈판은 리훙장을 발탁해 1861년에 회군(淮軍)을 조직했다. 그는 상군에서 3,000명을 떼어주었고, 리훙장은 자신의 고향인 안후이성에서 추가로 병력을 모아 6,500명의 회군을 거느리게 되었다. 회군은 안후이성 출신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지역색이 강했다. 그 휘하에 위안스카이(袁世凱)가 가담했다. 회군은 서양식 무기로 무장하고 서양식으로 편제되고, 서양 교관에 의해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강력한 군대로 성장했다. 리훙장은 장쑤성 순무를 제수받았다.

쭈어중탕도 쩡궈판의 추천을 받아 저장성에서 상첩군(常捷軍)을 창설해 태평천국에 맞섰다. 저장성 순무로 제수받은 쭈어중탕은 영국과 프랑스의 원조를 얻어 저장성을 수복했다. 같은 시기에 리훙장은 장쑤성을 장악했다.

 

 

장쑤와 저장성이 한족 민병대에 접수되면서 태평군의 수도 천경(天京, 난징)은 고립되었다. 태평국의 수도는 1862년 쩡궈판의 동생 쩡궈췐(曾國荃)에 의해 포위되었다. 태평국을 마지막으로 지키던 충왕(忠王)은 홍슈취안에게 후베이성으로 도피해 새롭게 도모하자고 건의했다. 홍슈취안은 자신이 하느님의 명을 받았기 때문에 도망갈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다. 1864년초 천경에 식량이 바닥 났다. 홍슈취안은 감로(甘露, 풀잎)로 연명하라고 병사들을 격려하고, 자신은 정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해 6월 1일 홍슈취안은 자살했다. 그의 나이 52세였다.

충왕은 15살 된 홍슈취안의 아들 홍푸(洪福)을 유천왕(幼天王)으로 세우고 홍런깐을 섭정으로 세웠다. 7월 19일 쩡궈췐이 이끄는 군대가 난징에 진입해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다. 태평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투항하는 자는 한사람도 없었다. 충왕은 유천왕을 데리고 난징을 빠져 나왔지만 모두 생포되었다. 어린 왕은 생포되어 아주 고통스럽게 처단되었다.

이로써 태평천국의 난은 끝났다. 태평천국의 난은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14년간의 반란으로 죽은 사람이 2,000만~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연구에는 사망자가 7,000만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전투에서 죽은 사람보다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때 청조를 전복할 것처럼 기세등등했던 태평천국의 반란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태평군 지도부의 전략상 무능이다. 초전에 베이징을 점령했어야 했다. 태평군의 북벌군이 텐진까지 북진했지만 주력부대가 아니었고, 보급로가 약했다. 초기에 모든 병력을 동원해 북벌에 성공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상하이를 공격했을 때(1853~54), 삼합회의 분파인 소도회(小刀會)의 지원요청을 거부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이때 상하이 일부를 점거하던 삼합회와 연결해 점령했더라면 서양의 개입을 중단시킬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둘째, 지도층과 농민군의 괴리다. 태평국은 사유제를 폐지하고 농지균분을 주장했지만, 지도부는 부패하고 방탕했다. 남녀 평등을 주장하면서 부부의 별거를 강요했다. 그러면서도 홍슈취안은 88명의 후궁을 두고, 왕들도 수십명의 여인을 두었다.

셋째, 이데올로기의 한계다. 우상을 배척한다는 이유로 사당과 신상을 파괴한 것은 오랜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유림과 일반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사이비 기독교를 전파한 것은 서양인의 반감을 초래했다. 배상제회의 이념은 전통 중국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거부당했다.

 

이런 지도부의 무능함 속에서도 태평국이 14년간 버틴 것은 충왕 리슈청(李秀成)의 충성심과 리더십 때문이었다. 쩡궈판도 그의 탁월함을 인정하고 우호적으로 예우했다. 쩡궈판은 충왕을 포로로 잡아 자백서를 쓰도록 했다. 그는 감옥에서 태평군의 역사를 회고하고 청 조정의 잘못을 비평하면서도 쩡궈판 형제들를 칭찬하는 글을 썼다. 충왕은 글을 마치고 8월 7일 처형되었다. 40세였다.

쩡궈판은 충왕의 자백서 가운데 청조를 비판하는 내용을 삭제해 수정한 글을 조정에 보내고, 원본은 자신이 보관했다. 쩡궈판은 반란을 진압한 이후 상군을 해산했다. 만주족 황실과 관료들이 한족 장수를 제거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쩡궈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란 진압에 나선 한족 장수들은 그후 승승장구했다. 리훙장, 쭈어중탕, 위안스카이는 청말 지도자로 부상했다. 이들은 만주족 황족 공친왕과 함께 동치중흥(同治中興)의 주역이 된다.

태평천국의 난은 실패했지만, 그 후유증은 엄청나게 컸다. 지방의 성(省)들이 중앙의 독재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냈고, 결과적으로 1911년 신해혁명에서 각성이 독립을 선언, 청나라를 멸망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또 반란 진압을 위해 조직된 민병대는 군벌로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태평천국의 난은 아편전쟁과 함께 중국 근대사의 시발로 꼽힌다. 또한 이 내란은 청나라 붕괴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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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Taiping Rebellion

Wikipedia, Ever Victorious Army

임계순, 淸史-만주족이 통치한 중국, 도서출판 신서원, 2000년

이매뉴얼 C.Y. 쉬, 근-현대 중국사(상권), 까치 2013년